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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후세력이 있는지 물어요.
이제 그런 파벌 갈등이 없어야 발전을 하겠죠”
“배후세력이 있는지 물어요.
이제 그런 파벌 갈등이 없어야 발전을 하겠죠”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3.10.07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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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재단 개혁’ 촉구 나선 전길자 교수협의회 회장

“이화여대가 발전하려면, 한 특정인의 지배에서 벗어나 전근대적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이제 정말 변해야 살 수 있다.”

사립학교법에 따라 설치를 의무화한 대학평의원회를 지난달 24일, 8년 만에 출범시킨 이화여대. 이 대학의 교수협의회(이하 교협)는 대학평의원회 교수대표 선출 문제를 놓고, 이화여대 재단의 지배구조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이화여대 교협은 지난달 27일, 대학평의원회 교수대표 선출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냈다. 이화여대 교협이 학내 문제로 법적인 소송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화여대는 지난달 9일, 교무처장을 통해 대학평의원회 교수대표(교수평의원)를 9월 13일까지 선출해 달라는 이메일을 전체 교수들에게 보냈다. 9월 16일에는 각 단과대학의 교수회의를 통해 선출된 19명의 교수대표 후보 가운데 4명의 교수대표를 확정했고, 9월 24일에는 교수ㆍ직원ㆍ학생ㆍ동문 등 11명으로 구성된 대학평의원회를 출범시켰다. 대학평의원회 구성을 위한 교수대표 선출을 알린지 보름여만에 구성원을 완료한 것이다. 이화여대는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개방이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개방이사 선임 작업에도 나섰다.

이화여대가 이처럼 8년째 미뤄오던 대학평의원회를 긴급히 구성하고 개방이사 선임에 나선 것은 교육부가 지난 6월부터 개방이사를 선임하지 않은 대학에는 신규 이사 취임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방침을 정한 때문이다. 이화여대 현 이사장의 임기가 10월에 끝나는데, 이사장 재임을 위해서는 대학평의원회 설치와 개방이사 선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교협은 대학평의원회 교수대표 선출과정과 교수대표 4명 중 3명이 학장으로 선출되면서 본격적인 문제제기에 나섰다. 교협이 제기하는 문제점은 이렇다. 대학평의원회와 개방이사제 도입은 대학운영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고, 대학운영과 재단의 전횡을 견제하는 기구다. 따라서 민주적 대학운영을 위해 교수 자치기구로서 ‘교수평의회’를 구성하고, 대학평의원회 교수대표는 교수평의회에서 선출돼야 하며, 교무위원이 아닌 평교수로 구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화여대 교협은 이번 교수대표 선출을 무효화하고, 교수 자치기구로 학칙기구인 교수평의회를 구성해 교수대표를 다시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학 측은 “이번 선출절차가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한 채 진행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학칙에 교수회의라는 조직이 있는데, 새롭게 교수평의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는지 논란이 분분했고, 교수평의원은 교수 전체를 대표하는 것이지, 교수 중 특정 계층(평교수)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전길자 이화여대 교수협의회 회장
이화여대 교협 회장을 맡고 있는 전길자 교수(60세, 화학나노과학과ㆍ사진)는 이번 교수대표 선출 문제는 이화여대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이뤄야 하는 민주화 문제라고 했다. 전 회장은 “최근 20년 이상 한 특정인이 학교법인인 이화학당을 독점적으로 지배하면서 고질적으로 학내 구성원간의 파벌과 갈등을 야기했다”며 “이번 교수평의원 선출 문제 또한 특정 집단의 독점적 지배를 영속화시키기 위한 무리수였다”라고 비판했다.

전 교수가 말하는 ‘특정인’은 1990년 이화여대 총장을 맡은 뒤부터 23년 동안 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윤 모 이사를 말한다. 총장 임기를 마친 1996년부터 17년 동안 명예총장, 2000년부터 11년 동안 이화학당 이사장을 지냈다. 현재는 이사직을 맡고 있다.

전 회장은 “비합리적이고 구태의연한 대학운영으로 이화의 위상이 날로 추락하고 있다”라며 “학교법인 이사회는 그동안 변화와 혁신을 뒤로 한 채 고여 있는 물의 형국을 보이고 있다. 법인 이사 6명 중 4명이 법학 전공으로 이뤄져 지나친 편중성을 보이고 있고, 다변화돼 가는 시대적 요구에 따른 다양한 정책 결정에 한계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전 회장은 윤 모 이사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이화여대 이사회 구성을 다양화하고, 그 규모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 회장은 “새롭게 이사회에 들어올 개방이사는 오랜 기간 윤 이사에 의해 사유화돼 온 재단을 개혁할 의지와 능력을 가진 인사로 추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회장은 “제가 이런 문제제기를 하니까 혹시 뒤에 배후세력이 없는지 물어봐요. 그래서 전임 총장들도 평가하자고 했다”며 “전임 총장 중에 어느 누구도 개방이사로 들어올 자격은 없다. 그래야 다음 총장도 특정 세력에 얽매이지 않고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 김선욱 이화여대 총장의 임기는 내년 7월까지다.

이화여대 교수 997명 가운데 142명이 이화여대 교협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전 회장이 재단 문제를 제기하며 나서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교수들 사이에 이제 이런 체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많다. 대학당국이 함부로 추진을 해도 이화여대 교수들은 지시하면 무조건 따라야 하는 줄로 아는 것 같다. 목소리를 낼 수도 없고, 교협 회원이 되기도 두려워한다. 이화여대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나하는 생각이 든다.” 이화여대 교협은 학교 내부의 문제가 외부에 알려지는 게 부끄러워도 문제점은 드러내고, 잘못된 것은 도려내 다시 출발하자는 것이 큰 방향이라고 했다.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도 대학평의원회와 개방이사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전 회장은 이화여대의 이번 문제제기가 다른 대학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 입법 취지에 맞게 상식적으로 대학평의원회가 구성되고, 제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 개정으로도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전 회장은 교협 회장을 맡고 나서부터 느끼는 것이 많다. 대학이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데, 과연 대학이 이 사회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리더가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대학운영이 너무 후진적이에요. 서로 협의하며 가야 하는데 이렇게 감춘다고 됩니까?”

전 회장은 민주화의 가치도 새롭게 느끼고 있다. “요즘 느끼는 건, 조금 늦게 가더라도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가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그동안 우리는 너무 바빴어요. ‘빨리 빨리’하면서 여기 까지 왔어요. 그런데 그 부작용과 후유증이 너무나 큰 거예요. 치유를 하는 데 드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듭니다. 좀 느리게 가더라도 구성원 전체가 합의하면서 민주적으로 가는 것이 맞아요. 그게 비용을 덜 치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 회장은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을 지내고, 현재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이화여대에서 박사까지 마쳤다. 이화여대 학생처장을 지냈다.  ‘서울 8개 대학 교수협의체 연합회’ 회장도 맡고 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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