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14:30 (일)
베일에 싸인 독재자들의 삶과 여인들
베일에 싸인 독재자들의 삶과 여인들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2.12.05 13: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외신간_『Femmes de dictateur』 by Diane Ducret

 

독재자의 여인들 1권 표지
여기 독재자에 천착하는 한 작가의 일련의 작업을 소개한다. 그녀의 이름은 디안느 뒤크레. 파리 소르본대와 에꼴노말쉬페리에르(ENS)에서 수학했고, 문화다큐멘터리 작가로, 역사 TV 방송물의 진행자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런 그녀가 지난해부터 독재자에 대한 책을 내기 시작해, 지난달에 나온 책까지 총 세 권 째다. 독재자의 여인들 1, 2권에 이은 지난 10월에 출간된 신작은 독재자들의 마지막 날들에 관한 이야기다.

나디아, 클라라, 마그다, 지앙 칭, 엘레나, 까뜨린느, 미라…. 지난해 1월에 출간된 첫 번째 책  Femmes de Dictateur(독재자의 여인들)에 나오는 여인들의 이름이다. 그리고 그들의 연인이자 세계 역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한 독재자들, 레닌, 무솔리니, 스탈린, 히틀러, 살라자르, 마오, 차우세스쿠, 보카사, 밀라세비치….

저자는 독재자들의 약혼녀이자 동료였으며, 여성조언자이고 또한 열성적인 팬이기까지 했던 그녀들의 공통점을 찾아냈다. 그것은, 연인이면서 승자였고, 배신당하며 희생당했으며, 때때로 그를 위해 죽음에까지 이르렀다는 사실이다. 그녀들은, 잔인하고 폭력적이며 포악하기까지 한 그녀의 남자들이, 스스로를 아름답고, 매력적이며, 강인하다고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성의 속성은, 절대권력이 갖는 충동인 본능 중 하나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래서 독재자들은 그의 지배력이 뻗치는 집단 안에, 계속해서 그녀들을 붙잡아 둘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런 그녀들의 이야기를 단계 별로 들려준다. 만남부터 시작해, 유혹의 전략, 성적인 관계, 정치에의 개입까지… 다양하게 변화됐던 그녀들의 삶은, 독재자의 침대를 거치며, 대부분 비극으로 막을 내리는데, 저자는 이런 그녀들의 교차된 삶의 모습들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독재자의 여인들 2권의 표지는 김정일이 장식했다.
독재자의 여인들 1권의 표지 모델은, 캉캉춤을 추는 무희의 엉덩이에 희화화된 히틀러와 2명의 인물들이지만, 2권에서는 기쁨조로 보이는 우스꽝스러운 차림의 여인들을 뒤에 둔 채 웃고 있는 김정일이다. 2권에서 소개하는 독재자들은 훨씬 우리와 가까운 시기의 인물들이다. 저자는 독재자들의 인간적인 면에 주목했다. 예를 들면, 사담 후세인은 첫 번째 부인 사지다의 질투로부터 둘째 부인 사미라를 지키려고 노력한 반면, 이맘 코메이니는 그의 부인 카디제가 설거지하는 것조차도 허락하지 않았던 것, 김정일은 그의 연인 성혜림에 대한 그의 연모의 정을 숨기는 데 애를 먹었다는 것 등이다. 또한 미라가 밀라세비치의 대화를 교정해주곤 했던 데 반해, 오사마 빈 라덴은 나즈와가 아프가니스탄 요새의 캠프로 와서 자신과 함께 대화하기를 바랐던 것, 피델 카스트로는, 연인이었지만 CIA와 공조해 자신을 암살하려 했던 마리타로부터의 공격을 피하길 원했던 것 등이 저자가 소개한 에피소드들이다.

이 독재자들 모두에게 사랑, 죽음, 추방은 서로 다른 이름이 아니라 하나였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권력을 갖고 있거나 카리스마 넘치는 이 유명한 사내들 중 여성의 앞에서, 늘 우리의 상상처럼 혹은 그랬겠지 하고 바랐던 것처럼 행동하는 이는 없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늘상 국가의 비밀과 직결되는 그들의 베일에 싸인 삶 역시 미스테리와 놀라움을 은닉하고 있는데, 저자는 이 비밀들을 파헤치기 위해 동료, 자녀, 친구, 조력자, 의사, 경호원, 심지어 아야툴라(시아파 지도자)의 증언까지 참고한다. 1권은 18개 언어로번역됐다.

1권, 356쪽, Perrin 刊, 양장본, 21.5유로 2권 396쪽, Perrin 刊21유로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