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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적 평가기준’ 고친다…“기준 동의해야 결과도 받아 들일 것”
‘획일적 평가기준’ 고친다…“기준 동의해야 결과도 받아 들일 것”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3.01.02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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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고등교육정책 전망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고등교육 정책의 핵심 과제로 ‘반값 등록금’과 함께 ‘지방대 살리기’를 제시했다. 당선인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는 게 당선인 측 관계자의 말이다.

박근혜 대선 캠프의 국민행복추진위원회 행복교육추진단 위원을 지낸 김재춘 영남대 교수(교육학과)는 “지방대 살리기는 굉장히 중요한 공약이다. 지역 경제를 살리고 국가경제도 지속 가능하게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이라고 말했다.

지방대 살리기는 서울지역 대학과 ‘격차 줄이기’를 통한 대학 서열화 완화 정책이기도 하다. 수도권에 경제력이 집중됨에 따라 서울과 지역 대학 간 격차가 커져 우수 학생들이 지역대학 진학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지방대의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서울 소재 대학과의 교육ㆍ연구 여건 격차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인식에서 비롯됐다.

‘지방대 살리기’는 취업정책과 연계해 추진한다. ‘지역대학 출신 채용할당제’를 도입해 신규 채용자의 일정 비율을 지역대학 출신자로 채용하는 것이다. 공공기관부터 확대 시행하고, 국가ㆍ지방 공무원 지역인재채용 목표 비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와 함께 주요 기업ㆍ경제단체와 함께 직무능력 중심 채용과 지역대학 출신 채용 확산 캠페인을 추진한다는 내용도 공약집에 담겼다.

‘지방대 살리기’의 구체적인 실행 과제는 지방대 지원 예산을 확보하고 대학평가 방식을 개선하는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고등교육재정을 GDP 대비 1%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늘어나는 고등교육 예산은 우선, 지방대 살리기에 투자하겠다는 것이 박근혜 대선 캠프의 생각이다.

□ 고등교육재정 GDP 1% 수준으로 = 대학에 대한 정부재정지원 규모를 GDP 대비 0.7% 수준에서 OECD 평균 수준인 1%로 확대한다고 했다. 이 재원으로 글로컬 지역대학 특성화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강한 대학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했다.

GDP 대비 1% 수준이면, 고등교육예산은 12~13조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반값 등록금’을 위해 4조원을 쓴다. 김 교수는 “늘어난 고등교육 예산은 ‘지방대 살리기’에 상당한 규모로 투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늘어나는 고등교육재정은 어떻게 확보할까. 필요하다면 ‘고등교육재정지원법’을 제정해 확보하겠다고 했다. ‘지원법’은 그동안 대학가에서 요구해 왔던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과는 다르다. ‘교부금’은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고등교육 분야에 지원하고, 기관에게 지원이 되지만, ‘지원법’은 학생과 교수 등 개인에게 지원하는 방식이다. 박근혜 대선 캠프 내에서는 ‘교부금’ 방식은 타당하지 않다고 논의가 됐다. ‘지원법’은 추가로 필요한 재정 규모가 정해지면, 다양한 확보 방안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 ‘획일적 평가기준’ 개선 = ‘지방대 살리기’를 위해 예산 확보와 함께 제시된 것이 대학평가 방식의 개선이다. 일률적인 평가보다 대학 특성에 맞는 평가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캠프 내부에서)이명박 정부에서 진행된 대학 구조조정은 문제가 있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며 “대학도 동의하는 평가기준과 잣대가 있어야 평가 결과가 나와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구조조정을 당하는 대학이 억울하다는 느낌이 없도록 평가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문제인식은 이렇다. 대학마다 특성과 강점이 다른데 이런 특성이 평가지표에는 반영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예체능이 특화된 대학은 취업률 평가에 불이익을 겪었다. 프리랜서 취업자가 많은데도 4대 보험 여부로 취업률을 평가해 불이익이 생긴 것이다.

수도권지역 대학과 지방대도 실정이 다르다. 수도권 대학은 재학생충원률을 걱정하지 않는다. 반면 지방대는 열심히 해도 재학생충원율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인문사회ㆍ이공계ㆍ예체능 등 학문분야별로 특성이 다르고, 특히 서울 지역과 지방의 현실은 격차가 심각하다. 이런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획일적인 평가지표를 만들게 되면 대학은 동의하기 어렵다.

