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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구나무 서도 胃쪽으로… 꿈틀 깔대기!
물구나무 서도 胃쪽으로… 꿈틀 깔대기!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3.08.2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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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89_ 식도

병원에 耳鼻咽喉科가 있으니 귀, 코, 咽頭(larynx), 喉頭(pharynx)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곳이다. 목구멍에 있는 인두는 식도의 들목이고, 후두는 기관(숨길)의 어귀다. 음식을 삼키면 입천장의 軟口蓋(물렁입천장)는 음식이 코로 듦을 틀어막고, 동시에 후두뚜껑인 喉頭蓋가 후두 입구를 딱 막아버려 결국 음식은 오로지 식도로만 들게 된다. 때문에 음식을 넘길 때는 숨이 콱 막히니, 숨을 쉬면서 침을 삼켜보면 알 것. 그런데 고양이도 그렇듯이 젖먹이들은 인두가 높고, 앞으로(입 쪽으로) 밀려나 있어서 젖을 빨면서도 숨을 쉰다.

결국 입안의 음식을 코로 나오지 못하게 연구개가, 숨관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후두개가 막으면서 혀가 음식을 인두로 밀어 넣으니 이것이 ‘삼킴 반사(swallowing reflex)’다. 그러나 음식이 코로 나오고 숨관으로 흘러 들어가는 일이 가끔 벌어지니 그것이 사레라는 것으로, 발작적으로 에취! 하면서 밥풀이 날고 콧물이 흐르니 이것이 ‘숨관반사’인데, 이들 반사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어떻게 하지 못하는(대뇌가 관여치 않는) 무조건반사다.

성인의 食道(esophagus) 지름은 얼추 2~3cm고, 길이는 자그마치 25~30cm로 홈통모양으로 인두 끝에서 위장으로 음식을 내려 보내는 구실을 하며, 숨관(기도)의 뒤편에 붙어있어 손으로 만져볼 수가 없다. 또 식도는 소위 말하는‘밥줄’인데, 밥줄이 끊어졌다, 밥줄 떨어졌다하면 바로 곧 직장을 잃는 것을 말하지. 밥줄은 3층으로 된 두꺼운 근육으로 생선가시에 찔려 고생을 하기도 하지만, 잘못해 입천장이 데일 정도의 뜨거운 음식을 뱉지 못하고 식도로 넘기는 수가 있지만 별 탈이 없는 것은 두터운 上皮細胞덕인데 이는 데인 상피세포가 재빠르게 재생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음식물의 종류에 따라 시차가 있지만 그것을 지나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개 9초이고, 딱딱한 것은 5초, 액체 상태의 것은 1~2초 내외이다.

다시 말해서 식도는 깔때기 같아서 물이나 우유, 주스 따위는 쭈르르 빠르게 통과하지만 어쩌다 딱딱한 알사탕이나 알약이 넘어가면 아주 느리게 꾸물꾸물 내려가는 것을 경험했을 터이다. 이는 지렁이의 운동과 같은 식도근육의 꿈틀운동(蠕動運動)인 것으로, 물구나무를 서도 胃쪽으로 이동한다.

식도는 다른 기관에 비해 쪽 곧고, 수축과 이완을 통해 음식물을 이동시킨다. 확실히 구별하기는 어렵지만 3곳에 잘록한 협착부가 있고, 위쪽 1/3은 가로무늬근(骨格筋)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나머지는 민무늬근(內臟筋)으로 구성돼 있다. 식도는 쉽게 말해 엄지손가락 굵기 정도지만 음식물이 통과할 때는 상당히 확장되며, 음식물이 인두를 지나면 곧바로 식도상부의 가로무늬근이 수축을 시작하고, 그 운동이 점차 민무늬근으로 파급되어 아래로 내려간다.

식도의 위와 아래 양끝에는 조임근(括約筋, sphincter))이 있어 꽉 죄어 묶어져 있다. 식도 아래 끝에 위치한 괄약근은 평상시에는 수축돼 닫혀있으며, 음식물이 위장으로 들어가는 때는 쉽게 열리지만 위장의 내용물이 식도로(거꾸로) 올라가는 것은 무슨 수로도 막으려 든다. 그런데 젖먹이 아이들은 아직도 이 근육들이 발달하지 못한 상태라 젖을 한가득 먹은 다음 밥통의 공기를 빼느라 끄르륵 트림하면서 수시로 젖을 조금 토한다.

한데 모름지기 옛 어른들이 마른 밥을 들기 전에 물을 한 모금 마신다거나 김칫국물이나 국을 먼저 떠먹는지를 이제 나이 들어서야 알았다. 늙으면 식도의 미끈미끈한 점액도 말라빠지니 마지못해 벽에 물을 흠뻑 적신 다음에 음식을 넣으면 술술 잘 미끄러져 내려가기에 그런다는 것을. 필자의 은사이신 崔基哲선생님께서도 아흔 셋에 서울대총장께서 초대한 음식점에서 만찬을 드시다가 갑자기 식도에 음식이 걸려 氣道를 압박해 질식사하셨다. 곁에는 의과대학 명예교수님들이 여럿 계셨지만 불가항력이었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일본에서는 찹쌀떡(모찌)을 먹다가 목이 막혀 죽는 사람이 쌨다한다. 하여 나이 들면서 식도 문제도 歇后하게 보아 넘기지 말아야한다.

그리고 음식을 먹은 다음에 신트림이 나는 수가 있으니, 시되 신 위액이 입으로 되나온다. 그리고 손가락을 목구멍에 넣어 일부러 토하는 일도 있다. 아무튼 식도세포가 위액에 포함된 염산에 의해 손상을 입기 쉽다. 여러 원인으로 위액이 식도로 거슬러 흐르는(逆流) 수가 있으니 열이 나고, 붓고, 심한통증을 일으키는 逆流性食道炎인데, 가장 흔한 원인은 식도 아래 쪽에 위치한 조임(죔)근이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이다.

사실 우리 집사람도 잇따라 자꾸 재발하는 이 병 때문에 이날 이때껏 혼쭐이 났었는데, 웬만큼 나았다 했더니만 들불(野火) 번지듯이 다른 병이 옮아 붙었다. 이름 하여 세상에 듣도 보도 못한 食道弛緩不能症(Achalasia)이란다. 밥을 먹다가 이상한 낌새에 움찔, 뭔가 걸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서 거위 목을 하고는 물을 찾는다. 무척 답답해하다가 한참 지나면 한숨을 쉬면서 증세가 가라앉지만, 어쩌다가는 꽥! 음식을 토하느라 진땀을 빼기도 한다. 3번에 걸친 복잡한 검사 끝에 식도근육이 잘 늘어나지(이완)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주 발작(경련)을 하다 보니 식도 일부가 부어 조직이 두꺼워졌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밥줄 구멍이 좁아져 밥이 잘 안 내려간다는 것이지. 안쓰럽게도, 하고 많은 기관(병) 중에 하필이면 식도란 말인가. 부아가 끓지만 어쩌리. 늙으면 ‘부부는 서로 간호사’라 한다지. 지당한 말씀이렷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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