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21:40 (일)
‘새로운 지식의 힘’ … 130년 전 어느 과학자의 제안
‘새로운 지식의 힘’ … 130년 전 어느 과학자의 제안
  • 교수신문
  • 승인 2013.06.17 17: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예나 지금이나 어느 나라든 신성장 동력을 찾으려고 애쓰는 모습은 비슷해 보인다. 130년 전 영국의 전기야금학 및 화학자인 고어(George Gore)는 『국가발전의 과학적 기초(The Scientific Basis of National Progress)』라는 저서를 통해 ‘과학입국론’을 주창한 바 있다. 고어는 열두 살 이후 독학으로 공부를 계속해 1865년에 ‘페러데이’의 추천을 받아 영국왕립학회의 회원이 됐다.

1870~1880년에는 킹 에드워드 학교에서 물리학과 화학을 가르쳤고 1880년 이후에는 ‘과학연구소’를 설립해 연구를 지속했다. 『국가발전의 과학적 기초』는 1882년에 출간됐으며, 2008년에 비블리오라이프(BiblioLife) 출판사에 의해 미국에서 재출간되기도 했다. 고어의 ‘과학입국론’은 파스퇴르의 영향이 컸다.

그 당시 프랑스는 보불전쟁에서 패배했는데, 이것은 파스퇴르를 포함한 프랑스 과학자들에게 크나큰 충격이었다. 파스퇴르는 1871년에 『프랑스 과학의 성찰』이라는 책을 발간해 프랑스 과학의 쇠퇴를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그 부흥의 방법들을 논했다.

파스퇴르는 적국 프러시아를 증오하면서도 프러시아의 승리의 원인이 우수한 과학 연구 시스템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사조에 맞춰 1882년에 고어의 『국가발전의 과학적 기초』가 출간됐다. 이 책은 새로운 사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뿐만 아니라 발전의 근본적 원천이 무엇이고, 그리고 어떻게 원천을 발견할 것인가에 대해 정리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현재의 지식은 우리의 현재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할 따름이며 국가의 발전은 새로운 아이디어의 결과이고, 새로운 아이디어의 주된 원천은 독창적인 연구라고 주장했다. 발전은 ‘새로운 지식’이라는 자체의 기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고어가 주창한 또 다른 탁월한 아이디어는 ‘진리는 모든 분야의 지식에서 근본적으로 동일하다’는 것이다. 「정신과 도덕 함양의 과학적 기초」라는 장에서 고어는 간단한 방법으로 정신과 도덕 함양의 주된 원천이 새로운 과학지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당시 영국이 새로운 지식의 발견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물로 인식했던 내용은 ‘인간의 복지가 과학적 연구에 의존한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른다는 것’이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간 발전의 근본적인 시작점은 과학적 발견에 있고 새로운 진리는 과학적 방법론에 따른 독창적 연구에 의해 진화된다고 주장했다. 순수한 과학적 지식은 거의 전적으로 독창적 연구 수단에 의해 발견됐으며, 산업현장에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도출된 경우는 소수에 불과했다.

흥미롭게도 고어는 영국에서 과학이 흥하지 못하는 이유를 1) 과학의 의의나 가치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고, 2) 인간은 직접적인 이해에만 민감할 뿐 진리의 탐구 등에는 관심이 없고, 3) 그 당시에 팽배한 공리주의 때문이기도 하며, 4) 과학자 자신들이 자신의 존재 의의를 확실하게 주장하지 못했다는 점 등을 꼽았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고어는 영국의 과학연구를 장려하기 위해 다음의 여러 가지 제안을 했다. 거칠게 정리한다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겠다.

1) 국립과학연구소를 설치한다. 2) 대학에서 과학자들이 그들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자리를 마련한다. 3) 지역에 과학연구에 필요한 연구기관을 설치한다. 4) 대학에서 과학자들에게 연구비를 지급한다. 5) 정부의 연구비 시스템을 확충한다. 6) 대학에서 학생들의 연구 참여를 장려한다. 7) 지방정부는 연구기금을 모금한다. 8) 지역사회의 과학을 진흥시키기 위해 연구기관의 분원을 설치한다. 9) 공공단체가 지역의 과학 연구에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

1백여 년 전의 지적인데도 오늘날 우리 현실에 그대로 적용되는 제안이란 점이 놀랍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130년 전의 고어의 통찰이 현재에도 그대로 요구되는 모습 속에 저자의 또 다른 격언에 필자의 눈길이 머문다. ‘지식은 힘이다’라는 오래된 격언이 있다. 그러나 과학적 발견이 우리에게 말하는 새로운 격언은 ‘새로운 지식이 새로운 힘이다’라고 한다. 그렇다. 고어는 말한다. 인간은 발견이라는 수단을 통해 새로운 힘을 얻는다고.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명과학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