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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박사과정 4명중 1명은 특수대학원 석사
지방대 박사과정 4명중 1명은 특수대학원 석사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03.10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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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병행 비율은 56.3%에 달해

국내 대학원의 현실을 얘기할 때 지방대 교수들은 “충원율이 문제가 아니라 질이 문제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우수한 학생들은 서울이나 외국으로 유학 가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뜻만은 아니다. 여기에는 학문후속세대와 신진 연구인력 양성 기능이 약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고민이 담겨있다. 최근 새로 확인된 몇몇 지표에서도 이러한 지방대 대학원의 현실을 엿볼 수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2012년 8월과 2013년 2월 박사학위 취득자를 대상으로 한 ‘2013년도 박사조사’, 대학알리미 공시정보, 교육통계연보 등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최근 「대학원 교육 패러다임 변화를 위한 핵심과제 설정 연구」(연구책임자 송창용)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박사과정 재학생 중 학업에 전념하지 않고 직장을 병행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는 사실은 그동안 「박사조사」를 통해 여러 차례 확인된 적 있다. 이번 박사조사에서도 그 비율은 53.0%였다.

지역별로 그 차이가 뚜렷했다. 서울지역은 그래도 박사과정 재학생 중 학업 전념자의 비율이 절반을 약간 넘었다(50.6%). 연구중심대학이라 불리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포스텍, 카이스트 등 주요 5개 대학은 학업에만 전념하는 학생이 75%였다. 반면 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울산 등 서울을 제외한 6개 광역시는 직장을 병행하는 학생의 비중이 55.0%로,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나머지 지방은 직장병행 비율이 56.3%에 달했다.

학업 전념으로 분류된다고 해서 모두 학문후속세대나 연구인력으로 보기도 힘들다. 석사학위 취득자 8만2천765명 가운데 4천452명(5.4%)만 박사과정에 진학하고, 박사과정 신입생 충원율이 96.8%(입학정원 2만4천97명, 입학 2만3천328명)인 점을 고려하면 박사과정 신입생 대부분이 졸업 후 바로 진학한 사람이 아니라 직장인 등임을 알 수 있다고 직능원은 분석했다.

더구나 일반대학원 박사과정에 진학한 5명 가운데 1명(19.5%)은 특수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인을 위한 재교육이 설립 목적인 특수대학원은 논문을 내지 않아도 석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특히 지방은 특수대학원 졸업자가 일반대학원 박사과정에 진학하는 비율이 4명에 1명꼴(24.7%)이었다. 서울은 일반대학원 석사 졸업자가 일반대학원 박사과정으로 진학하는 비율이 80.5%로, 전체 76.9%보다 높았다. 6개 광역시도 77.6%가 일반대학원 석사 출신이어서 평균보다 높다. 지방으로 갈수록 특수대학원 출신 석사 비율이 높은 셈이다.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학생이나 특수대학원 출신이 많다 보니 박사학위 취득자의 평균연령도 높아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신규 박사학위 취득자의 중간 연령은 39세(평균연령 41.3세)로 미국 신규박사 중간연령 32세보다 7세가 높았다. 30세 이하의 비율은 4.5%로, 미국의 41.0%에 비해 고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인문학(45세)과 사회학(47세) 분야는 새내기 박사의 중간연령이 40대 중·후반이었다. 거점 국립대는 사정이 괜찮지만 지방 사립대 박사과정의 경우 직장 병행 비율이나 특수대학원 출신 비율이 60~70%에 달하고, 평균 연령도 40대 후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 책임을 맡은 송창용 직능원 연구위원은 “국내 대학원 박사과정은 고령층과 특수대학원 출신이 증가하고 직장병행자의 비중도 높아 신진 연구인력과 학문후속세대 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질 관리 체계는 미흡하다”라며 “대학원도 연구중심과 교육중심으로 특성화하는 등 석박사급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대학원 부문의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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