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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암 치료전문 퇴직교수의 辯“작은 도움이라도 필요하다면 …”
어느 암 치료전문 퇴직교수의 辯“작은 도움이라도 필요하다면 …”
  • 이종화 연세의대 명예교수·내과학
  • 승인 2013.09.03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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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릴레이 에세이


작년 8월 말에 연세의대를 퇴직했으니 어느덧 1년이 다 돼 갑니다. 퇴직 1개월 뒤부터 안식일 재림교에서 경영하는 삼육서울병원과 남양주 에덴요양병원에서 암환자 진료를 담당하게 돼 현역시절에 못지않게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과거 대학병원에서는 보지 못했던 암환자들의 암과의 싸움을 더 실감나게 보게 됐고 환자들의 입장에 더 가까워 진 상태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의사와 같은 의료인들은 환자들을 위해 존재한다고 하겠는데 이전에 다소 직업적으로만 그분들을 상대해 온 것이었다면 ,이제는 좀 더 인간적인 관심을 가지고 환자분들을 대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자주하게 됩니다. 이전에 대학이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여러 가지 보호를 받으며 큰 어려움이 없이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저에게 큰 혜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의 고유한 기능인 학문 연구와 후학 양성 외에 사회봉사의 책임을 잘 완수하기 위한 큰 배려의 결과였다고 하겠습니다.

우리 의학은 의료를 통해 직접 사람에게 그 혜택을 줄 수 있는 좋은 자연과학의 한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은 선진 국가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는 그 동안 수많은 의학의 개척자들의 노력이 있어 왔고 우리나라의 경제력이 크게 향상돼 의료계에 지원도 같이 이뤄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높은 의료 혜택을 받기 위해 외국인들도 많이 와서 진료를 받고 있으며 또 여러 국가에도 의료 수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의료를 통해 우리나라의 국위를 높이고 부수적으로 경제적인 이익도 얻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국민들의 상당수는 빈곤층에 속해 있고 특히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빈곤층이 더 증가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일반 국민을 위한 국민 건강 의료 보험제도가 확립돼 있고 빈곤층을 위한 의료 보호제도도 운영하고 있으나, 그 내용을 보면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미진한 부분을 더 많이 보강해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될 때 한국은 명실상부한 복지국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의료인들은 정성을 다해 환자를 돌보고 과거처럼 돈이 없어 병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시설과 인력이 유수한 대학병원에도 원하는 경우에는 누구나 가서 진료를 잘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衣食住 다음으로 인간에게 긴요한 의료적인 필요를 충족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암환자와 같은 중증 질환은 일단 발병하면 쉽게 치료가 잘 되지 않고 환자가 육체적, 정신적으로도 고통을 많이 받고 경제적인 어려움도 따라오게 됩니다. 과거보다 암 치료 기술이 많이 발전해 이제는 더 효과적으로 치료가 되고 있으나, 아직 암 환자의 40%는 병이 진행되고 재발돼 힘들게 투병하다가 사망하는 일이 많습니다. 건강할 때에 건강진단을 받아 암을 초기에 발견하는 것만이 아직도 제일 좋은 암 치료의 방법이고 발병 전에 건강한 생활습관을 견지해 암이 발생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것입니다.

직장과 사회와 국가에서 암 치료와 예방에 대한 더 큰 관심과 제도적·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아직도 우리나라 사망원인의 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 악독한 질환을 박멸해 암의 피해로부터 우리 모두가 자유로운 상태가 돼야 할 것입니다. 대학교수의 정년이 65세이고 이미 퇴직은 했으나 저의 작은 도움이라도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미력하지만 활동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 노력봉사를 할 수 있기 바라는 마음입니다. 오늘도 현직에서 수고를 아끼지 않고 활동 중에 계신 우리 교수님들의 건강과 행운을 빕니다.
□ 추천 릴레이 에세이의 다음 필자는 박정대 한양대 명예교수(경영학)입니다.

 

이종화 연세의대 명예교수·내과학
연세의대 혈액종양내과 교수, 용인세브란스병원 원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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