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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3호 새로나온 책
663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2.11.0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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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 정치 문화, 에드워드 사이드 지음, 최영석 옮김, 도서출판 마티, 664쪽, 30,000원
1976년부터 2000년 사이에 진행된 인터뷰 29편을 묶은 책. 대담으로 엮은 에드워드 사이드의 지적 전기로, 우리시대의 가장 독보적인 지식인인 사이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준다. 그의 민주적이고 코스모폴리탄적인 인문주의는 모든 정치적 진영이 풍기는 정치적 도그마와 상아탑을 비판하는 데 한 점 두려움이 없다. 이 29편의 대담은 『오리엔탈리즘』, 『문화와 제국주의』등의 이해를 돕는 충실한 문맥을 제공해준다. 대담자에 따라 우호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날선 질문과 답이 오가는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사이드의 생각과 그의 인간적 면모를 다른 어느 곳에서보다 뚜렷하게 만날 수 있다.

■ 멜랑콜리의 색깔들-중세의 책과 사랑, 자클린 세르킬리니툴레 지음, 김준현 옮김, 문학동네, 300쪽, 16,000원
이 책은, 자신을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선 난쟁이’로 칭하며 선조들보다 더 멀리 본다고 의기양양해하던 12~13세기와 달리, 화려했던 한때가 가고 스스로를 선대의 보잘것없는 후손이자 날 때부터 이미 늙어버린 아이라 여겼던 14세기를 다룬다. 저자는 이 시기가 모든 것이 다 이야기됐고 더는 새로울 게 없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던 ‘멜랑콜리의 시대’였음을 강조한다. 『장미 이야기』에서 비용의 『유언의 노래』에 이르는 시기, 프랑스어는 지위가 뚜렷해지고 라틴어와의 관계 속에서 제 위상을 명확히 하고자 노력한다. 저자는 교회의 분열과 왕위 계승 전쟁, 굶주림과 흑사병으로 흉흉하기 그지없던 한 시대와 당대인들이 택한 문화 전략들을 보여준다.

■ 연대주의-모나디즘 넘어서기, 강수택 지음, 한길사, 580쪽, 27,000원
2007년 『시민연대사회』를 펴내고 여러 편의 논문을 통해 연대주의를 집중적으로 탐구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모나디즘이란 개념에 천착해 한국사회가 시민연대주의로 가는 길을 논했다. 지금까지 오늘날 한국사회의 결속력 약화를 시민들의 개인주의화 때문이라고 보면서 이를 불가피하거나 심지어 바람직한 변화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한편 결속력 약화를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는 경우에는 사회의 공동체성을 강화함으로써 이에 대처해야 한다는 판단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두 가지 인식 모두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한국사회에서 개인화는 불가피하거나 필요한 측면이 분명히 있지만, 사회의 개인주의화에는 심각한 역기능이 따르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개인주의와 집합주의를 닫힌 사유체계 즉 모나디즘이라고 명명하고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이 모나디즘 정신의 실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 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 1·2·3, B. 말리노프스키 지음, 유기쁨 옮김, 아카넷
폴란드 출신의 저명한 인류학자로 현지조사 방법과 민족지 서술의 선구자이자 영국 사회인류학의 창시자인 말리노프스키의 대작이 한국연구재단총서 학술명저번역 516·517·518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책에서 말리노프스키는 트로브리안드의 생태 환경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경작 작업’과 ‘관련 주술’이라는 두 가지 활동을 중심축으로 서술하고 분석했다. 트로브리안드인들은 먹고살기 위해서 주로 농사를 짓지만, 동시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서 주술을 수행한다. 말리노프스키는 이 책에서 트로브리안드인들의 이러한 농경 ‘작업’과 ‘주술’이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특히 주술은 트로브리안드인들의 농경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기도 하다. 말리노프스키의 원시적 경작 형태에 대한 연구는 인간의 경제적 본성에 대한 이해를 비롯해 트로브리안드인들과 오세아니아 문명에 대한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 정치적인 것의 개념, 카를 슈미트 지음, 김효전·정태호 옮김, 살림, 340쪽, 25,000원
개인의 생명과 재산을 최우선적인 가치로 놓아야 한다는 자유주의는 그 자체로는 근대 시민(부르주아지)의 위대한 정치적 승리가 가져온 결과이지만, 역설적으로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는 길을 열어놓았다. 국가와의 투쟁 속에서 결국 안온한 개인의 사적인 삶을 확보함으로써 정치를 협소한 의회와 정당 제도의 틀 속에 있는 것으로 가둬놓았기 때문이다. 슈미트는 정치와 정치적인 것의 구별을 제시함으로써 이를 극복하고자 했다. 그에 따르면 정치적인 것은 미적인 것, 도덕적인 것처럼 삶의 근원적인 영역이다. 그리고 미적인 것이 미와 추, 도덕적인 것이 선과 악이라는 이항대립에 기초하고 있듯 정치적인 것은 적과 나의 구별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대립과 구별을 외면할 때 정치는 비정치적인 것이 된다. 20년 전 법문사에서 출판한 것을 전면 수정했다.

■ 진화하는 중국의 자본주의, 가토 히로유키·구보 도오루 지음, 백계문 옮김, 한울, 284쪽, 24,000원
오늘날의 중국을 올바로 파악하고 앞으로의 행방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1978년 개혁·개방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충분치 않다. 1949년 이래 인민공화국 60년간의 공업화 과정, 더 나아가서는 신해혁명 이래 100년간의 자본제 생산의 발전 속에서 오늘의 융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특히 다음의 두 가지 점을 염두에 두고 집필됐다. 첫째는 자본주의에 여러 가지 양식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비교 관점에서 중국 자본주의의 특징들을 추출하고 그 특징들이 금후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또는 변화하지 않을 것인가)를 고찰했다. 둘째는 지금까지 1949년의 중국 혁명 이전과 이후 및 1978년의 개혁·개방 이전과 이후를 흔히 나누어 다뤄왔으나 그것들이 연속돼 있다는 확고한 입장에서 분석했다. 이렇게 해야 비로소 개혁·개방 이후 중국에 출현한 지속적인 고도성장에 대한 해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호모이그니스, 불을 찾아서, 오쓰카 노부카즈 지음, 송태욱 옮김, 사계절출판사, 312쪽, 16,800원
민속학, 고고학, 인류학, 신화, 역사, 예술 등 동양과 서양의 지적 성과를 넘나들며 인간이 불을 어떻게 이해해 왔는지, 불이 인류 문화 발전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에 대한 흥미롭고 신비로운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호모 이그니스’는 사람屬을 뜻하는 라틴어 호모(Homo)와 불을 뜻하는 라틴어 이그니스(Ignis)를 조합한 단어로, 인류가 불과 함께 진화했고, 불이 인류 문화의 원천이 돼 왔음을 상징한다. 이 책은 동서양을 넘나들며 불의 기원에 대한 신화를 비교한다. 일본 신화 속 불의 신인 가구쓰치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나 오세아니아 원주민들 사이에 전해져 오는 신화,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건네준 의미, 일본 각 지역에서 전해지는 불과 관련된 풍속 등은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상상력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또한 고고학과 인류학의 성과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불을 이용하는 기술과 종교적 의미까지 설명한다. 이와나미쇼텐(岩波書店) 대표를 거친 저자의 이력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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