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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학의 위기는 정체성의 위기이자 교육의 위기”
“한국 대학의 위기는 정체성의 위기이자 교육의 위기”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08.25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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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학회 창립 기념 학술대회

한국 대학이 위기라고들 한다. 2023년이면 고교 졸업생 감소로 100여개 대학이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는 현실과 이를 빌미로 한 정부의 압박은 대학과 교수사회의 위기감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한국 대학의 위기는 학령인구 감소 탓일까. 그렇다면 대학 수와 정원만 줄이면 해결되는 문제일까.

지난 6월 창립한 한국대학학회(회장 윤지관 덕성여대·영문학)가 지난 21일 창립 기념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한국대학학회는 대학을 연구주제로 한국내 최초의 학회다. 한국 대학의 구조적 문제와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윤지관 회장은 “대학의 본질에 대한 물음에서부터 대학정책에 이르기까지 긴 안목으로 전망을 내놓기 위해 출범했다”고 강조했다. 첫 학술대회를 개최하면서 그 주제를 ‘한국 대학, 무엇이 문제인가: 위기 진단과 실천적 과제’로 잡은 것은 그 출발점이다.

한국대학학회(회장 윤지관 덕성여대·사진 가운데 마이크 든 이) 창립 기념 학술대회가 지난 21일 열렸다. 대학 문제에 대한 이론적 성찰뿐 아니라 실천적 모색을 위해 대학 현안에 대해 난상토론하는 라운드테이블을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권형진 기자

“한국 대학의 위기는 고졸자 급감으로 인해 수요의 한계 상에 있는 전문대학과 대학들의 위기만이 아니다. 반복되는 개혁 노력에도 과제 해결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고등교육 체제 전반의 구조적, 제도적 위기다.” ‘한국 대학의 위기의 정치경제와 개혁과제’를 발표한 장수명 한국교원대 교수는 위기의 원인이 단순히 수요의 위기에 있지 않다고 본다. 그보다 한국 대학의 위기는 △대학의 정체성을 둘러싼 관계자 간 갈등의 위기 △재정 부담에 관한 갈등에서 오는 위기이자 경제적 이해관계 및 유인 구조의 위기 △대학의 운영구조 또는 지배구조에 관한 갈등의 위기 △시장의 수요 변동에 따른 경제적 위기나 정치적 맥락에서 오는 위기라고 진단했다.

장 교수는 “한국 대학체제는 장기간의 일관되고 합의된 정책을 통해 이뤄져야 개혁이 가능한 구조다. 그런데도 정권들은 초기 1~2년 안에 ‘승부’를 내야 한다는 강박감으로 조급하게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대안을 강요해 왔다. 여야와 대학 관련자들이 함께하는 장기적인 대안체제 모색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 차원의 논의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 대학의 위기는 교육의 위기다.” 한국대학학회 고문을 맡고 있는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는 기조강연에서 “한국은 본질을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나라다. 특히 정권이 그렇다. 대학교육이란 무엇이고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고 잘못된 정책을 들이밀고, 대학은 울며 겨자 먹기로 왜곡된 정책을 따라가는 악순환의 시대를 늘 겪어 왔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은우근 광주대 교수는 “대학은 좀비 사회다. ‘입시 좀비’가 대학에 들어오자마자 ‘취업 좀비’가 되고, 구조조정 과정은 교수들을 ‘평가 좀비’로 만들고 있다”며 “교육은 인간을 가르치는 것인데 인간이 없는 교육을 하고 있다”고 공감했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한국 대학의 위기는 정체성의 위기”라며 “대학 본연의 기본 역할인 교육, 연구, 사회적 기능이 있을 텐데 그게 어떻게 훼손되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느냐 하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라고 말했다.

위기 진단은 자연스레 대학 구조개혁에 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현 정부 대학 구조개혁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발표한 반상진 전북대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학 구조개혁은 학령인구 감소 현상에 대비해 대학 수와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단순 기능적 대학 구조조정 정책’에 불과하다”며 “엘리트 지상주의에 의한 경쟁 패러다임에서 대학 간 연계와 협력 패러다임으로 정부의 고등교육관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지관 회장은 “진정한 구조개혁을 위한 정책 대안을 내놓기 위해 TF를 발족했다”며 “정부의 구조조정이 대학에 미치는 영향과 각 대학이 처해 있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9월부터 6개월 동안 전국 10여개 지역에서 순회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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