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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식’ 연봉제도, 교수사회 분열ㆍ갈등 키운다
‘누적식’ 연봉제도, 교수사회 분열ㆍ갈등 키운다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3.04.2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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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방안 찾겠다’는 국립대 성과급적 연봉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지난 18일 열린 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 정기총회에서 “국립대 교원 성과급적 연봉제는 대학 현장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국립대 성과급적 연봉제(성과 연봉제)는 지난 2011년 임용된 신임교수부터 적용하기 시작했고, 올해부터는 부교수까지 적용을 하며 2015년부터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서남수 장관이 밝힌 개선방안 마련과 관련해, 국립대 현장의 의견수렴과 함께 정책연구를 병행해 추진할 계획이다. 정책연구는 공모 절차를 준비 중이다. 교육부는 올해 연말까지 개선방안 초안을 마련할 예정이며, 2015년 전면 시행을 앞두고 내년부터라도 문제점은 개선해 반영할 생각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국립대 성과 연봉제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서는 교육부는 물론 기획재정부와 안전행정부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는 안전행정부가 열쇠를 쥐고 있다.

그렇다면, 국립대 성과연봉제는 어떻게 시행되고 있을까.

국립대 성과연봉제의 핵심은 성과평가를 통해 차등지급하는 성과연봉의 일부가 다음 해 기본 연봉에 ‘누적’이 된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이를 통해 “교원의 자발적 동기 유발을 통한 교육ㆍ연구역량 향상을 촉진하고 국립대 교수 사회에 발전적인 경쟁 풍토 조성”을 기대 효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국립대 교수들의 생각은 다르다. 성과연봉제 시행 전에도 다양한 제도를 통해 급여가 차등 지급되고 있으며, 교수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초래하고 있고 장기적인 학문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올해 변경된 성과연봉제 지침을 내놨다. 기본 연봉에 포함되는 ‘정책조정액’의 책정방식을 바꾼 것인데, 정책조정액은 근무연수별 4단계로 차등을 두는 ‘경력가급’를 신설했다. 2012년에는 전년도 성과연봉의 일정 비율(42%)에 해당하는 금액을 다음 해의 기본 연봉에 가산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성과연봉 기준액이 300만원일 경우, S등급은 450만원(300만원×1.5)의 성과 연봉을 받고, 다음 해에는 180만원이 기본 연봉에 가산 누적된다. C등급은 성과연봉이 아예 없으며 다음 해에 가산 누적되는 금액도 없다.

올해 변경된 지침에는 근무연수별로 4단계 차등을 둬 경력가급을 지급하고, 전년도 성과연봉 중에서 가산 누적되는 금액의 비중을 줄였다. 새로 변경된 지침에 따르면, 성과 연봉 기준액이 300만원일 경우, S등급은 450만원의 성과연봉을 받고 다음 해에는 가산 기준액인 79만원의 1.5배에 해당하는 118만5천원이 기본 연봉에 가산 누적이 된다. C등급은 2012년과 같이 성과연봉이 없고 다음 해 가산 누적도 없다.

국교련은 “올해 연봉 산정 방식이 변경된 것은 2012년 성과연봉제 지침의 문제점을 자인하고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국교련은 “2012년 방식으로는 전년 성과연봉의 일부로 가산 누적되는 금액이 지나치게 많아 근무 기간이 길어 질수록 교수들의 연봉 격차가 심각하게 벌어지는 문제점이 있었다”며 “이미 최고 호봉에 도달한 교수들에게도 연봉 상승의 기회를 주는 반면, 낮은 호봉의 교수들은 지속적으로 S등급 이상을 받지 않으면, 호봉제보다 보수가 줄어드는 급여 체계였다”라고 전했다.

교수들은 ‘누적식’ 성과연봉을 가장 큰 핵심적인 문제로 꼽는다. 기존에 국립대에 나눠주던 성과연구보조금(성과 상여금)을 ‘누적’시키는 것인데, 성과급으로 다음해 ‘본봉’에도 반영을 시키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최상한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정책위원(경상대)은 “50%의 국립대 교수들은 호봉제보다 월급이 줄어든다”며 “SㆍA등급이 50%, BㆍC등급이 50%를 차지하는데, 올해 새 지침에 따라 계산해 보면, SㆍA등급은 호봉제보다 월급이 많은 반면, BㆍC등급은 호봉제보다 월급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2012년 지침을 반영하면 S등급을 받지 않으면 모두 호봉제보다 월급이 적어진다. 이런 문제 때문에 교육부도 올해부터 새 지침을 마련해 보완한 것이다.

최 위원은 “학문발전의 차원에서 보면, 경쟁과 양적인 논문 생산에 치중하다보면 장기적인 연구를 심도 깊게 할 수 없다”며 “성과연봉제가 학문 연구발전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최 위원은 이어 “신임교수를 뽑을 때 우수하고 능력있는 사람은 뽑지 않으려는 경향마저 보인다”며 “정확한 통계로 잡히는 문제는 아니지만, 그런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말했다.

성과연봉제는 성과연봉의 일부가 ‘누적’돼 불공정성은 끊임없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국교련은 지적한다. 

일정 기간 동안 같은 성과를 내도 성과등급을 받는 순서가 다르면 큰 차이가 발생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7명인 평가 단위에서 S등급 1명(1.5배), A등급 2명(1.2배), B등급 3명(1.03배), C등급 1명(0배)이 된다. 여기서 28년 동안 S등급 4번, A등급 8번, B등급 12번, C등급 4번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SSSSAAA…CCCC순으로 평가를 받으면 약 17억3천337만원의 연봉을 받지만, 반대로 CCCCBBB…SSSS순으로 평가를 받게 되면 약 16억3천990만원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28년 간 같은 성과를 올려도 받은 성과등급의 순서에 따라 약 1억원의 연봉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법인화 국립대는 성과연봉제를 실시하지 않는다. 울산과학기술대는 ‘성과급 제도’만 도입하고 있다. 울산과학기술대는 성과급을 4등급으로 나눠 최하위 등급에게 5%의 성과급을 지급하지만, 국립대 ‘성과연봉제’는 최하위 등급인 C등급에게는 아예 성과급이 없다. 서울대도 호봉제와 성과보조금을 지급하는 과거 국립대학 봉급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2006년 4워에 전국의 국립대를 법인화했지만,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연구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성과평가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교련은 성과연봉제를 폐지하고 합리적인 평가ㆍ보수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국교련은 “올해 지침에 의해 일부 문제점이 개선됐지만 ‘누적식’이라는 불합리한 방식이 지속되는 한, 근본적인 문제점은 해결되지 않으며, 정책적인 면에서도 많은 법적ㆍ행정적 갈등만 야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교련은 국립대 교수사회에 발전적인 경쟁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성과급 재원을 확보해 우수한 성과를 내는 교수들에 대한 파격적인 대우와 보상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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