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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 국민의 정부 문화정책을 평가한다
[시각] : 국민의 정부 문화정책을 평가한다
  • 교수신문
  • 승인 2002.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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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14 12:17:18
최준영 /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 정책실

문화정책 평가의 어려움은 ‘문화’에 대한 정의 혹은 인식의 곤란함에서 기인한다. 오늘날 ‘문화’를 좁은 의미에서의 ‘예술’로 인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많은 사회 현상들이 ‘~문화’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고, 그 범위는 이미 ‘인간의 삶의 영역 전반’에 해당될 정도로 넓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이하 문화연대)는 ‘국민의 정부에 대한 문화적 평가’ 작업을 통해 사회를 구성하는 3대 구성요소(정치, 경제, 문화)로서 ‘문화’를 인식할 것을 제안했다.
즉, ‘경제’가 상품이나 재화를 매개로 한 영리의 영역을, ‘정치’가 다양한 사회적 권력관계를 가리킨다면 ‘문화’는 과학기술, 학문, 교육, 예술, 가치(윤리 또는 도덕) 등의 분야에서 인간들이 발현하는 창조성과 잠재력, 그리고 그러한 능력들이 구현되는 사회의 층위를 가리키며 이들 3대 영역은 때로는 밀접하게 때로는 상대적인 자율성을 가지면서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제시했다.
따라서 이러한 ‘문화’에 대한 인식과 철학의 문제가 국민의 정부 문화정책 평가의 대전제임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과연 국민의 정부 문화정책은 “전체 사회발전의 측면에서 조화되었는가”, 더욱 중요하게는 “우리(국민)의 삶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인간적 삶의 가능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었는가”라는 ‘문화적 관점’의 수립이 문화정책 평가의 기본 방향이다.
국민의 정부 5년, 오늘의 한국사회는 바야흐로 ‘문화의 시대’가 온 것처럼 떠들썩하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이 경제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문화경쟁력’이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문화산업의 육성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류열풍’을 둘러싼 수다한 논의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이러한 주장은 대부분이 ‘문화’를 경제적인 수단과 도구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문화를 경제에 종속시키는 이러한 산업중심, 이윤중심의 문화정책 전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확산과 무관하지 않은데, 1997년 IMF 경제위기와 함께 본격적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이 도입되면서 문화부문도 커다란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이는 한편으로 ‘문화산업’의 강조와 문화의 상품화를 가속화시켰고, 다른 한편으로 국가보안법의 역할을 대신하는 청소년보호법의 제정이라는 통제기제의 개발로 반영됐다. 그리고 ‘문화’보다는 ‘산업’이, ‘다양성과 공존’보다는 ‘이윤’이 강조되는 이런 인식으로 인해 오히려 문화는 질식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콘텐츠진흥원에 투자할 500억원은 있지만 공공문화기반시설의 운영 개혁에 투여될 자금은 없고, 관광벨트를 조성하고 개발할 예산은 있지만 문화유산을 보존할 의지는 없으며, 성매매를 묵인할 대범함은 있지만 표현의 자유는 보장하지 못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는 그 사회에 속한 집단과 개인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이며 다양성을 생명으로 한다. 따라서 문화는 상품일 수 없을 뿐 아니라 상업적인 잣대로 가치가 판단될 수 없는 것이다. 국민의 정부 문화정책의 가장 근본적인 한계는 바로 문화에 대한 인식의 부재, 철학의 부재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의 정부 문화정책을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분출하는 대중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문화정책, 지원정책이 수립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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