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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중계]‘변화하는 세계 속에서의 생태학’을 주제로 열린 ‘제8차 세계생태학대회’
[지상중계]‘변화하는 세계 속에서의 생태학’을 주제로 열린 ‘제8차 세계생태학대회’
  • 교수신문
  • 승인 2002.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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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26 14:41:18
환경오염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와 사막화, 환경 호르몬, 쓰레기 소각장 주변에서 검출되는 다이옥신과 같은 문제는 이제 관련 전문가만의 관심 대상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최근 청계천 복원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환경이나 생태계 복원 문제가 대중의 관심영역에 들어 온지 오래며 생태학 담론에 대한 논의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환경문제를 체계적으로 규명하고자 할 때 떼어놓을 수 없는 학문인 생태학은 생명체와 환경간의 역동적인 상호작용, 복잡성을 다양한 층위에서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생태학계의 최근 학술적 연구 흐름을 한자리에서 엿볼 수 있는 세계최대의 학술대회가 서울에서 개최돼 관심을 끌었다.

국제생태학회와 한국생태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이번 세계생태학대회에는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일주일간 코엑스 컨퍼런스 센터에서 열렸다. 이 대회에는 50여 나라에서 2천명 이상의 생태 및 환경학자들이 참석해 지구환경 변화, 생태계의 복원 등 23개 분야에서 1천3백여 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세계생태학대회는 4년마다 대륙별로 열리는데 1974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처음 개최된 후 이번이 8번째 대회다. 또한 1990년 일본에서 개최한 이후 아시아에서는 두번째로 열렸다.

서해안 갯벌 가치 연구 눈길 끌어

이번 행사는 무엇보다도 생태학 분야의 석학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었다. 30년간 갈라파고스섬의 종달새를 연구한 피터 그랜트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와 식물 연구 분야의 대가인 파크리 바자즈 미국 하버드대 교수, 인구문제와 생태학을 결합시킨 조엘 코헨 미국 록펠러대 교수 등 세계적인 석학들의 참여가 두드러진 것. 뿐만 아니라, 한국의 생태학 관련 교수, 환경 운동가 등 관련 부분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생태학의 최신 흐름을 여과없이 보여주었다.

국내 상황과 연결돼 관심을 끈 몇 가지 내용을 정리해 보면 우선 청계천 복원과 관련이 있는 복원생태학 분야의 발표에서 현재의 많은 생태 복원 계획들이 인위적 환경조성에 치중하는 현상을 비판하고 이론과 실천 사이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극복하려한 시도를 들 수 있다. 공단, 도시 하천 등과 같이 파괴된 환경과 훼손될 위기에 처한 생태적으로 중요한 공간을 복원하는 사례가 발표된 것이다.

새만금 문제로 논란을 빚었던 서해안 갯벌의 가치와 연결된 연구도 관심을 끌었다. 일본 갯벌 전문가인 사토 신이치 박사에 의하면 우리 나라와 일본에서 대규모 간척 개발 이후 변화한 생물들을 비교해 본 결과 간척 후 토착 생물들이 외래종에 의해 대치되는 현상이 나타났고 생물다양성 자체도 현저히 감소했다고 한다. 그는 이어 갯벌에 사는 생물의 다양성과 생산력을 조사하고, 생물과 환경사이의 상호작용, 갯벌 간척이 장단기적으로 미칠 영향을 파악해 갯벌을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과학원의 과학자들은 중국의 사막화 현황, 이로 인한 황사 규모 등을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이 발표에는 내몽고지역의 사막화 진행 현황, 만리장성을 따라 진행된 생태적 변화, 황사의 이동, 조기 예보 기술, 사막화의 생물학적 과정, 초본 및 관목의 생태적 변화, 사막화 방지와 지속 가능한 개발에 관한 연구들이 포함돼 있었다.

경관생태학 분야의 발표에서는 생태계평가를 정량화해 올바른 환경계획 및 정책 수립에 반영시키는 새로운 응용생태이론과 연구방법론을 제시했다. 이에 대한 구체적 사례도 발표됐는데 말레이시아, 이란, 뉴질랜드, 일본연구자들이 하천이나 댐 건설 등 생태적으로 민감한 유역을 경관생태학적으로 관리한 사례들을 소개했다.
산불로 인한 생태계 변화도 빼놓을 수 없는 분야다. 자연 발화로 인한 산불은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크게 기여하는 측면이 있지만 최근의 동아시아 지역의 산불은 인간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그 영향과 생태적 반응 연구는 중요한 연구 영역이다. 이 주제에선 주로 동아시아 지역의 산불 사례와 한국사례 들이 소개됐다. 이 밖에 농업생태학, 장기생태연구, 지구온난화와 식생변화 등 최신의 생태학 이론 및 연구사례들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대중 위한 ‘시민공개강연’ 인기

이번 대회의 특징은 대중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대회기간 내내 저녁에 열리는 ‘시민공개강연’은 일반인들이 생태학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었다. 공개강연의 내용을 일부 살펴보면, 우선 이인규 서울대 교수(생명과학부)는 분자생물학의 패러다임에 밀려 설자리를 잃은 생태학 분류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리 나라의 생물다양성 연구 현황을 소개했다. 볼프강 하버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과학의 윤리성과 도덕성을 강조하는 글을 발표했다. 그는 과학연구와 발전에 따른 환경파괴 문제로 인해 생태학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됐고 이에 따라 생태학자들은 환경과 관련된 정치적 결정에서 예상되는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연했다. 최재천 서울대 교수(생명과학부)는 생명공학의 발전에 따른 다양한 문제들에 대처할 새로운 윤리기준을 마련해야 하며 이 기준엔 인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물들에 대한 고려 또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황리에 막을 내린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국내에서도 담론 수준의 생태학 논의뿐만 아니라 생태학의 과학적 연구도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김병수 객원기자 bskim@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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