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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파괴 낳는 아마추어리즘의 힘
창조적 파괴 낳는 아마추어리즘의 힘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3.09.30 12: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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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29) 해커 정신

아이폰 5S와 5C가 화제다. 특히 해커들의 관심이 지문인식 기능에 쏠렸다. 5S에 탑재된 지문인식 기능‘터치 ID’때문이다. 참고로 5S와 5C의 ‘S’와 ‘C’는 각각 센서와 컬러를 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해커들은 이미 새 제품 출시 전부터 아이폰 5S를 맞이할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관련 내용「해커들, 아이폰 5S의 지문인식 기능을 크래킹하길 원하다(Hackers eager to crack fingerprint scanner on iPhone 5S)」. 참조) 지문인식 스캐너 기능을 제일 처음 크래킹하려는 시도다. 지문인식 스캐너는 아이폰의 주인이 홈버튼에 주인의 지문을 대면 잠김이 풀리는 기능을 갖고 있다.

해커들의 관심 부른 지문 생체인식

SF영화에서처럼 개인 전자기기에 생체인식이 널리 쓰일까. 아이폰의 지문인식 도입은 생체인식 보편화에 주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해커들의 경쟁과는 별도로, 애플사는 지문인식이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길 원하고 있다.

해커들의 경쟁 열기에 더해, 보안 전문가 그룹과 한 마이크로 벤처 캐피탈 회사는 처음으로 해킹에 성공하는 사람에게 상금을 수여하기로 했다. 1만3천 달러(약 1천4백만 원)와 부상이 마련돼 있다. 전·현직 해커들은 밤을 새워 아이폰의 새로운 기능을 해킹해보고자 한다. 지문인식 기능으로 아이폰을 해제할 수 있는데, 보안 전문가들은 모바일 구매 등 민감한 정보에 노출되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한편, 2007년 애플이 최초의 스마트폰을 출시 후 화이트 햇은 아이폰, 아이패드, 앱스토어의 복잡다단한 보안 이슈들을 발견했다. 이들 덕분에 아이폰은 혁신의 상징이 됐다.

우리에겐 해커 정신이 필요

결국, 아이폰 5S의 지문인식 기능은 이틀 만에 해킹됐다. 이미 유튜브에는 아이폰 5S의 지문인식 기능을 해킹한 내용의 동영상과 패러디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상금은 독일의 스타버그(Staburg)에게 돌아갔다.(http://istouchidhackedyet.com참조) 그는 독일의 해커 집단인 카오스 컴퓨터 클럽(CCC)에서 활동한다. 해킹은 아이폰 화면 표면에서 지문을 채취한 후 실리콘 고무에 복제해 가짜로 지문을 만들어 가능했다.

애플의 보안시스템이 뚫려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반면 IT전문 블로그 테크크런치(http://techcrunch.com/)는 지문의 해상도 등을 언급하며 해킹 방법이 결코 쉽지 않음을 상기시켰다. 지문인식이 스마트폰 보안 발전에 한 획을 그은 건 사실이라는 것이다.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며 주목할 점은 바로 ‘해커 정신’이다. 해킹이란 말은 몰래 보안을 뚫고 정보를 캐내는 의미로 부정적 의미가 강하다. 이 때문에 해킹과 크래킹, 화이트 햇과 블랙 햇 혹은 핵티비스트를 구분해서 쓰기도 한다. 초창기 해커들은 범죄의 목적보다는 주로 개인적인 즐거움으로 정보에 침투하고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앨런 튜링부터 리처드 스톨만, 스티브 잡스와 마크 주커버그 등은 모두 해커들이다. 주커버그가 해커 정신(The Hacker way)을 강조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정보 보안 개론』(양대일, 한빛미디어 刊, 2013)에 따르면 해커의 핵심 능력은 “다르게 생각하기,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각하기”이다. 해커라는 말은 MIT의 한 동아리에서 유래했다. 해커는 “똑똑한 결과를 만들기 위한‘창조성(hack)’을 적용하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정지훈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장은 스튜어트 브랜드를 인용하며, 모든 것을 치밀하게 계획하는 플래너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해커(Hacker)’를 설명했다. “즐거움에 이끌려 임의적으로 새로운 혁신을 하거나 발명하는 사람”이 바로 해커다.

다름+즐거움+창조 = 혁신과 발명

해커 정신은 아마추어리즘으로도 충분하다. 새로운 창의성이 발현되기 위해선 꼭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무언가에 이끌려 재미를 위해 취미에 목숨 걸기.

이해하는 척하며 보여주기보다는 본질을 꿰뚫기 위해 한 가지에 몰두하기. 확신에 찬 아이디어에 모든 것을 걸고 전념하기. 진실이 아니면 상대조차 하지 않는 신념 갖기. 다른 생각과 관점으로 바라보기. 해커 정신은 인문정신이자 과학정신이고 예술혼이다.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해커 정신이 필요하다. 흐르는 물이 얼지 않듯이, 과학기술이 계속해서 삶을 혁신하고 성공시키기 위해선 여기 저기 해커들이 존재해야 한다. 해커들은 삶을 바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창조경제를 통해 국력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더더욱 해커 정신을 돌아봐야 한다. 해커는 결과보다는 과정에 더 집중하고, 성과보다는 자각에 관심 갖는다.

해커는 1등이 결코 아니다. 물론 코드와 아이디어가 결합된 최종 프로덕트로 판가름 나는 게 해커들의 세계다. 이러한 창조는 자발성과 공정한 경쟁, 공유와 혁신에서 비롯된다.

해커야말로 디지털 유목민이자 창조적 파괴자이다. 돈을 벌기 위해 혁신하고 서비스를 만드는 게 아니다. 세상을 진일보시키는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돈을 번다. 주커버그의 말이다. 공허한 논쟁보다 구체적인 코드 한 줄이 세상을 변화시킨다(Code wins argument)는 일침은 의미심장하다. 사이버 망명과 규제를 위한 규제의 현실 속에서 다시 한 번 해커 정신을 고민해보게 된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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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태석 2017-08-01 11:24:42
발명은 새로운 문명의 개척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