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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협력 신임교수들이 보낸 1년
산학협력 신임교수들이 보낸 1년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2.12.17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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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약체결에 학생 취업까지 ‘인적 네트워크’ 총동원 … 대학 알리기 위해 뛴다

올초,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육성사업(이하 링크사업)을 겨냥한 대학들은 산학협력 중점교수를 대거 임용했다. 대학과 기업을 연결해 주는 전령, 산학협력 신임교수들 어떤 임무(?)를 부여 받았을까. 산학협력 신임교수들의 1년을 돌아봤다.

2012 산학협력 엑스포에서 건국대의 프라운호퍼 차세대 태양전지연구소 임찬 소장(화학, 사진 왼쪽)이 산학협력으로 개발한 차세대 태양전지를 소개하고 있다.
 

‘믿지 못할 당신’

기업이 대학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기업체 관계자들은 대학이 과연 어느 정도의 첨단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런 기업의 선입견을 정면으로 돌파해야 할 임무를 맡은 사람들이 주목받고 있다. 산학협력 교수다. 산학협력 교수의 역할은 『대학 산학협력 백서』에 압축적으로 나타나 있다.

“산학협력단은 유망 기술을 발굴해 특허를 획득하고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기업이 ‘원하는 기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홍보를 비롯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대학의 연구성과와 기술이전의 선순환 체계가 정착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산학협력 교수들이 주로 기업체나 공공기관의 임원 출신일 거라 짐작되지만 딱히 그런 것만도 아니다. 지난 3월 임용된 산학협력 교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전직 국정원 정보처장·의사·연구원·방송국 국장·인사 담당자 등 산업체 종류만큼이나 다양하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산학협력 교수는 전임·비전임을 합해 전국적으로 1천425명이다. 비정년 트랙이 대다수지만 이들의 74%가 전임교원으로 잡힌다.(그래프 참조)

“학생 취업 노하우요? 제가 부사장 출신입니다”

김재희 유한대학 교수(53세, 기계설계과)는 대기업 부장·상무를 거쳐 지난해까지 한 중견기업의 부사장으로 있었다. 플랜트·엔지니어링 분야에서 26년을 몸담았다. 대학에 와서는 주 1~2회 기업체를 방문해 산학협약과 학생 취업을 논의했다. 김 교수는 임용 10개월 만에 플랜트 설계전문 회사를 포함, 산학협약 14건을 성사시켰다.

연말에 다다른 요즘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업무는 아무래도 ‘취업’이다. 기업체 임원 출신의 김 교수는 취업에 일가견이 있다. 올해 2월 졸업생 16명, 내년 2월 졸업예정 학생 22명까지 총 38명의 취업을 도왔다. 기계설계과 졸업생이 연간 120여명이니 30%를 취업시킨 셈이다. 비법은 ‘자체 데이터’와 ‘면대면 전략’이다. 김 교수는 졸업생들이 진출할 만한 업체 240여 곳의 정보를 모았다. 이들 업체에서 채용공고를 내면 곧바로 인사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거나 직접 방문해서 학생들을 추천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검토하고, 면접 직전에는 면접 요령과 모범답안 등을 지도했다.

김 교수는 업체 선정에 나름의 기준이 있다. 예컨대 비교적 인력이나 매출이 적은 엔지니어링 회사에 추천할 때는 종업원 50명 이상, 매출액 80억원 이상의 규모를 본다. 제조업은 종업원 100명 이상, 매출액 200억원 이상이다. 꼭 수습직원의 사내 교육과정 여부를 살핀다. 교육과정이 없으면 올바른 엔지니어로 성장하기 어렵고, 학생들이 쉽게 싫증을 느껴서 중도 퇴사율이 높을 거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산학협약이든 취업이든 ‘부탁’은 당당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업, 관리 등 현장 경험을 오랫동안 했기 때문에 업무가 부담되진 않아요. 외부업체에 큰 돈 들여 잡매칭 같은 취업 컨설팅을 받는 것보다 산학협력 교수를 활용하는 게 어떤 면에선 더 효과적이예요.”

의외로 기업은 대학을 잘 모른다

김재희 교수가 기업체 연계를 통해 학생 취업에 힘을 쏟았다면, 김경환 경희대 교수(55세, 산업디자인학과)는 특허를 생산하고 기업체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임무를 맡았다. 김 교수는 주 5일 이상을 학교 연구실에서 보냈다. 강의는 6학점 8시간 했다. 기업체 연구프로젝트 10건(총 2~3억원)과 특허등록 10건의 성과를 냈다. 김 교수는 “현장에서 30여년 있다보니 프로젝트 사이의 지체기간이나 시행착오 없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 같다”고 자평했다.

사실 김 교수는 대기업 기획사 부국장(디자인 관리)과 중견 기업의 대표이사 등을 지낸 업계 유명인사다. 덧붙여 10여 년 겸임교수 경력이 이번 산학협력 중점교수직으로 연결됐다. 김 교수는 그러나 대학의 입장에서 산학 업무를 수행하면서 역차별적 시선 때문에 고초를 겪어야 했다. 산업디자인이 최신 기술과 트렌드에 민감한 분야다 보니, 기업체에서 주저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응용과학 분야가 조금 예민한 편인데, 기업들이 대학의 지식을 못 미더워 하는 경향이 더러 있어요.”

김 교수는 한시적으로나마 연구수주를 개인적으로 해 나가기로 했다. 차츰 안정기로 끌어올리면서 ‘산-학-연’의 단계에 진입시킨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김 교수는 소기업형으로 이뤄지는 산업디자인 분야의 개발이 대학에서 둥지를 트면 시너지가 커질 것이라고 믿는다. “산학협력이 공과대학에는 활성화 돼 있지만 디자인 계통은 상대적으로 적은 게 사실입니다. 산학협력을 본격적으로 활성화 시킬 것인지, 이름만 산학협력에 그칠 것인지는 교수들의 의지에 달린 것 같아요.”

화학공학을 전공한 윤현기 충북대 교수(54세, 산학협력단)는 기업체 산하 연구소의 연구원 출신이다. 윤 교수는 링크사업을 지원하는 일에 전념했다. 지역 단체나 기업체를 방문해 충북대를 알리는 일이다. 교수들의 전공과 연구성과를 소개하고, 링크사업으로 연결시켰다. “의외로 기업에는 대학 정보가 부족해요. 그래서 산학협력 교수들에겐 대학 홍보 업무도 중요한 영역입니다.” 이런 탓에 윤 교수는 교내 산학협력의 분위기 확산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지난 2008년 개정된 ‘산업교육 진흥 및 산학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을 기점으로 대학은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직접적인 이윤 활동이 가능해졌다. 정부도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육성사업 △광역경제권 선도산업 인재양성사업 △산학협력 중심대학 육성사업 △지역혁신인력양성사업 △학교기업 지원사업 등 다각도로 산학협력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올해 초에는 링크사업 선정을 앞두고 대학 간 각축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산학협력에 대학의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송완흡 포스텍 엔지니어링대학원 산학연계센터장은 최근 <교수신문> 기고에서 산학협력 사업의 성패가 산학협력 교수들에게 달렸다고 지적했다.

“산학협력은 단순히 재원과 제도로써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태계처럼 역동적으로 작동되는 선순환 시스템이다. 산학협력 생태계를 직접적으로 작동시키는 작동인자로 산학협력 중점교수의 역량과 열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산학협력 교수들이 어떻게 대학에 뿌리 내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대학도 같은 입장이다. 산학협력의 대학 내 ‘연착륙’ 가능성이 산학협력 교수들의 ‘인생 2막’과 함께 가게 됐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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