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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기후 예측 불가능 … 미래는 인간 행동에 달려 있어”
“지구 기후 예측 불가능 … 미래는 인간 행동에 달려 있어”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4.07.08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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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안과 밖 23회차 강연_ 김경렬 서울대 명예교수, ‘지구의 역사’를 말하다

동해 연구를 주도해 국내 해양학의 위상을 국제적으로 높이는 한편, 지구환경과학 분야 교육과 연구를 대중화하는 데 앞장서왔던 지구과학자 김경렬 서울대 명예교수(지구환경과학부)가 지난달 28일(토) ‘문화의 안과 밖’ 23회차 강연자로 나섰다. 주제는 ‘지구의 역사―아름다운 지구, 몇 가지 큰 질문들’이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고갱의 걸작 「우리는 어디에서 왔나? 우리는 무엇일까?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를 들고 나와 ‘지구의 역사’를 추적했다. 그는 46억년 역사의 지구를 우주적 관점에서 탐구하는 한편 판구조론, 해적확장설, 대륙이동설 등 현대과학이 성취한 지구환경에 대한 다각적인 통찰을 제시했다.
또한 1995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첸 박사가 제안한 ‘인간세(Anthropocene)’라는 개념을 소개하기도 했다. 크루첸 박사는 지구가 산업혁명 이래로 ‘인간세’의 지질학적 시간대에 들어섰다고 주장해온 인물. 자연에 대한 인간의 영향력이 자연적·지질학적 강제력에 맞먹을 정도로 커져서 이제 인간은 문화적·생물학적 행위자인 동시에 지질학적 행위자라는 게 그의 주된 주장이다.


김 교수는 “지구 온난화가 지구 역사상 여섯 번째 대멸종을 초래할 수 있을 만큼 매우 심각한 상황이지만, 지구 기후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도 그 예측이 불가능하다”라고 말한다. 과학자들이 수권·지권·생물권·대기권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기후시스템을 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물론 중요한 하나의 이유이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앞으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라는 것. 결국 46억년 역사의 지구의 미래가 지금 우리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의 강연을 발췌했다. 자료·사진 네이버문화재단 

위기를 맞은 지구?
2007년 노벨상위원회는 ‘불편한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는 많은 캠페인을 벌였던 미국의 정치가 앨 고어와 함께 IPCC 4차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수고한 약 1천명의 과학자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사람들이 만들어낸 기후변화에 관한 지식을 정리하고 널리 알리며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여러 방안의 기초를 다진 노력을 기리는 수상이었다. 평화상을 공동수상한 IPCC는 UNEP(유엔환경계획)과 WMO(세계기상협회)가 공동으로 제안해 1988년 처음으로 구성된 기후와 관련된 지구과학을 전공하는 과학자들의 모임이다. IPCC의 주임무는 기후 변화에 관해 과학적 담론을 정리한 보고서를 발간하는 것이다. IPCC 4차 보고서 「기후변화 2007」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지구 온난화는 명백한 사실이며, 더구나 그 변화속도로 볼 때 지구 45억년의 역사를 통해 유래가 없었던 매우 빠른 속도로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 특히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그 원인이 사람들의 활동에 의한 온실기체의 증가다.”
사람들은 기록을 통해 지구의 기후가 변해왔음을 알고 있다. 유럽이 중세기에 매우 온난했으나 14세기에서 18세기에 걸쳐서 ‘소빙하기(Little Ice Age)’라고 부르는 추운 기후를 겪었다. 시간을 더욱 거슬러 가면 지구에 빙하기가 있었음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어떤 근거에서 지구 온난화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일까?


최근의 지구 온난화를 사람들의 활동과 연계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로 ‘키일링곡선(Keeling Curve)’으로 불리는 대기 중 탄산가스의 농도 변화 관측 자료를 꼽을 수 있다. UN이 IGY(International Geophysical Year, 국제 지구물리의 해)라는 이름을 붙였던 1957년, 키일링(Keeling)이 하와이섬 마우나로아 3천400m 정도의 고도에서 공기 중의 탄산가스 농도 관측을 시작했다. 수년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는 대기 중 탄산가스의 농도를 ‘정확히’ 측정하는 데 자신의 일생을 바쳤는데, 그의 이 관측자료를 ‘키일링곡선’이라 부른다. 그런데 이 자료는 북반구 대기 중의 탄산가스의 농도가 매년 여름이면 감소하고 겨울이면 증가하는 변화를 반복하고 있음을 보이고 있으며 지구상의 식물들이 여름철 활발히 진행하는 광합성과 겨울철의 우세한 호흡작용의 효과가 대기 중에 탄산가스의 농도 변화로 나타나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런데 이에 더해 키일링곡선은 탄산가스의 농도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음을 아울러 보여주고 있다. 이런 증가의 의미는 무엇일까?

