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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과학상 발표에 울고 나로호 불발에 속 태우고
노벨 과학상 발표에 울고 나로호 불발에 속 태우고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2.12.24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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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클릭!_ 2012년 과학기술분야, 어떤 일이 있었나

사회가 전문화되고 기술이 급변함에 따라 학술동향 파악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교수신문>은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학술 전반적인 동향을 파악하고 주요 이슈를 파헤쳐보는 기획연재‘학술, 클릭!’을 준비했다. ‘학술’은 학문뿐만 아니라 기술적 부분도 포괄한다는 의미다. 과학기술을 살펴보되, 그안에 인문학적 관찰을 담아보고자 한다. 먼저, 한 해를 정리하는 기획으로 2012년 과학기술계 동향을 키워드 중심으로 정리한다.

흑룡의 해가 저물고 있다. 2012년 과학기술계엔 △노벨 과학상 발표 △스마트 기술 생활화와 애플과 삼성간 세기의 특허 분쟁 △북한의 위성 발사와 나로호 불발 △서울대 강수경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 등이 있었다.

10월 24일 나로호가 나로우주센터 발사체조립동을 나와 발사대로 이송돼 기립되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올 해 역시 한국은 노벨 과학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일본에 16명 수상자가 있는 것과 대조된다. 프로젝트 단위에 머물러 있는 우리나라 연구 문화가 변화해야 할 시점이다. 노벨물리학상은 양자 물리학 실험에 새로운 장을 연 세르주 아로슈(68세, 꼴레주 드 프랑스) 교수와 데이비드 J 와인랜드(68세, 미국 표준기술연구소) 박사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겷子를 1개씩 구별해 직접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0과 1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양자 중첩 현상을 실험으로 밝혀냈다. 이로 인해 현재의 세슘 원자시계보다 100배 이상의 정밀도를 가진 광격자 시계 연구, 신속하게 대용량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 연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양자컴퓨터 가능성 열리나

노벨화학상은 로버트 레프코위츠(69세, 미국 듀크대) 교수와 브라이언 코빌카(57세, 미 스탠퍼드대) 교수가 G-단백질 연결 수용체(GPCR, G-Protein Coupled Receptors)에 대한 연구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했다. 월간 <뉴튼> 12월호에 따르면, GPCR은 세포 밖에 존재하는 다양한 분자를 인식하고, 그 신호를 세포의 내부로 전하는 센서로 작용한다. 사실상 생체 내의 거의 모든 생리적 반응을 촉매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약품과 현재 개발 중인 신약 등에 GPCR이 작용한다. 따라서 이러한 발견과 메커니즘 규명으로 의료 분야에 크게 공헌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노벨상 수상자들. 사진 제공 노벨재단
노벨 생리·의학상은 야마나카 신야(50세, 일본 교토대 재생의학연구소 교수)와 존 거든(79세, 영국 케임브리지대 거든연구소장)이 받았다. 이들은 이미 다 자란 세포가 다시 다양한 세포로 분화되는, 원시줄기세포 만드는 방법을 발견했다. 수정란은 개체가 될 수 있는 능력을 갖지만 이 능력은 분열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사라진다.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는 거부반응과 생명 윤리의 측면에서 문제가 돼 왔다. 이번에 주목받은 유도만능줄기세포(iPS,induced Pluripotent Stem cell)는 자신의 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거부반응이 없고, 생명 윤리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생의학과 신약 개발의 새로운 지평 열려

