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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인 OA 추진하면 국내 학술지 IF 올라갈 수 있다”
“적극적인 OA 추진하면 국내 학술지 IF 올라갈 수 있다”
  • 서태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
  • 승인 2013.12.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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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기획진단_ 2. 학술 발전과 국내 학술지 국제화를 위해 필요하다

최근 학계에서는 학술지의 오픈액세스(Open Access, 이하 OA)가 세계적인 큰 흐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학술지 OA 운동은 시작된 지 벌써 10년이 넘고 있을 정도로 나름대로의 역사를 갖고 있다. 학술지 오픈액세스 운동은 이른바 ‘Serial Crisis’라는 도서관계가 공동으로 직면하고 있던 위기의식이 발단이 됐다. 학술지 구입 예산은 점점 줄고 있고, 전자학술지 구독료는 계속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예산 사정이 좋지 않은 작은 도서관들은 꼭 필요한 학술지임에도 불구하고 구독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러한 기관에 소속된 학자나 개인 연구자들은 더 이상 필요한 학술지 논문을 볼 수가 없게 됐다.

원래 학술지는 모든 학자에게 공개돼 학술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인데, 이제는 경제 논리에 의해서 학술 활동의 제약이 발생했다. 그래서 학술지의 구독 모델을 원래의 취지대로 되돌려 놓자는 것이 OA 운동이다. 즉, 지금처럼 독자가 구독료를 지불하는 방식이 아닌 저자나 제3의 후원기관에서 구독 비용을 지불하게 함으로써 모든 학자들이 아무런 장애 없이 원하는 학술지를 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학자들은 부다페스트에 모여서 OA 선언을 했다. 그것이 바로 부다페스트 OA 선언(BOAI: Budapest Open Access Initiative)이다.

그뒤 학술분야 선진국인 미국, 영국, 캐나다, 유럽 등의 나라에서 OA가 활발히 추진됐다. 대체로 의학 분야와 공공분야에서 OA가 활발히 추진됐다. 의학 분야는 미국이 2009년에 법제화를 했고, 공공분야에서는 영국이 지난 4월에 법제화를 했다. 최근 세계연구기금기관연합회(GRC: Global Research Council)와 G8 과학기술장관회의에서도 OA를 적극 추진하기로 결의한 바 있어서 OA는 이제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어떤 형태든 학술지 OA를 추진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OA가 세계적인 대세라서 무작정 따라가자는 것이 아니다. OA는 침체돼 있는 국내 학술지 업계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OA를 통해서 국내 학술지를 세계에 알림으로써 국내 학술지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학술지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읽혀야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 그 동안 국내 학술지의 대부분은 국내에서만 읽히기 때문에 그 활용도가 매우 낮았다. 그 결과로서 인용지수(IF: Impact Factor)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학술지들이 OA를 적극 활용한다면, 더 많은 학술지들이 전 세계에서 활용돼 그만큼 가치도 올라가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전 세계에 있는 학자들이 우리나라 학술지를 알게 돼 더 많은 논문을 투고 받게 되고 논문의 질도 상승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얻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국내에서는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이하 의폅협)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하 KISTI)이 학술지 OA 사업을 진행해 어느 정도의 기반이 다져진 상태다. 의편협은‘KoreaMed Synapse’라는 학술지 사이트를 통해서 국내 의학분야 학술지 OA를 선도해왔고, KISTI는 국내 오픈액세스 환경 구축을 위해서 전문가 포럼을 운영하고 있으며, 과학기술분야 학술지 OA 사이트인‘OAKCentral’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학술지의 OA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국내학술지는 어떻게 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OA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내 대부분의 학술지들이 이미 무료로 서비스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의편협이나 KISTI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국내 학술지를 무료로 서비스해오고 있다. 일부 학회의 경우도 학술지 홈페이지의 로그인을 해제하거나, 홈페이지가 없는 학술지는 온라인 학술지 사이트를 개설하기만 하면 손쉽게 OA를 할 수 있다.

그러고 나서 OA 학술지로 공식 인정받기 위한 절차로 학술지와 개별 논문마다 OA임을 나타내는 문구를 표기하고, OA 학술지 등록 사이트에 등록하면 된다. 학회 차원의 오픈액세스 선언은 ‘SHERPA/RoMEO’에서 하고, 학술지 정보 등록은‘DOAJ(Directory of Open Access Journal)’에서 하면 된다.

다만 한 가지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 학술지도 일종의 저작물이기 때문에, OA를 하기 위해서는 원저작자인 저자가 저작물 이용을 허락해야 하는데, 저자들에게 일일이 저작권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간단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적인 출판사들은 이미 학술지 유료 구독 모델을 통해서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OA에 대한 저항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부분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OA에 대한 인식을 지속적으로 확산시키고 필요한 정책을 수립해 나간다면, 머지않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최근 세계적인 출판사들도 OA라는 새로운 모델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했다. 스프링거(Springer)는 바이오메드 센트랄(BioMed Central)이라는 OA 출판사를 인수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으며, PLoS(Public Library of Science)라는 순수 OA 출판사도 생겨나고 있다.

OA는 어느 한 쪽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학술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어느 집단의 이해관계에 얽매여서 진전을 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학술 발전 기여하지 못하는 학술 후진국에 머물 수밖에 없다. 지금 당면한 문제를 하나하나 지혜를 모아 풀어감으로써 우리나라가 학술 발전을 선도하는 나라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서태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
카이스트에서 박사를 했다. 한국과학편집인협의회 기획위원을 역임했고, 주요 논문으로「DOI와 오픈액세스를 활용한 학술지의 국제 이용 활성화 방안, 정보관리연구」가 있다. 학술지 국제 출판에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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