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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통한 자유와 혁신
공개 통한 자유와 혁신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3.07.1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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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22. 오픈소스SW

최근 CERN(유럽입자물리연구소)이 랙스페이스를 통해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밝혀 화제다. 1년에 약 25페타바이트(PB)를 처리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IT 매체 올띵스디(AllThingsD)는 지난 1일 이 같은 소식을 보도했다(Rackspace Builds a New Cloud for CERN, A.K.A. the Place That Invented the Web).

알다시피 CERN은 월드와이드웹(www)을 개발한 곳이다. 인터넷의 탄생지인 이곳에서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 것일까. CERN의 물리학자들은 소립자를 충돌시켜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우주의 기원에 대한 비밀을 밝혀내려고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실험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디지털 데이터가 발생한다. 1페타바이트(PB)는 1천 조 바이트로, 100만 기가바이트(GB)다. 25페타바이트의 정보가 발생하는데 이를 분석하고 처리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스템은 이러한 작업량을 처리할 수 있게 도와준다.

여기서 더 주목할 만한 대목은 시스템을 오픈소스로 만든다는 점이다. 텍사스에 자리 잡은 랙스페이스는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기업이다. 2010년 랙스페이스와 NASA는 오픈스택(Open Stack)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오픈스택은 일반서버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생성하고 실행하도록 해주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6천 명의 개인들과 150개 이상의 유명 회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6개월마다 오픈소스를 릴리즈 하여, 다함께 협력해 설계하고 개발한다.

오픈소스SW(공개SW로 번역되지만 이 글에서는 코딩의‘소스’를 자유롭게 활용한다는 어감을 살리기 위해 원어를 사용)는 누구나 보고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다. 단순히 사용하는 게 아니라, 그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구현됐는지 알 수 있게 한 것이다. 리눅스 OS, 오픈오피스(Open Office), 워드 프레스 등이 대표적이다. 오픈소스SW에도 분명 저작권이 존재한다. GPL(General Public License), LGPL(Lesser General Public License), BSD(Berkeley Software Distribution), MPL(Mozilla Public License) 등이 있다. 예를 들어 코드를 수정하면, 무엇이 수정됐는지 표시해야 한다(한국저작권위원회 오픈소스SW 라이선스 가이드 참조).

지난해 3월 서울시는 홈페이지를 워드프레스를 이용해 바꿨다. 워드프레스는 대표적인 오픈소스SW다.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힌 매트 뮬렌웨그(Matt Mullenweg)는 워드프레스 창립자다. 그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오픈소스야 말로 최고의 프로그램 개발 방식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세상에서 모든 것을 복제할 수 있지만, 생태계는 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생태계란 자유정신에 입각한 협업이다.

『협업의 기술』(제이펍 刊, 2013)의 저자는 “리누스는 유닉스와 커널에 대한 개념을 증명하기 위한 기초를 만들었”다며 “주목할 만한 업적이었지만 단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밝혔다. 즉 리눅스는 협업의 노력으로 탄생한 오픈소스SW라는 뜻이다. 자유 소프트웨어 재단의 스톨만 역시 마찬가지다. 리누스와 스톨만은 오픈소스SW를 통한 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단초를 제공한 것뿐이다. 물론 그건 큰 의미 있는 일이다.

자유정신에 입각한 협업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계 안드로이드는 오픈소스SW다. 관련 웹페이지에선 산업현장의 그 누구도 혁신을 제한하거나 제어할 수 없다 밝히고 있다. 그게 바로 안드로이드를 만들어내고, 소스 코드를 오픈한 이유이다. 이제는 누구나 익히 들어서 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오픈소스SW가 가진 어마어마한 힘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자유와 혁신이야말로 오픈소스SW의 정신이다.

창조경제의 원조로 불리는 존 호킨스 박사 역시 대표적인 오픈소스 주창자다. 그는 최근 한국을 방문해 지적재산권이 창조경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프로그래머가 열심히 만들어낸 결과물이 자유롭게 수정되고 배포된다면 만든 사람의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다.

프로그래머에서 지금은 벤처기업 대표를 맡고 있는 권기택 레드블럭 대표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오픈소스SW는 무료나 공짜가 아닌 ‘자유’라는 단어를 마음에 새기고 시작했으면 좋겠다”면서 “오픈소스SW는 사회적인 가치를 양산해내는 효과도 있다”라고 밝혔다. 도전 정신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는 오픈소스SW가 요즘 주목 받는 이유에 대해 “현 시대의‘공유 경제’라는 사회 현상과 맥락이 통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사회적 가치는 워드프로세스가 오픈소스SW가 된 사연과 맥락이 같다. 매트 뮬렌웨그는 인터넷에서 프로그램 개발하는 방법을 무료로 배웠기 때문에 워드프레스 역시 무료로 돌려주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지식이 더욱 공유되고 선 순환하는 생태계를 만들려는 노력이다.

한편, 오픈소스SW는 건강관리 프로그램에 활용된다. 벤처비트(http://venturebeat.com)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서는 오픈소스SW를 이용해 건강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세 측면인 비용, 질, 접근 가능성을 향상시키는 노력 중에 있다. 오픈소스SW를 통한 건강 혁신을 이루기 위해선 정보공유는 필수다.

과학이라는 것 자체가 이론이 공유되고, 실험과 사례가 오픈돼 정립된다. 과학 공동체의 규범으로써 데이터와 연구결과를 서로 공개하고 공유돼야 하는 것이다. 오픈소스SW가 이뤄내는 결과들이야말로 과학이 지향해야 할 바를 보여준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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