2012년을 얘기하면서 스마트폰을 빼놓을 수 없다. 페이스북·트위터는 이제 일상으로 자리매김했다. 페이스북을 탄생시킨 마크 주커버그는 <타임>지가 선정한 2010년 올해의 인물로 꼽혔다. 2011년엔 스티브 잡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가 고안한 아이폰은 현재 시리즈로 계속 출시되며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한편, 가수 싸이의 뮤직비디오 조회 수가 10억 회를 앞두고 있다. 매일 500년 분량의 유투브 동영상이 시청되고, 데이터의 단위가 킬로바이트(10의 3승)에서 요타바이트(10의 24승)를 향하고 있다. 이 모든 중심에 스마트 기술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스뉴스>는「과학자들, 트위터를 수용하다」를 2012년 톱뉴스 25개 중 7위로 꼽았다. 소셜 미디어가 실시간으로 특정 사건에 대해 주요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잘못된 정보로 진실을 오도할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셜 미디어의 확산은 스마트폰이라는 기술로 가능했다.

2012년엔 애플과 삼성 간 특허 전쟁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된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이하 과총)는 17일 과학기술계 10대 뉴스를 선정·발표했는데, 그 중 삼성과 애플 특허분쟁이 2위를 차지했다. 애플과 삼성은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독일, 영국 등에서 30여 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삼성은 애플과의 특허 전쟁에서 약 1조 1천900억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소프트웨어 특허와 디자인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일각에선 기술에 대한 특허 분쟁은 기술혁신을 방해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삼성은 세계 휴대전화 시장점유율과 스마트폰 분야에서 동시에 1위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빠른 추종자(Fast Follower)’에서‘선도자(FirstMover)’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이 많이 제기된다. 특히 독자적인 OS(Operating System)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삼성은 모바일 플랫폼에서‘타이젠폰’을 통해 선도자로 나서려고 한다.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겨냥한 것이다.

애플과 삼성 특허 분쟁 … 그 결과는

과총이 발표한 과학기술계 10대 뉴스 3위는‘나로호(KSLV-1)’불발이다. 나로호는 100Kg급의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다. 2002년부터 시작한 소형위성발사체 나로호 개발사업에 5천억 원이 넘는 세금이 들어갔다. 그러나 지난 11월 29일 전 국민의 관심을 받은 나로호는 발사 16분 52초 전에 멈췄다. 나로호 2단(상단)부의 방향과 자세를 조정하는 추력방향제어기(TVC·Thrust Vector Control) 제어펌프에서 전류가 과다하게 소모되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우주 강국을 향한 꿈이 좌절된 순간이다. 한국은 이미 나로호를 궤도에 올리는 데 1·2차 실패를 겪은 바 있다. 반면, 북한은 12월 발사체‘은하 3호’에 광명성 3호 위성 2호기를 쏘아 올렸다. 주요 외신들은 이 소식을 일제히 긴급 속보로 보도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광명성 3호는 현재 타원형 궤도로 지구를 돌고 있다. 권세진 KAIST 교수(항공우주공학과)는 한 기고문에서“은하3호는 탄두를 실으면 장거리 미사일이고 인공위성을 실으면 우주발사체가 된다”고 했다.(2012년 12월 13일자 <서울경제>,「 은하3호와나로호」) 나로호 불발을 겪으면서 기술자립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고, 이에 따라 조 단위의 한국형 발사체 개발사업이 진행 중이다. 천문학적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의 실효성은 둘째 치고, 국가 사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더욱 필요해지는 시점이다.

나로호 불발과 광명성 3호 궤도 진입

올해 마지막으로 눈에 띄는 소식은 강수경 서울대 교수의 논문 17편 조작 사건이다. 특히 강 교수는 2005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사건 때 대척점에 서있었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커진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12월 10일“강수경 교수가 모든 논문 결과의 최종 편집자로 연구 결과의 조작을 주도했음이 확인됐다”며“강수경 교수는 논문 조작의 상당 부분을 특정인에게 전가하거나 변조된 소명 자료를 제출하는 등 조사위원회의 활동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행동을 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17편 중 일부만 징계 대상이 된다. 왜냐하면 교육공무원법상 징계시효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대 관계자는 강 교수는 중징계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연구윤리 규정의 강화보다는 연구자 개인의 자기성찰이 더욱 중요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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