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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해석 오류 있다면 後果 심각” … 全篇 100여 구절 새롭게 풀이
“원전 해석 오류 있다면 後果 심각” … 全篇 100여 구절 새롭게 풀이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4.03.26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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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수 울산대 교수의 새로운 『논어』 해석


인터넷서점 Yes24에서 ‘논어’를 키워드로 입력하면 모두 638건의 관련 내용물이 뜬다. 2006년 <교수신문>에서 ‘최고의 번역본을 찾아서’를 연재할 당시, 시판되고 있는 『논어』 우리말 번역서는 160여종이었다. 절판된 책까지 합치면 모두 300종이 넘는다. Yes24의 ‘638건’이나 160여종, 300종, 이런 숫자는 그만큼 한국 사회가 ‘논어’를 재생산하고 소비하고, 수용한다는 방증이다.


울산대 중국어중국학과에서 중문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박삼수 교수(59)는 논어 전공자는 아니다. 『왕유시전집』, 『왕유시선』 등의 책을 상재했던 그가 기존 『논어』 풀이가 왜곡됐다고 지적하면서 새로운 번역서를 들고 나와 화제다. 『쉽고 바르게 읽는 논어』(지혜의바다, 556쪽, 25,000원)다. 박 교수가 역주·해설한 이 책은 ‘쉽고 바르게 읽는’이라는 수식을 내걸었다. 기존 『논어』 역주·해설이 쉽지 않았고, 바르지 않았다는 완곡한 비판인 셈.


동아시아 유교 문화권에서 『논어』가 차지하는 위상이 중요한 만큼, 번역을 둘러싼 논란이 없을 수 없다. 일찍이 朱子도 그의 『論語集註』에서 “어떤 것이 옳은지 모르겠다(未知孰是)”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논어』가 쉬운 내용임에도 그 내용을 온전히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 간단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의 『논어』 공부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박삼수 교수도 “2천여 년 전의 글을, 오늘날 우리가 제대로 풀이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부 구절들에 대해서는, 역대 주석 名家들 사이에도 다양한 異論이 존재하는 것을 보면, 그 난해성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왜곡된 구절 공자의 본뜻
그런데 왜 박 교수는 ‘쉽고 바르게 읽기’를 거듭 강조한 것일까. 그가 들고 나온 해석은 과연 어떤 점에서 새로운 것일까. 그의 말을 들어보자. “역대 주석가들의 다양한 견해에는, 『논어』 풀이에서 가능한 거의 문맥적 사색이 망라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 나름의 ‘새로운’ 풀이를 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새로운 풀이를 할 수 여지가 거의 없다고 말하면서, 새로운 풀이를 제시할 수 있을까. ‘쉽고 바르게’에 힌트가 있다. 『논어』를 풀이함에 있어 역대 주석가들의 일가견을 면밀히 비교 검토해 그 취사에 신중을 기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보다 객관적이고 논리 타당한 論旨로 풀어내야 한다는 게 박 교수가 강조하는 ‘쉽고 바르게’의 의미다. 이렇게 해서 박 교수는 기존 논어 역주 해설서가 놓치거나, 결과적으로 왜곡된 번역을 했던 100여개 구절을 ‘쉽고 바르게’ 바로 잡았다.
박 교수가 제시한 잘못된 번역 구절의 대표적 사례는 「爲政編」의 ‘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와 같은 편의 ‘攻乎異端 斯害也已’다.


흔히 ‘온고지신’으로 알려진 앞 구절은 일반적으로 ‘옛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알면 스승이 될 수 있다’라고 풀이한다. 3월 신간으로 함께 출간된 신창호 고려대 교수(교육학과)의 『일생에 한번은 논어를 써라』(추수밭, 256쪽, 13,000원)에도 이 ‘온고지신’ 해석은 “옛것을 돌아보아 익혀서 새것을 알면 스승이 될 수 있다”로 했다(물론 신 교수도 이것을 풀이하면서 ‘온고’는 이전에 들은 문화의 내용을 찾아 풀이한다는 뜻으로 봤다).


그렇다면 박 교수는 이를 어떻게 읽어냈을까. 그는 ‘故’가 ‘옛것’을 뜻한다고 보지 않았다. 朱子가 ‘예전에 들은 것(舊所聞)’으로 풀이했듯, ‘이미 배운 것’을 말한다고 보았는데,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옛것’이란 풀이는 오로지 옛 문물만을 소중히 여긴다는 폐단이 있다. 누구보다도 중용의 미덕을 강조한 공자가, 그같이 편향된 안목과 시각을, 스승의 자질로 제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그의 새로운 풀이는 이렇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배운 것을 거듭 익혀서 새로운 것을 깨달아 알면 다른 사람의 스승이 될 수 있다.’” 과연 어떤가?


‘이단을 공부하면 해롭다’라고 일반적으로 번역된 ‘공호이단’ 구절은 박 교수의 논어 읽기가 거둔 하나의 수확이자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렇게 질문을 던진다. 여기서 異端이 과연 ‘異端·邪說’을 뜻할까?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공자 당시에는 유가와 도가의 양대 학설이 결코 서로 이단·적대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제자백가의 학설이 아직 흥성하지 않았으므로, 그렇게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는 주자의 『논어집주』를 비롯 다양한 주석서를 파고 들었다. 그러다가 그가 만난 것은 샤오 민위엔(蕭民元)의 ‘논어변혹’의 견해였다. 샤오 민위엔은 이 구절을 ‘중용’을 강조한 공자의 本意에 입각해 설명했지만, 어디에도 그 근거를 밝히지 않았다.

박 교수는 다시 주석서를 뒤져야 했고, 마침내 신뢰할 만한 기원을 발견했다. 청대의 유학자 程樹德이 쓴 네 권짜리 주석서 『論語集釋』이 그것이다. 샤오 민위엔의 앞의 풀이가 정수덕에 근거했음을 밝힌 것은 ‘학술적 성과’로 마땅하게 평가돼야 하는 부분이다. “정수덕이 이를 『중용』에서 말한 ‘兩端’과 같은 말로 보았듯이, 사물의 상이한 양단, 즉 兩極端을 이르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章은 곧 ‘세상만사를 양극단에 집착하면 좋을 게 없다’는 말로, 양극단을 아울러 최적의 理想 상태에 이른 ‘중용’의 이로움과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중용과 이단 그리고 홀로 거둔 성과
‘온고지신’, ‘공호이단’ 두 구절만 예를 들었지만, 이렇게 촘촘하게 기존 주석을 비교하면서 박 교수는 새로운 풀이를 시도했다. 그것은 공자 사상의 맥락에서 봤을 때, 훨씬 더 설득력 있는 풀이로 다가온다. “현란한 글 솜씨로 고전을 풀이한 책들이 독자 대중을 誤導하는 대목”을 무엇보다 경계하는 박 교수는 홀로 즐거이 논어의 세계를 거닐었고, 주자 이래 논어 주석서를 파고들면서 틈틈이 논어 공부를 계속했다. 어려운 한문 고전을 쉽게 읽기 위해서는 ‘바르게’ 읽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박 교수. 그렇게 해서 나온 새로운 역주·해설 『쉽고 바르게 읽는 논어』가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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