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05:35 (토)
신체의 일주기 리듬에 대항하는 결과는?
신체의 일주기 리듬에 대항하는 결과는?
  •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 생명과학과
  • 승인 2014.07.28 16: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 김환규 서평위원
거의 모든 동물은 그들의 행동을 일주기 리듬에 따라 조정한다. 일주기 리듬이란 지구의 자전으로부터 발생하는 낮과 밤의 반복적인 주기다. 일주기 리듬의 유지는 뇌에서 진행되는 생물학적 현상인 생체시계의 작동에 의하기 때문에 동물로부터 낮과 밤 주기를 차단해도 일주기 리듬은 거의 똑 같은 시간표로 지속된다.

생체시계에 대한 첫 번째 증거는 식물인 미모사(mimosa)로부터 나왔다. 미모사는 낮에는 잎을 펼치고 밤에는 시들기 때문에 이전에는 미모사가 햇빛에 단순반사운동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모사를 암 처리 했을 때조차도 일정한 주기에 따라 잎이 펼쳐지고 시든다는 결과로부터 미모사가 빛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생체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밝음과 어둠, 온도, 습도 같은 환경적 시간의 단서들을 자연시계(zeitgeber)라 한다. 자연시계의 존재 하에 동물들은 낮밤 리듬에 동조화되고 24시간 활동주기를 유지한다. 이런 시스템에서 지속적인 시간적 오류는 생체시계의 혼란을 초래한다. 뇌에 존재하는 생체시계는 불완전하기 때문에 때때로 재설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24.5시간 주기는 3주내로 동물을 낮 시간에서 밤 시간으로 완전히 바꿀 수 있다.

인간 역시 모든 가능한 자연시계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하다. 기계소리나 히터의 작동소리 등 모든 환경 자체가 미묘한 시간 단서를 제공한다. 가장 극적인 환경 중의 하나는 깊은 동굴이다. 동굴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여러 달 동안 계속해서 자고 일어나는 것, 불을 끄고 켜는 것, 식사 등 자신만의 활동 스케줄에 따라 행동하도록 했을 때 처음에 그들은 25시간 리듬으로 안정화된다.

그러나 며칠에서 몇 주후 그들의 활동은 놀랍게도 30~36시간의 긴 리듬을 갖게 된다. 예를 들어 그들은 연속해서 20시간 이상 깨어 있다가 12시간가량 잠을 자는 식으로 패턴이 바뀌게 된다. 이런 조정은 먼 곳으로 여행하면서 느끼는 ‘제트 피로’와 같은 현상이며 최상의 치료법은 밝은 불빛으로 이것은 신체의 생체시계를 재설정시켜 준다.  

현대인들은 바쁜 생활방식, 스트레스, 소음 등으로 신체 내부 리듬이 교란 받고 있다. 외부 환경이 어떻게 내부 환경에 영향을 미칠까. 2013년에 마이너스(D.S. Minors)와 워터하우스(J.M. Waterhouse)는 『일주기 리듬과 인간』이라는 총 12장으로 된 책을 출간했다. 이들의 주장은 “깨어나고 잠드는 일상의 리듬은 우리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안정화시킨다”라는 것이다.

인간의 일주기 리듬을 심하게 교란시키는 것은 낮밤이 바뀌는 것으로 이는 산업화 국가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오늘날 남성 노동자 4명 당 1명, 여성 노동자 6명 당 1명이 건축물과 장비의 최적 사용을 위해서 낮밤이 바뀌는 작업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그 파급효과로 더 많은 식당과 술집 그리고 운송업 종사자들이 하루 24시간 영업을 하게 되고, 더 많은 건강관리 종사자들이 사고 희생자들을 돌보기 위해 24시간 근무하게 된다.

일주기 리듬 교란을 줄이기 위해 많은 회사들이 시차적 3교대 방식의 작업 시간을 3~4주 단위로 조정하는 그레이브야드 시프트(graveyard shift)로 옮겨가고 있다. 그러나 신체가 내부시계를 조정하는 데는 4~14일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이 기간 역시 짧기는 마찬가지다. 노동자들의 수입이 줄어든다는 문제 때문에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삶의 질을 생각한다면 꼭 필요한 시스템이다.

낮밤 교대 근무 노동자들은 낮 근무 노동자들에 비해 위궤양, 주의력 산만, 불면증, 우울증 등의 발병 확률이 훨씬 높으며 특히 주의력 산만 때문에 엄청난 재앙이 초래된 예는 부지기수다. 그 예로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쓰리마일 섬의 원전사고를 들 수 있다. 사고 당일 새벽에 조정실에서 근무 중인 세 명의 운전자들은 경고 사인을 인식하지 못했고 십자 밸브가 열려있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 아침 교대 근무자들이 조정실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문제를 발견했지만 이미 늦어 시스템 파이프가 폭발해 방사성 증기와 물이 공기 중으로 분출되고 있었다.

1986년 4월에 일어난 소련 연방의 체르노빌 사고는 훨씬 더 심각했다. 두 명의 엔지니어가 새벽 시간에 반응로를 점검하던 중 중요한 안전 시스템을 해제하는 실수를 범했다. 이 실수로 반응로 내부에 증기가 농축돼 원자로 안전 격납고의 지붕이 파괴됐고 두꺼운 방사능 구름이 하늘로 치솟아 유럽과 세계로 퍼져나갔다. 지금도 체르노빌은 죽음의 땅이다.   

쓰리마일 섬과 체르노빌의 사고는 노동자들이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부적절한 시간에 작업을 진행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너무나도 많은 선박사고, 비행기사고, 자동차 사고 및 의료사고 등이 신체의 일주기 리듬에 대항하는 고집의 결과로 일어나는 판단 착오에 의한 것이다.

‘시골은 천사가 만들었고 도시는 악마가 만들었다’는 말이 있다. 예전 같으면 여름밤에 마당에서도 반딧불이를 볼 수 있었고 평상에 누워 별을 헤기도 했다. 지금은 반딧불이를 보려면 무주 ‘반딧불이 축제’에 가야하고 메뚜기를 잡으려면 김제 ‘지평선 축제’에 가야 한다. 현대의 인간들은 24시간도 모자라게 정신없이 생활하고 있다. 산업화와 탐욕이 우리에게 주는 형벌은 실로 가혹하고 앞으로 그 강도는 더해질 것이다. ‘새들도 밤에는 잠을 잔다’는 시구처럼 인간의 생활양식도 단순화돼야 한다.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명과학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