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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연구성과 저술 중심으로 평가하자”
“인문학 연구성과 저술 중심으로 평가하자”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4.05.12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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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문학총연합회, 저서평가 도입 평가방식 제안

양적인 논문 중심의 교수업적평가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인문학계가 저서평가 도입을 위한 평가방식을 제안하고 평가기준 마련에 나섰다. 한국연구재단도 “앞으로 인문학 연구성과는 저술 중심으로 평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저서평가 도입을 위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인문학 분야 84개 학회의 협의체인 한국인문학총연합회(대표회장 김혜숙 이화여대 철학과, 인문총)는 지난 9일 이화여대에서 ‘변화 속의 대학 인문학 : 평가 및 지원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위행복 한양대 교수(중국학과)는 ‘인문학 분야의 업적평가에 저서평가 도입을 위한 평가방식 시안’을 제시했다.

위 교수의 제안은 인문학자의 전문학술서와 번역서, 교양서에 학술지 논문보다 높은 가중치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 교수는 초판을 기준으로 200자 원고지 800~1천매 이상 분량의 저작물을 저서평가를 위한 기본요건으로 제시했다. 무엇보다 합당한 내용과 형식을 갖춘 저서를 평가해 ‘도덕적 해이’를 막고, 논문집 등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을 모아서 낸 단행본은 중복적인 가치 부여의 우려가 있다고 했다. 성공학이나 처세술 등 인문학적 가치가 없는 저서는 평가 대상에서 제외한다.

저서평가는 학술지 논문보다 평가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심사비’ 문제도 우선적으로 해결이 필요하다며 평가비용 절감 방안의 하나로 ‘저술평가 활성화와 비평문화 부활’도 제시했다. 전문학술서와 교양서의 구분 기준도 구체적인 명시가 필요하며 저서평가는 학계가 자발적으로 구성한 평가위원회를 통해 진행할 수 있지만 현재는 개별 학회가 평가를 맡는 것이 용이한 방법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위 교수는 “저서평가 도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객관적인 평가기준은 아직 없다”며 “평가기준 마련을 위한 논의의 첫발을 뗐다”라고 이날 토론회의 의미를 부여했다. 인문총은 오는 여름방학까지 평가기준과 방법, 절차에 대한 논의를 마치고, 9월에는 평가기준(안)을 제시해 공론화할 예정이다.

한국연구재단은 인문학 진흥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준비 중인데, 인문학의 연구성과는 저술 중심으로 평가하겠다는 입장이다. 김기봉 한국연구재단 인문학단장은 “이제는 논문 양산에서 벗어나 단행본 저술이 늘어나야 한다”며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저서를 통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인문학으로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재단은 올해부터 학술인문사회사업의 지원 자격에 저서 1편을 논문 3편으로 인정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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