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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기술의 공공성과 검색되지 않을 자유
검색기술의 공공성과 검색되지 않을 자유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3.09.04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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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26) 정보검색

“검색엔진이 플랫폼으로 진화하며 인간의 인식도 진화시켜야 한다.” 한 블로거 (몽달이 블로그, http://blog.meson.kr/366)는 검색엔진의 진화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강조한다. 검색엔진이 검색기술로서만 존재해선 안 되고 공공성을 담보하며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검색기술이 사회적 가치에 부합해야 한다. 원본을 인용 없이 복사해서 포스팅하거나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 정화 기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는 검색엔진이 좋은 플랫폼으로 진화하려면 중재자로서 작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용자들이 잘못된 정보에 순식간에 휩쓸린다면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패혈증’이 아니라 ‘폐혈증’이 검색돼 재생산된 사례가 있다. 그에게 진화란 “다양성을 통해서, 다양한 사용자의 참여로 최적의 방식을 찾아가는 항상 변화하는 동적인 상태”를 뜻한다.

사용자 참여로 최적의 방식을 찾다

플랫폼이란 예측하고 원리를 찾기 위한‘검색엔진의 모델링’이다. 가장 좋은 정보를 찾기 위해 다음 세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정보의 단편성 : 양질의 정보를 찾는 것은 얼마나 많은 양질의 키워드에 따라 좌우된다. △정보의 휘발성 : 시간에 따라 정보의 질이 달라진다. △정보검색에 대한 최적화의 한계성 : 정보의 상황이 변경되거나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면 새로운 경로를 찾아야 한다(이상 몽달이 블로그 포스팅‘검색엔진의 진화 - 플랫폼을 통한 인식의 진화’참조).

정보검색의 관문으로 생겨난 포털사이트. 그런데 네이버와 다음 등 대형 포털의 인터넷 골목상권 위협 문제가 최근 도마에 올랐다.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포털사이트가 문제가 된 사안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광고와 검색 결과에 대한 분리 문제 △미디어로서 역할 하는 포털사이트의 편집권 문제 △자체 플랫폼을 이용한 벤처 및 창의적 아이디어 등 위협 등이다. 문제의 핵심에‘검색’이 자리한다. 이 때문에 포털의 본질적 기능인 검색을 기술에만 의존할 수 없다. 과학기술의 산물인‘검색’에 사회적 협의가 필요해진 셈이다.

사회적 협의가 필요해진 ‘검색’

전문가들은 법적 규제보다는 협의체를 통한 견제와 가이드라인 제시, 소비자 중심의 정책 등 신중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검색엔진의 알고리즘이 공정할 수 있다는 건 ‘환상’이라고 지적하면서 법적으로 미디어인 대형 포털의 권한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그에 따른 사회적 책임도 뒤따라야 한다. 구글조차도 페이지 랭크 등 검색 알고리즘의 일부만 공개하고 있다. 페이지 랭크는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중요도에 따라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기술로써 구글을 탄생시킨 원동력이다. 많이 링크돼 있으면 중요도가 높아지는 것이 기본적 개념으로 학술 인용지수와 빈도수를 생각하면 쉽다.

‘포털’은 14세기 후반 입구, 관문을 뜻하는 고대 프랑스어 ‘portal’(현대 프랑스어로는 portail)에서 유래했다. 포털은 항구를 뜻하는 ‘포트(port)’와도 연관된다. 포트는 컴퓨터 주변장치와 연결 부분 혹은 통신을 위한 정보의 출입구 역할을 한다. 이러한 유래에서 파생된 포털사이트는 현재‘검색’이라는 필수불가결한 기술로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다.

검색기술은 사용자들에 의해 중요도가 결정되며 사용들이 콘텐츠를 만든다. 따라서 공공성을 띨 수밖에 없다. 『우리는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로 간다』(팔란타리 2020 지음, 웅진윙스, 2008)에 따르면, 1세대 검색은 디렉터리 형식, 2세대 검색은 웹페이지 간의 연결 구조로 관련도를 결정해 알려주는 형식, 3세대 검색 방식은 다른 이용자들의 이용 상황을 고려하는 유형의‘소셜 서치’형식이다. 카페, 블로그, SNS 등 갈수록 너와 나의 이용 행태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검색기술은 공공재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익명으로 검색한다'는 기치하에 사생활 보호를 원칙으로 삼고 있는 검색 서비스 '덕덕고'

최근 BBC는 구글의 대항마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Google: Alternatives to the search giant). 마이크로소프트의 ‘빙’이나 러시아의 대형 포털 ‘얀덱스’, ‘네이버’ 등이 소개됐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덕덕고’(https://duckduckgo.com)라는 검색 서비스이다. ‘덕덕고’는 “익명으로 검색”한다는 기치 하에 사생활 보호를 원칙으로 삼고 있는 검색기술이다. 검색되지 않을 자유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 사이트는 구글이나 MS 등이 미국 NSA에 데이터를 제공한 후 반사효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침묵할 수 있는 권리

‘ungoogleable’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는 신조어로 영어사전에 등록돼 “인터넷 검색엔진(특히 구글)에 자신의 이름을 검색했을 때 아무런 정보가 나오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좀 더 확장하면 검색되지 않는 것 혹은 않을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BBC에 따르면, 해외에는 인터넷 평판을 관리해주는 회사가 있는 모양이다. 물론 이를 악용할 여지는 있다. 하지만, 검색되지 않은 자유는 좀 더 근원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다. 영국 옥스퍼드인터넷연구소의 랄프 슈로더 교수는“중국의 민주주의 수호 활동가들이 탄압을 피해 익명의 웹사이트를 운영할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과학기술로 인해 정보에 접근하는 관문이 생겨났다. 모든 사용자가 들어설 수밖에 없는 관문으로서 포털은 공공성을 지닌다. 완전한 공공성이 아니라면 적어도 준공공성은 띤다. 아울러, 정보를 만들어내고 사용하는 나로서는 침묵할 권리와 더불어 검색되지 않을 자유가 필요하다. 관문의 주체와 객체는 사용자인 나이기 때문이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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