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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 국정감사자료에 나타난 불공정 교수임용 실태
초점 : 국정감사자료에 나타난 불공정 교수임용 실태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2.10.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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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12 10:25:57
외부심사 의무화, 원서접수기간 장기화, 심사결과 공개 등 교수 임용 과정에서 공정성 확보를 위한 방안들이 법제화된 이후에도 교수임용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전히 지원자들은 원서를 내기 전에 ‘내정자’가 있는지를 파악하기에 급급하고, 심지어 노골적인 금품요구에 얼마나 마련해야 하는지 고심하기도 한다. 급기야 올해 8월에는 광주·전남지역의 시민단체들이 국립대학을 겨냥 ‘교수임용에서 공정성을 높이도록 제도를 개선하라’고 성명서를 내기에 이르렀다.

능력 있는 사람을 뽑아 대학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대학의 수준을 높이겠다는 발상과는 거리가 먼 구태들이 여전하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교육인적자원부가 제출한 감사결과 보고서를 통해 교수불공정 임용의 사례들을 살펴본다.

지원자의 공동연구자가 임용심사
교수임용의 공정성을 강화한 교육공무원 임용령은 전공 일치도나 연구업적을 심사할 때 모집대상 전공분야와 관련이 있는 대학소속의 교수나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관련 전문가 중에서 대학의 장이 임명 또는 위촉하도록 하고 있다. 이때 지원자와 심사자가 ‘특별한 관계’에 있다면 다른 이로 대체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교수임용에서는 이러한 상식이 통하지 않고 있다. ㅊ대학에서는 공과대학과 수의과 대학의 교수를 임용하면서 지원자와 공동연구를 수행한 바 있는 이를 전공적격여부 및 연구실적 심사위원으로 임명했다. 심사결과 함께 연구했던 이들이 임용된 것은 예견된 결과였다.

전공문을 좁혀서 ‘내사람’ 뽑기
채용공고에 나온 전공 옆에 조그만 글씨로 특수한 분야가 함께 따라온다면, 그것은 이미 그 분야를 전공한 ‘누군가’가 내정돼 있다는 뜻이라는 것이 지원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ㅈ대학에서는 임용계획을 세우면서 뽑을 사람까지 아예 정해놓고 시작했다. 학과회의에서 미리 동문출신을 채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방법은 임용분야에서 동문출신들이 유리하도록 설정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결국 동문출신이 전공일치점수가 높을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사실이 밝혀져 당시 학과장 등 5명의 교수가 경고조치를 받았다.

좀더 노골적인 경우도 있었다. ㅊ대학에서는 건축학과 교수모집에서 ‘건축·도시설계’로 변경하고 지원자격에 부수 항목을 달았다. ‘누군가’가 아니면 안 되는 그런 항목을. 결국 지원자격을 협소하게 정한 결과 지원자가 1명뿐이었고, 경쟁자가 없었던 그 ‘내정자’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당연했다.

내 맘대로 뽑기
전공문을 좁히는 것과는 반대로 객관적인 평가와는 거리가 먼 분야에서 점수를 벌려놓는다면 불공정 임용의 소지도 그만 큼 커진다. ㅊ 대학에서는 무역학과 신임교수를 임용하면서 연구업적이나 강의평가에서 합격점수를 받은 이에 대해 ‘인격’, ‘덕망’, ‘지도력’, ‘봉사정신’을 이유로 불합격시키고 아예 아무도 채용하지 않았다. 특정한 ‘누군가’를 뽑는 것과 마찬가지로 유력한 임용대상자를 뽑지 않는 것도 분명한 불공정 임용심사인 것이다.

안 뽑는 것도 불공정
‘교수공정임용을 위한 모임’은 다수의 지원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이유 없이 신규임용을 하지 않는다면 이도 불공정임용심사에 해당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정한 ‘누군가’를 뽑을 수 없다면 아예 뽑지 말자는 식의 사례도 감사에서 적발됐다. ㅈ대학은 강의평가, 외부심사까지 마치고도 교수들간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자 “강의 내용이 전공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면접심사를 아예 하지 않았다.

사립대학의 막무가내식 임용
일부 사립대학에서는 ‘공정성’ 자체를 파악할 수 없는 지경이다. 정계의 유력 인사가 운영하고 있는 ㅊ대학에서는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전·겸임 교수 59명을 공개 임용하면서 서류 심사위원조차 위촉하지 않았다. 그 결과 5명은 담당과목 전공과 다른 전공이었다. 아예 비공개로 뽑은 이들도 29명에 달했다. 이들에게는 형식적인 심사조차 없었다. 22명은 서류전형·공개강의·면접심사도 없이 뽑았고, 아예 1명은 이력서만을 받고 임용했다. 비공개로 뽑힌 교수 가운데에는 이사장의 며느리도 포함돼 있었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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