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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같은 인공물도 마음의 일부다”
“스마트폰 같은 인공물도 마음의 일부다”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3.06.04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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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지, 종교, 동물 권리로 논쟁 벌인 한국인지과학회 학술대회

한국인지과학회(회장 이성환 고려대)는 지난달 25일 서강대에서 ‘인간중심의 융합 창조플랫폼으로서의 인지과학’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사람중심의 사회문제 해결과 과학기술산업의 융합에서 인지과학의 역할을 살핀다는 취지로 인문, 사회, 과학, 기술, 산업 분야에서 폭넓은 주제를 다뤘다. 교수와 대학원생이 주로 참여했던 기존의 학술대회와는 달리, 학부생만 600여 명이 사전등록을 했고, 참관기업도 200여 곳에 달해 1천500여 명이 참가했다는 점이 특이했다.

많은 세션 중에서도 장대익 서울대 교수(과학철학)가 기획한 인문사회 1, 2 세션은 인지과학과 인접학문 분야에서 있어왔던 논쟁을 위주로 구성돼 눈길을 끌었다. ‘체화된 인지’ 논쟁에 발표자로 참가한 배문정 우석대 교수(심리언어)는 “1950년대 시작한 인지과학에서 인지주의 문제가 야기되며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몸을 떠나 있는 마음의 패러다임은 근대적 패러다임이다. 마음은 두뇌를 벗어나 신체와 도구들에게로 확장되는데 스마트폰 같은 인공물마저도 마음의 일부인 셈이다”라고 ‘확장된 인지’의 개념을 제시했다. 반론에 나선 윤보석 이화여대 교수(철학)는 “체화된 인지, 확장된 마음 모두 흥미롭고 주목할 만한 개념이지만, 이것이 실제 과학의 성과 내에서 뒷받침이 돼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적 논지를 폈다.

손가락이 움직이기까지의 시간을 뇌파로 측정해 인간에게 ‘자유의지’는 그저 환영일 뿐이라고 주장했던 리벳의 실험을 반박한 최경석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윤리학)는 “리벳의 실험에서 의지가 발동한 시점에 대한 기준이 애매하고, 사전에 손가락을 움직인다는 의지의 발동에 대한 동의가 있었기에 정확한 측정값인지도 의문이다”라고 말하며 “선행 사건이 필연적으로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과론이나 결정론 역시 필요조건을 제외한 충분조건만으로 일부의 내용을 전체로 확장시킨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자유의지’에 대한 최 교수의 견해에 대해 이영의 강원대 HK교수(과학/자연철학)는 “과학의 발전에는 귀 기울여야 한다”라며 “어렸을 때 받아들인 뇌의 경험이 성장 후 어느 정도는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라는 ‘신경결정론’적 입장을 견지했다.

이 외에도 언어의 진화, 인공지능, 종교의 자연화, 의식의 과학, 동물의 권리, 법과 인지 등의 주제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논쟁들이 이어졌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이정모 성균관대 명예교수(심리학과)와 이정민 서울대 명예교수(언어학과)의 평생공로상 수상식도 함께 열렸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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