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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인류 마지막 발명품이 될 것이다"
"인공지능은 인류 마지막 발명품이 될 것이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4.06.25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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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안과 밖 21회차 강연_김대식 KAIST 교수, "신경 과학의 이해-뇌,현실,기계지능'

지난 14일 문화의 안과 밖 21회차 강연 주제는 듣기만 해도 솔깃한 주제였다. ‘신경 과학의 이해-뇌, 현실, 기계지능’을 주제로 김대식 KAIST 교수(전기 및 전자공학과)가 강연에 나섰다. 김 교수는 국내의 대표적인 뇌과학자 중 한 명으로, 주로 뇌과학 및 뇌공학, 사회뇌과학, 인공지능 등의 분야를 연구해 왔다. 이날 강연에서 김 교수는 고대 그리스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주요 뇌과학 이론들을 개괄하면서, ‘뇌’와 ‘나(자아)’의 관계를 탐색했다.
 그는 “언젠가는 사람의 기억을 소프트웨어화해서 거래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예견하면서, 이런 세상이 오면 “인간은 소프트웨어의 형태로 영원불멸의 삶을 살게 될 수도 있다”라고 진단했다(최근 개봉된 월리 피스터 감독의 SF영화 「트랜센던스」는 김 교수가 말한 기억을 소프트웨어화한 즉,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한 내용을 담고 있다). 김 교수에 의하면, ‘나’는 내 기억의 합집합이며, 따라서 기억 없이는 ‘나’라는 정체성의 형성 자체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내 기억을 복사한다는 것은 곧 나 자신을 복사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한편 ‘문화의 안과 밖’도 올 8월 서울에서 열리는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8.13~21)에 맞춰, 향후 8월까지 강연을 ‘자연과학 섹션’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은 김대식 교수의 강연 주요 내용을 발췌한 글이다.      정리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 자료·사진 카라커뮤니케이션즈

 
노이만이 뇌를 모방한 인공지능에 대해 생각한 반면, 영국 수학자 튜링(Alan Turing)은 조금 더 색다른 질문을 했다. 만약 인공지능이 가능해진다면, 기계가 생각하는지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그리고 도대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생각이란 지극히 내면적이다. 내가 생각한다는 걸 나는 분명히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이 세상을 보고, 느끼고, 의식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데카르트도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 했지, “너는 생각한다, 고로 너는 존재한다”라고는 말할 수 없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비슷하게 생기고, 비슷한 행동을 하며, 비슷한 인생을 살아간다. 그래서 우리는 비슷한 다른 사람들 뇌 안에도 우리와 같은 생각과 의식이 존재할 거라고 단순히 믿어주는 것이다. 반대로 우리와 조금만 다르게 생겨도 그들의 내면적 세상을 부인한다. 16세기 스페인에서 도착한 정복자들은 단지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남미 원주민들은 영혼을 가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학살했고, 19세기 남 부미국인들은 흑인은 아무리 채찍에 맞아도 백인 같은 영혼의 아픔은 못 느낀다고 지껄였다.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튜링이 제시한 방법은 간단하다: 누가 사람이고 누가 기계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모든 질문을 해본 후 사람과 기계를 구별할 수 없다면, 그 둘은 행동적으로 동일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다른 사람의 내면적 세상이 존재한다는 직접적인 증명 없이도 그들이 생각할 수 있다고 믿어준다면, 사람과 행동적 구별이 되지 않는 기계 역시 내면적 생각과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걸 거부한다면 우리는 또 다시 인종차별과 비슷한 새로운 ‘기계차별’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과 기계의 본질적 차이-내면 세계
하지만 단순히 사람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한 행동을 한다고 기계가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정의할 수 있을까? 버클리대 서얼(John Searle) 교수는 ‘중국인방’이라는 사고실험(Gedanken experiment)을 통해 문제를 제시한다. 상상해보자. 중국어를 모르는 내가 복잡한 한자들로 가득 찬 종이들을 받는다면? 다행히 이해할 수 없는 중국어 끝에는 영어나 한글로 “이런 한자가 나오면 앞으로 이런 것들을 하세요”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면?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한자의 생김새를 통해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겠다. 어쩌면 내가 ‘중국인방의 달인’이 돼 나의 반응이 중국어를 이해하는 원어민의 반응과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중국어를 모른다. 이해하지 못하는 기호들을 형식적인 규칙에 따라 처리하고 있을 뿐이다.  서얼 교수는 인공지능 역시 비슷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무리 행동 면에서 인간과 구별되지 않더라도 인간과 기계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기계가 영원히 가질 수 없는 내면의 세계(res cogitans)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세상은 존재한다. 하지만 세상이 다양한 사건과 물체들로 분리 되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아니 , 물리학적 개념으론 만물이 양자역학적 파동으로 연결돼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파르메니데스(Parmenides) 가 이미 3천 년 전 주장하지 않았던가:  변화는 없고 , 모든 게 하나라. 하지만 뇌는 언제나 변화와 다양성을 인지한다. 왜 그럴까? 세상을 바라보는 눈, 코, 귀 모두 한정된 해상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해상도냐고? 물론 양자역학적 차원도, 은하들간의 천문학적 수준도 아닌 생물학적 규모의 해상도일 것이다. 특정 크기의 창문들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듯 , 뇌는 지각 가능한 해상도 내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이렇게 바라본 세상엔 무엇이 보일까 ? 대부분 무의미한 랜덤 신호들일 것이다. 하지만 가끔 반복된, 그리고 반복되기에 예측 가능한 신호들이 관찰되고, 대부분 사람들에게 비슷하게 관찰된 패턴들은 전통과 합의를 통해 ‘개’, ‘고양이’, ‘정의’라 불리게 된다. 하지만 잠깐! 뇌가 경험할 수 있는 예제들의 교집합이 대부분 0에 가깝다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 진돗개, 시츄 , 그레이하운드. 아무리 비교해봤자 반복된 패턴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만약 한정된 해상도를 여러 계층으 나눠본다면? 가장 아래 계층에선 섬세한 차원의 교집합들을 찾아볼 수 있다. 점, 선, 뭐 그런 것들 간의 통계학적 관계들 말이다. 그 위 차원에선 조금 더 복잡한, 네모, 세모, 동그라미 같은 모양들이 반복되는지 알아볼 수 있다. ‘깊은 학습(deep learning)’이라 불리는 이 이론은 지능과 마음은 결국 계층적으로 반복된 교집합들을 찾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주장한다.