김 교수는 “평가 기준을 다양화해서 대학들이 평가기준에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평가 결과를 받아 들여 ‘우리가 이런 점이 부족하니까 개선해야 겠구나’라고 생각하지 않겠나. 이명박 정부에서 대학구조조정을 너무 급하게 추진하면서 문제가 있었다”라고 전했다.

□ 미래창조과학부 신설…국가미래교육위원회는? = 현행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교육’과 ‘과학기술’을 분리하고 미래창조과학부를 따로 신설할 방침이다. 일부 언론에서 ‘고등교육’ 분야도 교육부가 아닌 다른 부처로 갈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는데, 박근혜 캠프에선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이 없다. 과학기술 분야가 미래창조과학부로 넘어가면서 고등교육 분야도 함께 넘어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희망사항으로 와전된 것이라고 한다.

교육정책의 큰 방향을 결정하는 독립기구인 ‘국가미래교육위원회’ 신설도 눈여겨 볼 사안이다. 민주통합당도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고, 교수단체는 물론 교육계에서 주요 현안으로 제안돼 왔다.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논의가 됐지만, 공약집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박근혜 당선인 측은 “공약집에는 들어가 있지 않았지만, 인수위에서 구체적인 정책이 확정되면 정책 추진을 위한 조직이나 기구, 방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국가미래교육위원회 신설도 충분히 검토가 가능하다”라고 전했다.

□ 최우선 청년정책은 ‘반값 등록금’ =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청년특별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반값 등록금은 20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50대 부모님에게도 중요한 문제”라며 “반값 등록금 정책을 청년정책 중 가장 먼저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반값 등록금은 국민의 아픈 목소리에서 나온 것”이라며 “여유 있고 아주 큰 대기업에 다니는 분은 등록금이 나오는데, 국민 세금을 줄 이유는 없다”라고 밝혔다. 그는 “박근혜 당선인께서 말씀 하신 것은 가장 어려운 사람들부터 100% 무상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하자는 취지”라며 “그런 분들이 걱정 없이 희망을 갖고 학교를 다닐 수 있게 최선을 기울이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당선인의 ‘반값 등록금’ 공약은 소득 하위 80%까지 ‘소득연계 맞춤형 국가장학금’을 지원해 대학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다. 소득 2분위까지는 등록금 전액을, 소득 3~4분위 학생에게는 75%를, 소득 5~7분위 학생에게는 절반을, 소득 8분위 학생에게는 등록금의 25%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2014년까지 대학 등록금 실질적 반값 정책을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든든학자금과 일반상환학자금 이자율의 단계적인 인하도 추진하는데 5년 안에 물가상승률을 반영시 실질적인 제로화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현행 3.9%에서 2.9%까지 단계적으로 인하할 예정이다.

□ 대학 자율화는 어디로 = 이명박 정부 고등교육정책의 핵심 기조는 대학 자율화였다. 박근혜 정부도 ‘대학 자율화’원칙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기본적으로 대학은 가능하면 자율을 최대한 보장하되 초중등교육의 정상화를 방해하는 부분은 국가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2013학년도 대입 전형수는 3천186개. 고교생과 학부모는 물론이고 고3 담임교사도 학생의 진학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대학별 전형요소를 단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형 공통원서 접수시스템’을 구축해 한 번의 원서작성으로 모든 대입지원이 완결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평균 7만원에 이르는 입시전형료도 중복 지원하는 수험생들에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대입전형료 투명성 제고를 통해 전형료 인하도 유도한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대학 입시 간소화를 추진해 수시는 학생부 또는 논술위주로, 정시는 수능 위주로 전형요소와 전형별 반영 비율을 최대한 단순화하겠다는 입장도 여러 차례 밝혔다. 대학들은 대학 자율에 반한다며 반발한다.

□ 여교수 채용쿼터제 도입 = 전문대학은 고등직업교육 중심기관으로 집중 육성한다. 전문대학 특성화 100개교 육성과 함께 기존 전문대학 중 일부를 100% 실무형 (가칭) 평생직업능력선도대학으로 전환해 육성한다는 공약도 제시돼 있다.

이외에도 미래 여성인재 10만 양성 프로젝트를 통해 여교수와 여성 교장 채용쿼터제를 도입해 여교수와 여성 교장 비율을 확대할 방침이다.

국가연구개발 투자는 2017년까지 GDP 대비 국가 총 연구개발비 비율을 5% 수준으로 확대한다. 2011년 현재 4.03%를 차지한다. 정부연구개발 예산 중 기초연구 지원 비중을 2012년 현재 35.25%에서 2017년 40%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인데, 예산 조정을 통해 재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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