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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목적 정책 … 원점에서 재 논의해야”
“맹목적 정책 … 원점에서 재 논의해야”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2.11.07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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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우수 학술지 지원정책’에 교수사회 잇따라 비판

정부의 학술지 지원정책에 대한 교수들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6일 제55회 전국역사학대회에서 역사학자들이 “왜곡된 ‘우수 학술지’ 지원정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 데 이어, 30일에는 교수 3단체(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조, 학술단체협의회)와 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까지 가세해 “학술지 지원정책 개편을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교과부는 지난해 연말, “형식적인 평가 중심으로 운영돼 온 ‘등재지 지원정책’이 등재(후보)지의 과다한 양산을 초래했고, 일부 연구자의 연구업적 부풀리기 등 일탈 행위가 일어나는 원인을 제공했다”며 ‘학술지 등재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등재(후보)지를 발행하는 학술단체 1천 여 곳에 소액의 학술지 발행 경비를 골고루 지원하다보니 자생능력이 없는 소규모 학회가 너무 많아졌다는 것.

올해부터 우수 학술지 10개, 2013년 15개, 2014년 20개 내외를 선정, 학술지당 약 1억 5천만원씩 5년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교수 3단체 등은 그러나 교과부가 제기한 학술지 등재제도의 문제는 “지난 1998년에 이 제도를 도입한 교과부가 자초해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학술지의 ‘양적 평가’가 낳은 폐단이다. 이들이 꼽은 교과부 학술지 평가의 문제점은 △연구의 질적 측면보다 양적인 평가에 치중 △기초학문이 처한 상황을 무시하고 학문과 연구를 실용적인 관점으로만 접근한 반학문적 사고 △평가에서 해당 분야 전문가 배제 △게재율·탈락율·편집위원 구성·학술지 발간 시기 등 단순 양적 측면만 고려한 일면성 △학계의 자율적 평가 배제 등이다. 교과부는 ‘세계 수준의 학술지’로 유인하려는 목적으로 몇 개의 ‘우수 학술지’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안을 내놨지만 교수들은 정반대의 논리를 펴고 있다.

소수의 학술지에 정부 지원을 몰아주기보다 ‘균형있는 지원’이 다양한 학문을 고르게 육성할 수 있다는 측면이다. 교수들은 “공공적 지원이 없으면 학문 재생산이 어려운 기초학문영역의 학술지를 지원하고, 어려운 여건에서 주체적인 ‘한국적 학문’을 천착하는 분야에 균형 잡힌 지원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주장했다. ‘우수 학술지’의 조건으로 교과부는 학술지를 영어로 발간하고, 외국 논문이 게재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또한 교수들은 ‘영어 논문 게재’와 같은 기준으로 소수의 집중지원전략으로 학술지 지원정책을 전환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학문이 무엇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맹목성은 물론, 영어 중심의 학문이라는 반학문적이며 학문 제국주의적 사고에 빠진 정책이다. 이런 ‘맹목적인 정책’을 위해 국가의 지원을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것은 기초학문과 전문 학문을 고사시킬 것이다.” 교과부는 “학술지 평가제도를 학계의 자율평가로 전환하는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앞으로 3년의 이행기간을 거쳐 오는 2014년 12월에 폐지할 것”이라며 “다만 소외·신생·지역 학문분야의 학술지에 대한 지원규모와 방법 등은 “학계의 의견을 수렴해 2013년 중에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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