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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을 분석적 구도에서 설명하는 ‘관계교환경제학’ 제시
정책을 분석적 구도에서 설명하는 ‘관계교환경제학’ 제시
  • 이성섭 숭실대·글로벌통상학과
  • 승인 2013.09.23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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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년퇴임 교수의 마지막 강의 下

제도문제를 중심개념으로 다룰 한국제도·경제학회(KIEA: Korea Institution and Economics Association)가 2002년 설립됐다. 필자가 Public Choice Center에서 돌아온 뒤 2004년 가을부터 본 학회의 회장을 맡으면서 학회활동이 본격화됐다. 학술지 <제도와 경제>는 2007년 창간호를 내게 된다. 필자는 창간호의 권두논문(이성섭 2007, op. cit.)을 쓰는 영예를 가졌다

주류 경제학의 오류

관계교환경제학(RXE: relation exchange economics)은 경제학 사고의 지평을 한 차원 넓히는 시도이다. 주류 경제학은 최적화-균형분석의 접근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것은 극히 예외적 상황에서만 가능하다. 즉, 재산권이 완전하게 정의되고 집행되는 경우 또는 사람들 사이에 완전한‘공감-동의(SCF: sympathy-consent free)’가 이뤄질 때이다. 현실적으로 재산권은 완전하게 정의되거나 집행될 수도 없고, 사람들 사이의 공감-동의는 언제나 불완전하다.이런 현실에서 최적화 행동은 불가능하며 최적화에 기반을 둔 균형분석을 고집할 수는 없다. 사람들은 신뢰(trust), 즉 공감-동의에 입각한 관계교환 행동을 한다.

관계교환경제학은 경제학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접근방법이다. 관계교환경제학은 정책연구의 분석기반을 한 차원 넓혀준다. 관계교환이 가치교환 보다 더 근원적이다. 관계교환경제학과 주류경제학은 대체적이지 않다. 주류경제학은 관계교환경제학의 특수상황 부분집합이기 때문이다. 관계교환의 시각으로 보면 더 넓은 차원의 시야가 확보되기 때문에 주류경제학 분석이 갖지 못한 시각을 확보할 수 있다. 시장 가치교환이 아닌 관계교환활동이 기본적 교환활동으로 간주되게 된다. 또한 법치와 교환활동 간의 관계가 설명되고 사업심(entrepreneurship)이 설명된다.

지난번에 언급한 바와 같이 관계교환경제학이라고 소개될 열린경제학(OSE: open system of economics) 연구는 필자가 필생의 연구주제로 잡았던‘정책을 분석적 구도에서 어떻게 설명해낼 것인가?’에 대한 결론에 해당 한다고 할 수 있다.‘ 관계교환경제학’ 그리고 ‘공감-동의 차원(SCD:sympathy-consent dimension)’으로 경제학은 정책(동시에 사업심: entrepreneurship)을 분석적 구도에서 설명해낼 수 있는 이론기반을 갖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관계교환경제학으로 주류경제학은 미래와 연결되는 출구(gateway)를 확보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필자는 미국서부경제학회(WEAI: Western Economic Association International)에서 관계교환경제학 논문을 발표했다. 또한 현재 영문저서를 출판하기 위한 마무리 작업 중이다.

닫힌 경제학의 근본적 문제는 결정적 시스템(determinate system)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비록 stochastic한 형태이더라도 미래가 예측 가능해진다. 따라서 균형분석이 가능하며 이것이 경제시스템을 균형해의 틀에 갇히게 만든다. 이 결정적 시스템에서는 정부정책의 역할이 없고, 사업심의 역할도 정의될 수 없다.

‘공감-동의 차원’을 도입하면, 개인은 예컨대 신뢰에 입각한 관계교환활동을 하게 된다. 관계교환활동은 최적화(optimization) 의사결정이 아니라, 만족화(satisficing) 의사결정이며, 경로의존적(pathdependent) 행동이다.

이 세계는 최적화-균형으로 설명되는 세계를 극단적 부분집합(SCF)으로 포함하는 만족화-비균형의 세계, ‘공감-동의 차원’을 새로운 분석의 차원으로 포함하는‘열린 경제학’의 세계이다. 열린 시스템에서는 비결정적 시스템(indeterminate system)이다. 따라서 미래는 어떻게 발전될지 가늠할 수 없다. 즉 예측이 불가능하다.

최적화 의사결정 아닌 만족화 의사결정으로

이 세계에서 개인의 행동은 최적화-균형 시스템에 지배되지 않는 새로운 자유도(degree of freedom)을 갖게 된다. 결정적 시스템에 얽매이지 않는 개인의 자유행동은 법치의 원리에 의해서 영향을 받게 된다. 즉 관계교환이라는 공감-동의 차원의 원리, 예컨대 신뢰에 제약을 받는다. 이것이 경로의존성의 세계이고, 공감-동의의 세계이고, 관계교환의 세계이다.

이 세계에서는 교환을 활성화하는 방향의 제도화 또는 투자가 논의될 수 있다. 이것은 정책을 입안하는 접근방법에서 근본적 차이를 준다. 필자는 그간 관계교환경제학의 저작을 편집해 저서로 출판했다.

정책연구에서 핵심적 개념이 ‘사업심(entrepreneurship)’이다. 문제는 주류경제학에 이 개념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의 실패가 있을 때 정부정책이 정당화된다는 잘못된 주장이 나타난다. ‘열린 경제학’은 최적화-균형분석에 국한된 주류경제학을‘공감-동의 차원’의 일반적 상황으로 확장시키는 접근방법이다.

따라서 열린 경제학에서는 사업심, 비즈니스 모델이 분석적으로 설정된다. 이 구도에서 leverage factor로 자본축적, 기술발전, 인지발달, 도시화, 교육, 제도, 법-도덕, 표준화 등의 역할이 파악된다. 정부정책이 설명된다. 닫힌 경제학에서는 정부정책이 역할을 발휘할 영역이 존재하지 않는다.

KDI School은 2007년 한국의 산업화 경험을 정리해 개도국 정책수립자들에게 교육하기 위한 목적의 교재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 project(재경원 발주)에 중화학공업화 분야 연구자로 필자를 선정했다. 그 결과물이 다음의 저서이다. 『Cases and Analyses of the Heavy-Chemical Industrial Policy Promotion Policy(1973-79) in Korea, Ministry of Strategy and Finance and KDI School of Public Policy and Management, 1-114.』이 내용은 정리되어 영국출판사 Routlege에서 지난 2008년 출판됐다.

이성섭 숭실대·글로벌통상학과
뉴욕주립대에서 박사를 했다, 한국경제학회 부회장, 한국제도경제학회장, 경실련 정책위원장 등을 역임했고 지난달 숭실대를 정년퇴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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