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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과학 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다섯 가지 제안
세계적인 과학 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다섯 가지 제안
  • 양재현 인하대·수학통계학부
  • 승인 2013.10.21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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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야기 21. 필즈상과 노벨상

아시아 국가 중에서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한 국가는 일본, 홍콩(중국)과 베트남뿐이다. 총 수상자는 5명이며, 이들은 코다이라(1954년), 히로나카(1970년), 모리(1990년)가 일본인으로, 야우(1982년)는 홍콩 태생이고, 응오(2010년)는 베트남 태생이다. 일본 수상자들은 모두 일본 국내에서 학부를 마친 후, 코다이라와 모리는 각각 도쿄대와 교토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히로나카는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야우는 홍콩 중문대 재학 중에 도미해 UCB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응오는 고등학교 졸업 후 프랑스로 건너가 에콜 노르말 쉬페르외르(ENS)에서 학부를 마친 후 파리11대학(Paris-Sud)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노벨 과학상인 경우는 일본이 17명, 호주가 11명, 중국이 4명, 인도가 4명, 이스라엘이 4명, 뉴질랜드가 3명, 타이완, 홍콩과 파키스탄이 각각 1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여기서 노벨 과학상은 생리의학·물리학·화학 분야의 노벨상이다.

세계 경제규모가 15위 이내인 대한민국이 아직도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양정모를 필두로 해 많은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했고, 골프에서는 적지 않은 젊은 낭자들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며 활약을 하고 있다. 이제는 과학분야에서 필즈상과 노벨상 수상자가 탄생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국내의 과학 수준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만약에 이 제안이 수용된다면 가까운 기간(10년) 이내에 노벨상은 서서히 다가올 것으로 믿는다.

첫째, 인재들을 발굴해 저명 과학자의 연구를 뒤쫓아 가는 자세를 지양해 독자적인 자기 자신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며 과감하게 도전하는 연구 환경을 제대로 조성해야 한다. 세계 어느 누구도 모르는 새로운 연구 결과는 수많은 실패를 거쳐서 자연스럽게 얻어진다. 그래서 실패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인재들이 창의성과 다양성을 힘껏 발휘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조성해가야 한다. 예를 들면, 중국 수학자 첸징룬(陳景潤)은 골드바흐 추측의 해결을 위해 도전해 실패했지만, 많은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끈기를 가지고 연구해 이와 관련된 새롭고 혁신적인 수학 진리를 발견했다.

둘째, 평가 제도를 올바르게 수립해야 한다. 인용지수(IF)가 높은 저널에 게재된 논문을 무조건 우대하는 평가 시스템을 지양해야 한다. 젤마노프(1994년), 콘체비치(1998년), 펠레만(2006년) 등의 러시아 수학자는 각각 인종지수가 낮은 저널, <프로시딩>, <arXiv>에 게재된 논문으로 필즈상을 수상했다. 일류 저널에 거절당한 논문이 더 뛰어날 수 있다.

훌륭하고 뛰어난 논문은 남들이 아직까지 하지 않았던 새로운 연구결과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인정받으려면 시간이 흘러야 한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평가 시스템이 허술하기 짝이 없다. 하루 빨리 올바른 평가 제도를 만들지 못하면 높은 수준의 연구를 기대할 수 없어 노벨상은 먼 이웃 나라의 이야기이다.

셋째, 국내외 학술회의, 세미나, 심포지엄을 통해 학계에서 새롭고 혁신적인 결과를 놓고 치열하게 논쟁하는 건전한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인신공격은 못하게 하고, 건전한 학술 논쟁은 학문 진리를 발견 또는 창출하는데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아시아 국가는 유럽·북미 국가와 문화가 달라서 치열한 학문적인 논쟁에 익숙하지 못한 면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적어도 인신공격은 피하면서 진리를 위한 건전한 논쟁 방식의 규칙(rule)을 만들어야 한다.

넷째, 과학 인재를 발굴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필자는 지난 약 30년 동안 수학과 물리학 분야의 인재들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하고 사라진 경우를 적지 않게 보았다. 유럽, 북미, 일본이나 중국의 인구수에 비해 국내에서는 과학 인재가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기존의 이론을 뛰어넘는 우리 고유의 수학·과학 이론을 새롭게 개척해 나간다면 국제 과학 무대에서 선두에 설 수 있다.

다섯째, 국내에서 이루어진 새롭고 독자적인 연구 결과를 사소한 것이라도 연구자를 중심으로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전 세계에 홍보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세계 각지에 여러 연구 기관뿐만 아니라 저명 과학자들과 소통하며 국내에서 이루어진 연구 결과를 끊임없이 홍보하도록 해야 한다.

앞에서 말한 필자의 제안이 수용돼 올바르게 시행된다면 가까운 기간 내에 필즈상과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국내에서 배출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자의 양심, 창의성, 도전정신,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끈기 있게 자신의 목표를 계속 추진하는 능력, 자기 분야에 대한 자부심을 지닌 과학자가 국내에 많이 배출되도록 해야 하며, 이런 과학자를 존중하는 사회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불행하게도 국내에서는 필자에게 학문적으로 롤 모델이 될 만한 학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자기 분야에 뛰어난 업적을 냈을 뿐만 아니라 비전이 있는 양심적인 학자가 우리 과학계를 이끌어 가야한다. 그러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필즈상과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국내에서는 없다.

양재현 인하대·수학통계학부
필자는 캘리포니아대(버클리)에서 박사학위를 했다. 하버드대, 막스플랑크수학연구소 등에서 초청교수를 지냈다. 『소수의 아름다움』,『 20세기수학자들과의만남』등의저서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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