키일링 곡선과 지구 온난화
키일링 곡선이 정말로 사람들의 활동을 반영한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는 방법의 하나는 과거 사람들의 영향이 없던 시절 대기 중의 탄산가스 농도가 변해온 모습을 이해하고 이런 결과를 최근의 변화와 비교해보는 것이다. 다행히 과거의 지구 대기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자료가 바로 그린란드나 남극에 있었다. 가장 성공적인 연구로 남극 보스톡(Vostok) 기지에서 시추한 3천700여 미터의 시료에서 얻은 결과를 꼽는다. 이 시료를 이용해 과학자들은 지난 40여만 년 동안 약 네 번에 걸친 빙하기를 거치면서 겪어 온 대기 중 탄산가스의 농도 변화를 추적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약 10만 년을 주기로 대기 중 탄산가스의 농도가 자연적으로도 섭씨 6도 정도 온도가 낮았던 빙하기 시기의 약 200ppmv에서 간빙기의 280ppmv 사이로 80ppm 정도의 큰 변화를 반복해온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 자연적인 탄산가스의 농도 변화곡선과 최근의 변화인 키일링곡선을 함께 圖示해 살펴보는 일만이 남은 셈이다.


약 1만년 전 280ppmv 정도의 값을 보이던 탄산가스의 농도가 와트(James Watt)가 증기기관을 발명한 이후 1700년대 중반에서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19세기에 들어서면 더욱 급속도로 증가해 결국은 최근의 실제 관측 자료인 키일링곡선에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 그런데 충격적인 사실은 긴 지질학적 시간 잣대로 봐서는 거의 순간적인 짧은 시간에 해당하는 산업혁명 이후 불과 200년 정도에 10여만 년 이상의 긴 시간에 걸쳐서 일어나고 있던 약 80ppm 이상의 농도 변화가 있었음을 보이는 것이다. 꾸준히 증가하는 변화의 속도로 볼 때 키일링곡선이 보여주는 최근의 농도 변화가 자연적인 변화의 일부로 보기에는 너무 큰 변화임이 분명하다. IPCC 보고서는 이런 관측 자료에 기초해 키일링곡선은 인간 활동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지구를 따뜻하게 해주는 대표적인 온실기체인 탄산가스의 농도 증가는 사람들의 활동이 인위적으로 기후에 강제력을 부여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인간세(Anthropocene)와 여섯 번째의 대멸종
지난 200여년 동안의 탄산가스의 급격한 농도 변화는 목축산업의 부산물인 메탄(CH4)이나 농업혁명을 이룰 수 있게 한 질소비료의 원하지 않는 부산물인 산화이질소(N2O, nitrous oxide)와 같은 다른 온실기체에서도 마찬가지로 관측된다. 오존층의 화학을 규명한 연구로 1995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크루첸 교수는 지난 200여년의 시간에 ‘인간세’라는 이름을 부여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사람들의 활동이 이제는 자연적인 지질학적 강제력에 맞먹을 정도로 커져 지구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강제력을 가졌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지구 기후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누구나 답을 알고 싶어 하는 중요한 문제이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예측(prediction)은 불가능하다. 과학자들이 수권, 지권, 생물권,대기권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기후시스템을 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물론 중요한 하나의 요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라는 중요한 변수에 많은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IPCC에 참여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취할 수 있는 몇 가지 예상 시나리오를 만들고 이들 시나리오에 따라 지구 기후가 어떤 변화를 할 것인지를 최선을 다해 전망(projection)하고 이를 보고서에 담았다. IPCC는 1990년 1차 보고서를 시작으로 2007년까지 4차에 걸친 보고서를 발간했고, 현재 5차 보고서 작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이 보고서가 이야기하고 있는 미래의 기후에 대한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이 걱정인 것이다.


지구 온난화가 정말 그렇게 걱정일까? 기후를 연구하는 많은 과학자들은 이에 대해 “그렇다”라고 대답하고 있다. 극심한 가뭄이나 폭우 등의 이상 기후가 더 자주 발생할 것이 예상되며, 태풍의 강도나 발생 빈도가 높아질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특히 염려되는 심각한 문제는 빠른 해수면의 상승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상에 과거 살았던 생명이 보여준 멸종 기록을 살피며 다섯 번에 걸친 대멸종 사건이 있었으며 우리가 여섯 번째의 멸종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크루첸 교수는 최근의 급변하는 지구의 환경문제를 대처하는 우리들이 취할 수 있는 자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조언하고 있다. “지구라는 이름의 우주호에 탑승한 시민들로서 우리가 꼭 취해야 할 행동은 어떤 것일까? 모든 것을 포괄하는 하나의 지침이 가장 적절하리라. 즉 오늘 행성 지구에 살고 있는 인류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지구가 갖고 있는 자원을 개발할 때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우리 행성에 부수적으로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동시에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그것이 우리가 갖고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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