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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외국대학 졸속 추진에 ‘혈세’만 낭비
국내 외국대학 졸속 추진에 ‘혈세’만 낭비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3.10.15 1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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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절반도 못채우고 불법 영어캠프까지

한국뉴욕주립대 등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외국대학 대부분이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면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그 중 한 곳은 폐교를 앞두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외국인 투자와 유학 대체 효과를 기대하며 이들 대학을 유치하기 위해 190억원을 투자했지만 혈세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관위원회 소속 유기홍 의원(민주당)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외국대학 운영 현황’에 따르면, 현재 운영되고 있는 외국대학 3개 모두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외국대학에는 전남 광양경제자유구역청에 설립된 네덜란드 국제물류대학 한국캠퍼스(STC-Korea)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에 세워진 독일 국립대학 FAU부산캠퍼스( FAU-부산),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개교한 한국뉴욕주립대가 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한국뉴욕주립대 컴퓨터학과 박사과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정원을 40%밖에 채우지 못하고 있다. 2011년 개교한 FAU부산캠퍼스는 화학생공학부 대학원 과정 정원이 100명이지만 재학생은 38명뿐이다. 지난해 문을 연 한국뉴욕주립대도 학부·대학원 5개 과정에 126명만 재학하고 있어 정원 320명을 크게 밑돌았다. 심지어 이 대학 컴퓨터학과 석사과정은 정원이 100명인데 재학생이 불과 2명이다.

이 대학들은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008년 이후 설립됐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외국교육기관의 설립기준을 국내 대학보다 크게 완화하고 법인세 면제, 예산 지원 등 재정 혜택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 3개 대학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한 예산만 189억600만원에 달한다.

특히 국내 최초의 외국대학인 네덜란드 국제물류대학은 교육부에 폐교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대학은 해운운송학 대학원 과정을 개설했지만 40명 정원에 절반인 20명밖에 채우지 못했다. STC-Korea 측은 ‘학생 수요가 제한적이어서 수년간 많은 적자를 양산했고, 자구책 마련을 위해 정부나 대학들의 지원과 협력을 요청했으나 반응이 없어 떠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STCKorea가 폐교되면 최대 지원받을 수 있는 기간인 5년을 채우자마자 한국을 떠나는 것이어서 우리나라의 교육 국제화나 외국인 투자 유치에는 기여가 거의 없게 된다.

최근에는 한국뉴욕주립대가 고액의 영어합숙캠프를 불법으로 운영하다 적발돼 교육부로부터 지적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유 의원은 “국내 외국대학들이 입학생이 부족해 대학재정이 어렵게 된 이유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확한 사전 수요조사 없이 경쟁적으로 유치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라며 “외국대학 유치가 졸속으로 추진되면서 국민 혈세만 낭비했다”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면밀한 사전 수요조사와 설립승인 요건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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