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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언론 - 언론개혁 어떻게 이룰 것인가
[신년특집] 언론 - 언론개혁 어떻게 이룰 것인가
  • 교수신문
  • 승인 2001.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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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1-04 14:40:51

이상희 (서울대 명예교수 언론학)

언론은 사회의 신경조직이다. 사회는 유기체와 같은 일면이 있고, 그것은 분명히 각 구성원소통의 상호접촉으로 연결되어 있다. 구체적으로는 인간 간의 상호접촉, 즉 커뮤니케이션으로 해서 사회는 성립된다. 커뮤니케이션을 뺀 사회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만약 그러한 사회를 상상한다면 그것은 죽음의 사회, 진시황릉의 土俑들의 군상과 같은 것으로 될 것이다. 특히 오늘날의 사회는 이른바 정보화사회이다. 갖가지 커뮤니케이션의 정보망으로 둘러싸여 있다. 정보망의 중첩적인 立體가 현대사회인 셈이다.
이러한 정보망의 중심에 언론이 자리한다. '언론'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논의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하고, 일단 이른바 신문, 방송, 잡지 등 소위 저널리즘을 가리키는 것으로 한다.
언론은 두말할 것도 없이 현대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여론을 형성한다고도 하고, 정치적, 사회·경제적으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도 한다. 분명 언론은 우리들의 사회환경을 인식하고, 그 인식한 결과를 사회구성원들에게 알리는 임무를 띠고 있다. 마치 유기체의 신경조직이 외부환경을 인식하고 그 결과를 각 세포에게 전달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만약 그 신경조직이 비정상적이거나 병들어있다면 사태는 심각해진다. 착시현상이 일어나기도 하고 환각증을 일으키기도 해서 방향감각은 혼란에 빠지고 말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사회의 신경조직인 언론은 중증이라고 할만큼 병들어있다. 특히 신문은 한마디로 족벌신문이거나 재벌신문이다. 특정 개인이나 한 가족이 신문의 소유권을 독점하고 있어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못하고, 또한 경영과 편집이 유착되기도 한다. 그 결과 편집권의 독립이나 언론의 자율성은 찾을 길이 없다. 구체적으로는 소유주의 가치관이나 시국관이 신문논조의 주조를 이루고, 결과적으로 기득권 세력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냉전논리의 확대재생산을 일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광고주들의 눈치를 봄으로써 그들의 이익에 봉사한다. 말하자면, 신문은 총체적인 자본의 편에 서 있는 것이다. 몇몇 시사월간잡지의 성격 또한 기본적으로는 주요 일간신문들과 다를 바 없다. 영세한 지방신문들이 갖는 여러 가지 문제들은 논외로 한다.
방송은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방송법의 시행 이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보도와 시사문제, 특히 남북관계, 민족문제에 있어서는 한 걸음 앞서가고 있다. 그러나 방송은 오락매체로서의 특성을 강력하게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은 숙명적으로 커머셜리즘의 포로가 되어 있다. 주기적으로 표면화되는 저속화 문제나 퇴폐 문제는 여기서 비롯되는 것이다. 방송광고주의 포로가 되어있는 셈이다.
이리하여 방송도 신문과 같이 종국적으로는 자본의 편에 서있는 것이다. 언론이 갖는 이러한 성격은 결과적으로 우리사회의 개혁과 진보를 가로막고, 민족화합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그렇기에 '언론이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는 구호가 시민사회에 가득 차 있는 것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국회에 청원해둔 '정기간행물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안과 '언론발전위원회'가 하루 속히 통과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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