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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영화 그리고 창극 … 한가위에 찾아온 감동의 소리
소설과 영화 그리고 창극 … 한가위에 찾아온 감동의 소리
  • 송현민 음악평론가·이런저런무대연구소 소장
  • 승인 2013.09.03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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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_ 국립창극단의 창극 「서편제」

 

▲ 사진제공=국립극장

 

‘9월’ 하면 ‘가을’과 ‘한가위’가 떠오른다. 어쩌면 이번 한가위에도 TV에서는 영화 「서편제」(1993)가 어느 채널에서건 한번은 반드시 방영될지도 모를 일이다. 「서편제」는 한가위 연휴의 여흥을 느끼게 해주는 ‘옵션’이 돼가고 있다. 국립창극단이 2013년 5월, 봄의 무대에 새롭게 내놓았던 창극 「서편제」가 9월 가을의 무대에 다시 오른다. 13일부터 21일까지.

세어보니 연휴인 18일(수), 19일(목), 20일(금)에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올라 이 지면에 더욱더 소개하고 싶어졌다. 사실 밥 먹듯이 공연 보고, 글 쓰는 필자의 직업상 생각해봐도 명절 연휴에 다 같이 모인 가족들과 영화 관람을 한 적은 있어도, 공연 관람을 한 적은 없었는데.창극 「서편제」의 줄기는 영화 「서편제」에, 그리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청준의 단편소설 「선학동 나그네」(1979)와 닿아 있다.

이청준의 「선학동 나그네」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도 만날 수 있는 작품. 그래서 창극 「서편제」의 줄거리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이 지면에 대한 낭비가 아닐까 생각한다. 국립극장에서 발행한 선전용 리플릿에도 이렇게 밖에는 안 나와 있다. “소리를 위해 딸의 눈을 멀게 하는 유봉, 아비를 원망하지만 소리로써 더 큰 세상을 품게 되는 송화, 어미를 죽게 한 아비의 소리와 씨다른동생이 애틋해진 동호…” 여기서 뒤에 붙은 생략부호(…)는 이제 이 이야기는 누구나 다 알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 했을 것이다.

광대들의 소리와 ‘뒷광대’들의 노련미가 일군 무대
이번 봄에 오른 무대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올 봄에 초연시 주연과 조연을 맡았던 이들이 고스란히 배역을 맡았다. 영화에서 송화는 어린 송화와 중년 송화로 나눠졌는데 창극에는 어린 송화(민은경), 중년송화(김미진, 이소연), 그리고 노년송화(안숙선, 김금미)가 등장한다. 노년송화의 등장은 이미 영화와는 차별점을 가진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리고 어린동호 역에 김준수, 중년동호 역에 임현빈과 이광복, 유봉 역에 왕기석, 엄마 역에 박애리가 출연한다. 달라진 점을 굳이 꼽아야 한다면 배우들의 무르익은 성음과 연기력이 아닐까. 그리고 배우의 기량이 절대적으로 소리 구현력에 있다는 점에서 캐스팅에 따른 작품의 맛도 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연극이나 뮤지컬 뿐만 아니라 창극 또한 마찬가지다. 그래서 배우의 선택이 중요하다.

2013년 초, 국립창극단은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젊은 피를 수혈, 6명의 젊은 단원을 10여년 만에 기용했다. 그래서 주요 배역에 기성단원과 신입단원을 배치해 관객의 선택 폭을 넓혔다. 소리에 쌓인 연륜과 ‘올드’한 멋을 느끼기 위해서는 기성단원의 출연을, 참신성 및 실험적인 맛과 연기력을 느끼고 싶다면 신입단원이 출연하는 것을 택하면 된다. 그래서 과감히 말하자면 중년송화역의 김미진과 중년동호역의 임현빈이 전자에 해당하는 한 ‘세트’라면, 이소연과 이광복이 그와 다른 맛을 안겨줄 ‘젊은 피’인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추천을 해달라고 한다면 필자는 이소연의 무대를 권장하고 싶다.

