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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과제는 문학 텍스트 수용·개념사 연구 접목”
“향후 과제는 문학 텍스트 수용·개념사 연구 접목”
  • 조원형 국립국어원 연구사·언어학
  • 승인 2012.12.0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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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텍스트언어학회 20주년 기념 학술대회 참관기

지난 17일, 서울대 교육정보관에서 ‘한국 텍스트언어학의 역사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한국텍스트언어학회 20주년 기념 학술대회가 열렸다. 한국텍스트언어학회는 해마다 봄과 가을에 정기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여름방학 기간 동안 집중강좌를 여는데, 올 가을의 정기 학술대회는 학회 창립 20주년을 맞이해 특집으로 기획했다.

1991년 출범한 텍스트연구회가 모태인 한국텍스트언어학회에는 국어학, 독어학, 국어교육학, 독어교육학, 일반언어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참여해 학제간 연구를 하고 있다. 사진은 20주년 기념 학술대회의 모습이다.

한국텍스트언어학회는 1991년에 첫 모임을 가진 ‘텍스트연구회’에서 출발해 1992년에 정식 학회로 발돋움한 학회로서 국어학, 독어학, 국어교육학, 독어교육학, 일반언어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초창기부터 참여해 오늘날 학제간 연구와 통섭 연구를 선도하는 학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이번 학술대회는 자연스럽게 지난 20년 동안 한국 텍스트언어학계가 걸어온 역사를 회고하고 앞으로 연구해야 할 과제를 점검하는 자리가 됐다.

학제간 연구, 통섭 연구 선도의 장

이날 학술대회는 1부 ‘텍스트언어학의 새로운 지평’, 2부‘좌담: 한국텍스트언어학회의 창립과 역사’, 3부 ‘텍스트언어학의 회고와 전망’이라는 세 부분으로 나누어 진행했다.

1부는 텍스트유형론, 대화분석론, 언어교육론 등 새 시대의 텍스트언어학이 맡아야 할 연구 과제를 현재 학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학자들이 점검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첫 발표를 맡은 이성만 배재대 교수(독일어문화학과)는 현대 텍스트언어학의 주요 연구 과제 가운데 하나인 텍스트유형론의 최근 연구 동향을 점검하고 특히 간젤과 위르겐스의 체계이론적 접근 방법론을 상세히 설명했다.

뒤이어 발표를 한 박용익 가톨릭대 초빙교수(일반언어학)는 의료 커뮤니케이션 분석 등 대화분석 관련 연구에 천착해 온 학자로, 먼저‘텍스트’와‘대화’의 개념을 정립한 다음 이들이 서로 밀접한 상호관련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논했다.

다음으로‘국어교육’과‘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을 주제로 이은희 한성대 교수(한문어문학과)와 김정남 경희대 교수(한국어학과)가 각각 발표를 했다. 이은희 교수는 국어과 교육과정에 텍스트언어학적 개념이 반영돼 온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요약 제시했고, 김정남 교수는 1990년대 한국어 읽기와 쓰기 교육 분야에서 조금씩 도입되기 시작한 한국어 텍스트언어학 개념이 2000년대 이후 화행 교육 차원에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2부는 한국텍스트언어학회의 역대 회장단 가운데 다섯 명이 지난 20년의 일을 후학들에게 들려주는 좌담회의 형식으로 진행됐다. 텍스트언어학회 초대회장을 맡은 고영근 서울대 명예교수(국어국문학과)를 비롯하여 이광숙 서울대 교수(독어교육과), 장경희 한양대 교수(국어교육과), 김흥수 국민대 교수(국어국문학과), 이성만 배재대 교수 등이 좌담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고영근 교수는 텍스트언어학회의 태동 과정에 대해서, 이광숙 교수는 초창기에 학회의 기틀을 잡는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서, 장경희 교수는 학회의 성장 과정에 대해서, 김흥수 교수는‘학제적 연구 단체’로서 텍스트언어학회가 발전해 간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 했고, 이성만 교수는 한국텍스트언어학회를 통해 학문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개인적 체험을 이야기했다.

3부는 ‘후배 학자의 역사 회고’와 ‘선배 학자의 미래 전망’이라는 기조로 진행됐다. 조국현 한국외대 교수(독일어과)가 먼저 한국의 언어학 연구사를 포괄적으로 고찰한 다음 고영근 서울대 명예교수가 문학 텍스트의 수용 문제를 중심으로 텍스트언어학의 향후 연구 과제를 제시했고, 박근갑 한림대 교수(사학과)는 텍스트언어학이 향후 개념사 연구와 관련을 맺어야 할 필요성을 논했다.

학술대회 본행사가 끝난 뒤에는 20년 역사의 선후배들이 마음을 모아, 텍스트언어학회를 이끌어 오셨던 고영근 서울대 명예교수, 이광숙 서울대 교수, 임환재 고려대 명예교수 등 원로 교수들에게 감사패를 봉정하는 순서를 갖기도 했다.

이날 학술대회를 주관한 박여성 한국텍스트언어학회장(제주대 독일학과)은 “1992년 텍스트연구회에서 시작해 오늘날의 한국텍스트언어학회로 성장하기까지 헌신해 주신 여러 스승님과 선후배 동료 선생님의 노고에 깊이 감사한다”라며“이제 성년의 나이에 접어든 한국텍스트언어학회의 창립 20주년을 기념하고 우리 학회가 앞으로도 학문적 소임을 더욱 실천하여 사랑받는 모임이 되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창립 20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국어학, 일반언어학 토대로 자생적 이론 펼쳐야

학회의 연구이사이기도 한 필자는 이번 학술대회에서‘선배와 후배의 대화’를 특히 강조하고자 했다. 그 일환으로‘후배의 역사 회고와 선배의 미래 전망’이라는 내용으로 발표 주제를 기획하고 사회자를 30대 초중반의 신진 학자들로 배정해 선후배간의 직접적인 교류를 꾀했다.

이날 학술 행사를 통해서 텍스트언어학회의 과제를 재확인한 것은 의미깊은 일이었다. 한국 텍스트언어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독일 등 외국 학계와 폭넓게 교류하는 과업과 국어학 및 일반언어학을 토대로 자생적 텍스트언어학 이론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과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한국텍스트언어학회가 지난 20년 동안 연구 활동을 수행해 오면서 늘 강조해 왔던 것이기도 하며, 앞으로도 학회가 계속 유지해 나가야 할 연구 기조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모두 여섯 권이 간행된 텍스트언어학 총서 역시 이러한 연구 기조를 충실히 반영한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하여 텍스트언어학에 대한 학계 안팎의 관심이 더욱 늘어나고 유능한 신진학자들이 텍스트언어학 분야에 대하여 새롭게 눈을 뜨게 되기를 바란다. 한국텍스트언어학회는 내년과 그 이후에도 정기 학술대회와 집중강좌, 학술지 <텍스트언어학> 등을 통해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국내외 학자들과의 소통을 증대하는 데 힘쓸 것이다.


조원형 국립국어원 연구사·언어학
필자는 서울대에서 박사를 했다. 주요 논문으로「천주가사에 대한 텍스트언어학적 연구」가, 공저로『우리 시대의 문체』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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