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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4호 새로나온 책
724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4.03.1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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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속사회, 엄기호 지음, 창비, 308쪽, 15,000원
이 책은 기존의 인문사회과학이 관계 단절을 하나의 문제적 현상으로만 여겨왔던 관성에 도전한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그 단절의 양상, 즉 우리가 언제 누구와 접속하며 또 언제 누구와는 단절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중산층, 시민사회 등의 사례를 채집해왔고, 결론적으로 우리 모두가 자신이 속한 가족, 직장 내에서 소통이 쉽지 않음을 호소하면서도 그 불통의 당사자와 직접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자기만의 ‘취향의 공동체’, ‘힐링’을 통해서만 이를 해소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진다.

■ 마키아벨리 다시 읽기, 곽준혁 지음, 민음사, 276쪽, 17,500원
이 책에서 저자는 지금 한국 사회가 왜 마키아벨리를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자 한다. 먼저 마키아벨리 사상을 ‘엘리트주의’나 ‘귀족적 공화주의’로 읽는 오해를 풀기 위해 주요 쟁점을 15가지로 제시해 보다 폭넓은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 특히 마키아벨리가 ‘갈등’을 필연적인 것으로 보고 ‘문제’가 아닌 ‘해법’으로 접근해 기존의 공화주의자들이 추구했던 ‘조화’보다는 인민들의 역동적인 정치 참여를 강조했다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갈등의 정치사회학’이 주는 건강한 긴장의 역할을 조명한다.

■ 세계문제와 자본주의 문화―생산·소비·노동·국가의 인류학, 리처드 로빈스 지음, 김병순 옮김, 돌베개, 812쪽, 40,000원
이 책은 이매뉴얼 월러스틴을 중심으로 한 ‘세계체제론’의 입장에서 인류학적 관점으로 전지구적 문제들을 분석한 역작이다. 저자는 1998년에 초판을 낸 후 2013년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계속 개정증보판을 펴내며 최근의 다양한 통계자료와 사례들을 보강해왔다. 한국어판은 2010년도 개정 5판을 저본으로 삼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세계를 중심부와 주변부로 나누고 그 중간에 반주변부를 둬 자본주의 문화가 어떻게, 왜 형성됐으며 그에 따른 문제점과 대안은 무엇인지를 체계적이고 치밀하게 논한다.

■ 자살의 역사―자발적 죽음 앞의 서양 사회, 조르주 미누아 지음, 이세진 옮김, 그린비, 516쪽, 29,000원 16~18세기 유럽 사회가 바라본 자살의 모습을 탐구하는 책이다. 크게 중세, 르네상스, 계몽주의 시대로 구분되는 16~18세기 유럽 사회의 계급적·철학적·개인적이었던 자살 원인과 수단의 실례를 이야기하며, 당시 자살이라는 행위가 어떻게 심판되고 평가됐는지를 추적하고 궁극적으로는 자살에 대한 서양의 의식구조 변화를 살펴보고 있다. 자살의 역사는 과거 유럽에서의 자살의 모습과 의미를 추적하며 개인 목숨에 대한 자유의 문제를 성찰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안락사 등 생명윤리와 더불어 ‘죽음윤리’를 고민하는 현재와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 ‘제국일본’과 영어·영문학, 윤수안 지음, 윤수안·고영진 옮김, 소명출판, 290쪽, 22,000원
저자는 일본의 근대화와 제국주의화 과정에 영어가 ‘어떤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착안해 근대 일본의 영어교육과 영미 문학 수용 양상을 연구했다. 저자가 가장 먼저 주목한 대상은 오카쿠라 요시사부로라는 인물로, ‘영미 문명’의 접점을 『영문학총서』에서 찾았다. 또한 저자는 경성제국대학에서의 영어와 영문학의 위치에 대해서도 사토 기요시와 그의 제자 최재서를 통해 새롭게 접근했다. 특히 사토 기요시의 문학관와 그의 작품을 우회적으로 파고들어, 경성제대 영문학 강좌에 반식민주의적 사상이 존재했을 것으로 보고, 식민지 조선의 영문학 연구가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 도구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 조직사회학, 유홍준 지음, 성균관대출판부, 415쪽, 20,000원
사회학의 이론적 지향의 발전에 맞추어 전개된 다양한 시각의 조직사회학적 연구 성과들이 갖는 의의는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 조직사회학자들은 조직의 성과 문제에만 집착하지 않는 입장을 견지해 상호작용론, 갈등론, 일상생활방법론 등에 기반한 독특한 조직 분석틀을 개발해왔다. 따라서 이 저서도 경영·행정학의 ‘조직이론’ 저서와는 구분되는 ‘조직사회학’ 전문서를 목표로 한 것이기에, 조직성과나 관리기법 등에 관한 응용 측면의 논의를 가능한 배제하고 순수 학문적인 논의에 강조를 뒀다.

■ 한국형 복지국가―자유주의자의 시각, 이근식 외 지음, 철학과현실사, 428쪽, 20,000원
이 책은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한국 복지의 성격과 그 방향을 고민하는 공동 노력의 결과물이다. 저자들은 넓은 의미에서 진보적 자유주의자들이다. 1999년 한국자유주의연구학회를 만들고 주도적으로 모임을 이끌어 온 이근식 교수의 정년을 기념해서 만든 것이다. 특히 이근식 교수는 ‘서론’에 실은 「‘현명한 복지국가’를 제안하며」에서 “협의의 공동복지제도(공공부조와 사회보험 등)를 정비하고 확충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자살로 내몰리고 있는 빈곤층에 대한 정부지원을 정비하고 확대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비효율적인 복지전달체계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비용의 증가 없이 상당한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현상학과 질적 연구―응용현상학의 한 지평, 이남인 지음, 한길사, 415쪽, 27,000원
지난 10여년 동안 저자가 관심을 기울여 연구해온 분야 중의 하나가 바로 ‘응용현상학’이다. 이는 후설, 하이데거, 메를로-퐁티 등 전통적 현상학자들이 발전시킨 철학적 현상학의 어려 통찰들이 경험과학적 연구와 현실 문제의 해결을 위해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 하는 점을 연구하는 현상학의 한 분야다. 저자가 매긴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현상학과 질적 연구의 관계를 처음 체계적으로 해명하고 있다는 데 있다. 전통적 철학자들은 주로 철학으로서 현상학의 정립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그 누구도 현상학과 질적 연구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해명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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