하루살이, 개구리, 병아리. 많아야 1~2층의 신경망 구조를 가진 이들에 비해 인간의 뇌는 약 10개 정도의 계층들을 갖고 있다. 깊은학습 이론이 옳다면, 인간은 10배 더 복잡한 통계학적 관계들을 이해하고 더 고차원적으로 반복된 패턴들을 예측할 수 있기에 개구리, 병아리보다 더 큰 슬픔과 더 큰 기쁨을 느끼고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이란 무엇인가? 위스콘신대 토노니(Giulio Tononi) 교수는 신경회로망 계층들을 지나 가장 ‘높은 층’ 전두엽으로 모아져 가는 시공간적 정보 패턴의 형태라고 주장한다. 그렇기에 ‘아래 층’ 뇌영역들이 망가져도 자아와 마음은 유지되지만, 정보가 계층적으로 모아질 수 없거나, ‘높은 층’ 영역들이 파괴되면 우리는 의식과 마음을 잃게 된다. 그럼 만약 깊은 학습적 인공두뇌가 만들어진다면? 물론 진화적으로 한정된 인간의 10층보다 더 많은 계층들로 설계될 수 있다. 고로 인간보다 1천만 배 더 고차원적인 패턴들을 이해할 수 있을 거란 말이다. 깊은학습적 인공지능은 어쩌면 우리보다 1천만 배 더 큰 아픔과 기쁨도 이해할 수 있고, 1천만 배 더 깊은 마음을 가질 수도 있겠다.

호모사피엔스 시대의 종말?
뇌가 있기에 인간은 위대할 수도, 잔인할 수도 있다. 뇌가 있기에 존재의 근원과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우리가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다. 뇌가 뇌를 결국 이해할 수 있을까? 뇌를 완벽히 이해한다면 인간의 뇌를 모방한 기계를 만들 수 있을까? 지능을 가진 기계가 탄생한다면 그 기계는 인간을 어떻게 평가할까? 생각과 말이 다르고, 말과 행동이 언제나 다른 우리 인간들을 불쌍히 여길까? 아니면, 지구에 더 이상 존재할 가치가 없는 일종의  전염병으로 판단할까? 인공지능은 인류 마지막 발명품이 될 것이다. 지능을 가진 기계가 등장하는 순간 호모 사피엔스의 시대는 끝나고 기계의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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