 2011년, 아힘 프라이어 연출의 「수궁가」에서 토끼 역, 2012년 「배비장전」 애랑 역을 거치면서 이제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소리꾼이다. 극적 연기력의 구사가 정말 놀라우며, 아마 그녀로 인해 창극을 사랑하게 되는 팬들이 많이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창극 「서편제」는 일단 내로라하는 이들이 다 모인 작품이다(영화의 스크린이나 공연장의 무대라는 사각의 저수지로는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들이 모이지만 그 곳으로는배우 외에도 많은 예술가들이 의기투합 한다.

이쯤 되니 무대에 서는 배우 외의 뒤에서 작품을 쌓아 올리는 스태프를‘뒷광대’라 했던 무대미술가 이병복의 말이 떠오른다). 대본은 대산문학상과 차범석희곡상을 거머쥔 극작가 겸 평론가 김명화가 썼다. 그녀는 원작자 이청준이 지닌 특유의 깊이를 무대의 언어로 순치시켜 품격 있게 품었다. ‘윤호진의 창극 「서편제」’라고 불러도 될만큼 연출가 윤호진은 이번 작품의 중추선이다.

윤호진은 창작뮤지컬 「명성황후」를 필두로 이후 「영웅」 등 한국창작뮤지컬들을 연출·제작하며 한국 뮤지컬 역사에 굵은 획을 그은 이. 작곡·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양방언의 무게도 만만치 않다. 그의 대표작「프론티어(Frontier)」는 TV 라디오에서 많이 접할 수 있다. 그는 영화 「서편제」의 속편인 「천년학」(2007)의 O.S.T.를 맡기도 했다. 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이자 판소리계의 ‘프리마 돈나’인 안숙선 명창은 노년송화 역으로 출연해 극의 대미를 장식한다.

영화로 예습하고 관람한다면 효과 만점
창극 「서편제」는 뮤지컬에 비유한다면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作唱 대신 상황에 맞게 「적벽가」 「춘향가」 등 판소리의 중요한 대목과 다양한 민요를 넣어 한편의 음악극으로 짠 것이다. 작품 관람을 위해 예습을 한다면 「춘향가」와 「적벽가」, 「심청가」를 모두 들어보면 정말 좋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영화 「서편제」를 다시 한 번 보고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런 대목들은 확연한 차이와 그에 따른 재미를 제공한다. 영화에서는 송화와 동호가 밤새 소리를 섞고, 다음날 서로가 품은 恨이 다치지 않게 아무 일도 없이 헤어진다. 아마도 이 대목은 임권택 감독이 ‘속편’을 예고하는 것이 아니었는지. 하지만 창극에서는 송화와 동호가 함께 “떴구나!”라며 내지르는 소리와 함께 그들 위로 하얀 조명이 사방에 흩어진 빛가루처럼 번쩍한다. 그들이 겪었을 그리움과 애환이 무대미술과 화려한 영상기법으로 해소되는 느낌이 확실하다.

이렇듯 창극 「서편제」의 묘미는 영화 「서편제」를 알고 있을 때, 그 맛과 질이 살아난다. 판소리가 중심인 창극이라고 귀만 열어서는 안 된다. 눈도 크게 떠야 한다. 박동우가 꾸민 무대를 장식하고 있는 한지들은 때로는 조각품처럼 보이고, 한지 특유의 흰 색이 영상을 받아 너울거릴 때는 환상적인 효과가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디테일한 무대효과보다는 동양적인 풍경을 영상으로 그려내는 큰 씬이 많기 때문에 좌석을 비교적 1층의 뒷 열이나 2층의 앞 열을 잡는 것도 좋을 것이다.

배우들 또한 마이크를 착용하기에 무대와 먼 좌석에서도 소리의 청량감은 충분히 살아 있다. 12일에는 작품을 미리 ‘예습’할 수 있으며, 무대에서 느끼는 감동과 다른 재미를 선사할 공개리허설과 극장체험 선착순 무료로 진행한다고 한다. 올 가을과 한가위 연휴 동안 오를 「서편제」가 한국의 공연계에서 얻은 풍성한 수확이 아닌지.

국립창극단의 「서편제」 2013년 9월 13~21일, 국립극장 해오름 9월 13일 오후 8시 9월 20일 오후 3시/8시 9월 16~17일 공연 없음


 

송현민 음악평론가·이런저런무대연구소 소장

bstso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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