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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탄 超人이 있다
백마탄 超人이 있다
  •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ㆍ민속학
  • 승인 2013.12.3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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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마이야기로 본 '말띠해' 풀이

12지 신장 그림 중 말 그림이다. 만봉 스님이 그렸다.
2014년 새해는 갑오년(甲午年) 말띠 해이다. 매년 정초가 되면 그 해 수호신이라 할 수 있는 12지 동물의 의미나 상징을 알아보고 새해의 운수, 희망, 덕담으로 띠풀이를 한다. 60갑자 가운데, 말띠 해는 갑오(靑), 병오(赤), 무오(黃), 경오(白), 임오(黑) 으로 순행한다. 이를 음양오행과 결합하면 갑오년은 청색 말띠 해이다.

영혼과 수호신의 승용동물 '말'

고기록(古記錄)에서 기원전 위만조선에도 말의 수가 상당했고 기마의 습속, 말이 전투에 활용됐음을 알 수 있다. 부여의 명마와 과하마라는 두 종류의 말이 있었고, 예나 부여에서는 말을 재산으로 간주했고 동옥저는 말의 수가 적었다는 사실, 삼한지역은 모두 우마가 있었으나 마한은 말을 타지 못한 반면에 변·진한은 말을 탔다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청동제 마형유물의 말 부적은 3cm 크기의 휴대용인 것을 볼 때 말은 먼 옛날부터 액막이와 행운을 부르는 상징으로 썼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우리의 민속에서 날개 달린 말그림이 그려 있는 부적(符籍)을 퇴액진복부(退厄進福符)·신마부(神馬符)로 불렸다는 사실에서도 말의 상징적 의미를 읽을 수 있다.

개마총의 개마도는 신라의 마문·마형토기에서 죽은 자를 저 세상으로 태우고 가는 말의 기능을 한층 더 분명하게 나타내 준다. 말에는 등자가 달린 안장이 얹혀 있으나, 사람은 타지 않았다. 그런데 말 앞에 “총주착개마지상(塚主着鎧馬之像)”이라고 묵서(墨書)가 돼 있어 주인공이 말을 타고 있는 그림이라는 뜻이 된다.

즉, 주인공의 혼이 말을 타고 있어 사람을 그리지는 않았으며, 이 특수한 성장마(盛裝馬)는 영혼을 천상으로 모시기 위한 말이다. 신라와 가야의 마각(馬刻)·마형(馬形)·기마형(騎馬形)의 고분유물과 고구려 고분벽화의 각종 말그림에서 말은 이승(지상계)과 저승(하늘)을 잇는 영매체로써 피장자와 영혼이 타고 저세상으로 가는 동물로 이해된다.

신성한 동물·하늘의 사신·중요 인물의 탄생을 알리는 말

구전설화나 문헌설화에서 말은 신성한 동물·하늘의 사신·중요 인물의 탄생을 알리는 구실을 하는 것으로 이야기 된다. 금와왕·혁거세·주몽 등 국조(國祖)가 탄생할 때에 서상(瑞相)을 나타내 주는 것이라든가, 백제가 망할 때 말이 나타나 흉조를 예시하여 주는 것이라든가 모두 신이한 존재로 등장되고 있다.

동부여 금와왕의 신화에서 말은 한 나라의 임금탄생을 알려 주는 영물구실을 한다. 말이 없었던들 금와는 영원히 큰 돌 밑에 사장될 운명에 놓였을 것이다. 그리고 부루왕은 말 덕분에 후계자를 찾게 된 것이다. 즉, 말은 성인의 탄생을 알리고 또 암시해 주는 예시적 동물(例示的 動物)인 것이다.

혁거세 신화에서 말은 한 나라의 국조 탄생을 알려 주는 영물(靈物) 내지는 하늘의 사신(使臣)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이상한 기운이 땅에 드리웠다(異氣如電光垂地)”라는 이야기에서 백마는 하늘과 땅 사이를 수직으로 왕래하는 말이다. 이 신화 속에 나오는 말은 하늘을 날으는 천마(神馬)로서 그것은 백마이다. 이것은 곧 천마총에 나타나는 백마와 일치되고 있다.

천마도

천마총은 그 큰 규모나 화려한 부장품으로 보아 왕릉으로 추정되는데, 이 고분에서 출토된 천마가 백마이며 혁거세 탄생신화에 나오는 말 또한 백마이다. 이렇게 볼 때 백마는 최고 지위의 군주인 조상신이 타는 말임을 알 수 있다.

말은 왕과 장수(장수)의 능력과 깊은 관련이 있다. 금와왕은 주몽에게 말을 기르게 했는데, 주몽은 준마을 알아보고 일부러 적게 먹여 파리하게 하고, 노마(駑馬)는 잘 먹여서 살찌게 하였다. 금와왕이 살찐 말은 자기가 타고, 파리한 말은 주몽에게 주었다. 명마를 알아보는 능력과 말을 다루는 능력은 왕으로서의 자질이나 능력에 직결된다. 또한 훌륭한 장수가 태어나면 어디에선가는 명마가 함께 태어나고 장수가 죽으면 말도 함께 죽는다. 또 명장 뒤에는 명마가 항시 따라 나온다. 즉, 장수의 탄생과 백마의 출현은 항상 함께 이루어진다.

현대인들도 名馬를 타고 다닌다

서울에서 가장 번잡한 서소문동에 65년 고가도로가 생기면서 마차의 통행이 금지됐고 차차 서울거리 곳곳이 우마차동행금지구역으로 정해지면서 마차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말은 사라졌지만 그 이미지와 상징만은 우리 주위에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제조업체나 상품의 광고를 위해 건각(健脚)과 활력(活力)의 말 이미지를 활용한 말 관계 상표가 나타났다. 그 예로 1,000m를 60초에 주파하는 말의 엄청난 스피드를 이용한 것으로 현대의 ‘포니’ ‘에쿠스’ 등 승용차를 비롯, 천마관광, 은마관경 등 유통업체에서 말을 심벌마크로 사용했다. 말표 고무신, 말표 구두약 등을 통해 오늘날 말의 실체는 우리 생활 주변에서 사라졌지만 말의 관념은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말은 싱싱한 생동감, 뛰어난 순발력, 탄력 있는 근육, 미끈하고 탄탄한 체형, 기름진 모발, 각질의 말굽과 거친 숨소리를 가지고 있어 강인한 인상을 준다. 바로 박력과 생동감의 이미지는 실제로는 말을 볼 수 없지만,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빨리 인상을 심어야 하는 상품의 이름으로, 상품의 광고로, 심지어는 스포츠 구단의 상징으로 현대인의 일상생활 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다. 말 달린다! 현대인들은 아직도 매일 명마를 타거나 신고 다닌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ㆍ민속학
중앙대에서 「한국 띠동물의 상징성 연구」로 박사를 했다. 주요 저서로는 『운명을 읽는 코드 열두 동물』,  『한국 동물 민속론』, 『한국 말(馬) 민속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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