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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영역 ‘睡眠’에 관한 연구
신비의 영역 ‘睡眠’에 관한 연구
  • 교수신문
  • 승인 2013.10.2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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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필자가 이번 학기에 맡은 과목 가운데 오후 2시에 시작하는 수업이 하나 있다. 요즘 같이 날씨도 좋고 또 식후에 조용히 앉아 있으면 많은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조는 것을 흔하게 본다. 잠깐 조는 것이나 깊은 잠에 빠지는 것 모두 수면의 일종이다. 일반적인 성인은 일생 동안 20만 시간 이상 수면을 취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시간을 날수로 계산하면 8천일


이상이다. 인간은 자기 삶의 약 3분의 1을 수면으로 소비하며, 잠자는 시간의 4분의 1 동안은 꿈을 꾼다. 그러나 우리가 잘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이제 연구가 시작되고 있다.
저명한 수면 연구가인 카를로스 쉥크(Carlos Schenck) 박사는 수면이 이뤄지는 기작과 수면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을 때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내용을 담아 2007년에 『수면(Sleep)』이란 책을 출간했다. 쉥크 박사는 ‘미네소타 지역 수면장애 센터’의 정신과 의사이자 미네소타 의과대학의 교수다. 그는 수많은 수면이상행동에 대한 연구를 통해 수면의 특성과, 왜 수면이 필요한가에 대한 영역을 개척하고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해 언론에도 잘 알려진 유명인사다.


수면은 조류, 파충류와 포유동물 등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최근에는 파리와 초파리조차도 수면을 취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장기적인 수면박탈은 여러 행동이상과 죽음을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수면은 에너지를 얻기 위한 섭식행동 및 호흡과 같은 적극적인 생명활동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 어느 정도 수면을 취하지 않을 수 있지만 결국 자야만 한다. 지금까지 가장 긴 시간 동안 수면을 취하지 않은 기록을 가진 랜디 가드너(Randy Gardner)는 당시 17세의 고등학생으로서 자신의 친구들을 증인으로 세워 놓고 276시간 동안 수면을 취하지 않았다. 그는 수면에 들지 않은지 2일째에 초조감과 메스꺼움을 느꼈으며, 4일째는 망상에 빠지기도 했다. 7일째는 몸이 떨리고 발음이 부정확했으며 뇌파에서는 각성을 나타내는 알파리듬이 더 이상 관찰되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랜디는 긴 시간 동안 수면을 취하지 않으면서도 정신적 이상 행동은 보여주지 않았다.


우리는 왜 잠을 자야만 할까. 오랜 연구에도 불구하고 수면이 졸음을 극복한다는 정도의 우스갯소리를 주고받을 수준으로 수면에 대한 연구는 아직 시작단계라 할 수 있다. 생물학적으로 정의하면 수면은 환경에 대한 반응과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감소된 것으로 즉시 역전이 가능한 상태를 이른다. 이 정의에 따르면 전신마취나 혼수상태는 즉각적인 역전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수면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수면시간은 얼마나 될까. 이것은 우리가 아침에 어떻게 느끼는가가 중요하다. 대부분의 성인들은 7~8시간 정도의 수면이 필요하다고 한다. 수면을 길게 취하는 사람도 있고 짧게 취하는 사람도 있듯이 수면시간은 수면의 기능적 효과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수면의 기능에 대해 널리 받아들여지는 이론은 회복과 적응이론이다. 회복이론이란 휴식을 통해 회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면을 취한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수면을 취하지 않으면 심각한 육체적인 그리고 행동상의 문제가 야기된다. 그러면 무엇을 회복시킨다는 말인가. 아직까지 수면에 의해 회복되는 물질이나 생리적 과정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다. 그러나 대뇌피질 같은 뇌 영역은 특정 형태의 수면단계에서만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이에 비해 적응이론에서는, 열악한 환경 또는 침입자나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해 수면을 취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올빼미나 여우가 서식하는 지역에서 다람쥐가 밤에 활동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다람쥐의 최선의 생존 전략은 밤 동안 굴속에서 안전하게 수면을 취하는 것이다. 수면은 에너지를 보존하기 위한 적응이기도 하다. 수면을 취하는 동안 신체는 생존에 필요한 정도의 대사활동만 하고 체온을 낮게 유지하는데, 곰의 동면이 그 예다.


수면은 종종 꿈을 동반하기 때문에 인간에게는 신비의 영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해몽가와 역술인들이 꿈을 해석하며 길흉화복을 점치기도 한다. 잠자는 백설 공주, 한여름 밤의 꿈, 백일몽 등 수면과 그 속에서 생성되는 꿈은 철학, 예술, 문학의 주된 소재이자 과학적 탐구대상이기도 하다. 수면 중에 꾸는 꿈은 무엇인가.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꿈은 가장된 소원성취와 각성 시에는 금지된 성적이고 탐욕적인 욕망을 표현하는 무의식적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의 꿈에 대한 설명은 보다 생물학적인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버드대의 앨런 합슨(Alan Habson)과 로버트 맥칼리(Robert McCarley)가 주장한 활성-합성 이론이 그것이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꿈은 뇌파가 깨어있는 상태처럼 보이는 REM(Rapid Eye Movement) 수면 동안 腦橋(중간뇌와 숨뇌 사이의 부분. 소뇌의 앞쪽에 있으며, 앞부분은 소뇌와 연결되는 섬유 다발에 의해 뇌줄기의 다른 부분보다 튀어나와 있다)의 무작위적인 방전에 의해 유도되는 대뇌피질의 연합과 기억으로 생성된다. 즉, 뇌교의 뉴런은 시상을 통해 대뇌피질의 다양한 부위들을 활성화시켜 영상이나 감정을 유도하고 피질은 상이한 영상을 분별할 수 있는 전체를 합성한다고 한다. 이렇게 볼 때, 합성된 꿈 산물은 뇌교의 무작위적인 활동에 의해 유발되기 때문에 현실적이지 못하고 이주 기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뇌교의 무작위적인 활동이 꿈에 담겨져 있는 복잡하고 불안정한 이야기들을 어떻게 유발하는지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명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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