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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단에서 내몰린 교수들]
[강단에서 내몰린 교수들]
  • 설유정 기자
  • 승인 2002.07.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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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이은 억울한 사연
‘연구실적이 미흡하다’는 이유는 물론 ‘시각장애’나 ‘교수로서의 품위를 지키지 못했다’는 대학측의 독단적인 평가도 입맛에 맞지 않는 교수를 강단에서 내쫓는 ‘합법적 근거’가 되는 가운데 올 상반기에도 재임용 탈락 교수들의 ‘억울한 사연’은 줄을 이었다. 이에 맞서 싸운 교수들에게는 어느 때보다 길고도 짧은 한 학기였을 터, 무학점 강의와 1인시위 등으로 뜨겁게 달구어진 올 상반기를 정리한다.

대학측이 마음에 들지 않는 교수를 ‘찍어내기’ 위해 활동 및 연구실적 미흡을 이유로 드는 것은 고전적인 방법이다.

올해초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한 김동우 세종대 교수(회화과)와 도지호 안산공과대학 교수(산업디자인과), 그리고 98년도에 재임용에서 탈락된 김민수 전 서울대 교수(시각디자인과)도 그 대표적인 예.

교수노조도, 직원노조도 없는 세종대에서 김동우 교수는 홀로 대학 법인측의 비민주성을 주장하며 3월 18일부터 대학 정문 앞 1인시위를 계속해 왔다.

 

이런 외로운 싸움에 대학미술포럼 소속교수 95인 및 미술대학교수, 총학생회가 지지 성명을 냈고 교수노조 등 일곱 개 단체로 구성된 ‘김동우 교수 부당재임용탈락 철회 및 원상복직을 위한 공동 대책위원회’ 또한 김 교수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무엇보다 그를 존경했던 학생들이 무학점 강의와 1인시위, 천막농성 등에 적극 참여하며 다음 까페까지 만들어 그의 부당해직을 철회하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 법인측은 6월 김 교수와 그를 필름에 담던 황철민 전 세종대 교수(영화예술학)에 대해 ‘학교출입금지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법인이 증거자료로 제출한 김 교수와 학생들의 간담회 내용 녹취가 세종대 총학생회측으로부터 ‘도청’이라는 강한 반발을 사 물의를 빚기도 했다.

김 교수는 지난 6일 학교측과 출입금지가처분 신청에 대한 재판을 마치고 조만간 나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도지호 교수 역시 자신의 재임용 탈락은 “학내 기도회에 참여하지 않고, 명절이나 이사장 생일 때 ‘인사드리기’를 등한히 했기 때문”이라며 부당 심사 철회를 위한 1인시위를 계속해왔다.

 

최근에는 지역해고자와 연대하며 시위 및 집회에 계속 참가중인 도 교수는 현재 대학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길면 길수록 좋다. 사회적 운동차원으로 공론화시키기 위해서 싸움은 오히려 길어지는 게 낫다”는 도 교수는 올 여름, 부조리한 재임용탈락에 맞서 싸울 채비를 가다듬고 있다.

김민수 전 서울대 교수(시각디자인과)는 2002년 1학기에도 5년째 이어온 무학점 강의를 계속하며 재임용 탈락 철회를 요구했다.

지난해 1월 1심에서 ‘근거 없는 재임용 탈락은 위법’이라는 판결로 승소했던 김 교수는 8월 31일 서울대 측이 고등법원에 낸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계약기간 만료로 인한 재임용 탈락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패소했다. 이후 대법원에 항소한 김 교수는 현재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다.

 

한편 ‘표절 사실이 확인됐다’며 교수를 파면시킨 예도 있었다. 대구가톨릭대는 장만식 교수(경영학부)가 “저서 3편과 논문 2편을 표절한 사실이 확인돼 파면결정을 내렸다”며 장 교수를 지난 4월 정년보장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시켰다.

대학교수가 표절을, 더구나 제자의 것을 베껴 파면됐다는 보도가 학교측으로부터 나가자 사회 전체가 술렁였다. 그러나 논란이 되는 장 교수의 논문을 게재한 ‘산업경영학회’는 이를 표절로 볼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이 대학 교수협의회 역시 장 교수의 파면이 교협 활동에 대한 ‘보복성 조치’가 아니냐고 비난하고 나섰다.

현재 장 교수는 대구지방법원에 파면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그리고 교육부의 교원징계재심위원회(이하 재심위)에 재심을 요청해둔 상태다.

학생들의 실험실습비에 대한 잇따른 문제제기를 학과장의 책임으로 물었던 사례도 있다.

지난 3월 재암용에 탈락된 서울예술대학의 오은희 교수(무용과)가 이러한 경우다. 오 교수는 “재임용이 탈락되면서 학교측으로부터 ‘품행이나 성격,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까지 몰아부쳐지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학생들은 복직을 요구하며 지난 6월 안산 캠퍼스에서 퍼포먼스를 벌였다.

상반기 대학가에 우울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부당한 직위해제와 면직조치를 당했던 일부 교수들은 재심위의 판결을 요청한 결과 대학으로부터 취소처분을 받아내는 전례를 남겼다.

김향기 성신여대 교수(법학과)는 지난 3월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는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학교 정관과 사립학교법을 근거로 대학측으로부터 직위해제 됐다.

그러나 이는 김 교수가 교수평의회 의장으로 활동하면서 총장의 해임을 주장했던 데 대한 보복성 인사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대학 총학생회를 비롯해 동창회, 인문과학대, 사범대, 사회과학대 등에서까지 김향기 교수의 직위해제 철회를 요구했다.

결국 재심위의 심사 결과 지난 4월 ‘금고이상의 유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대학이 직위해제를 하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재심위에서는 성신여대 측에게 직위해제처분을 취소하고, 그 동안 미지급된 보수를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한영신학대에 재직해온 김현기(기독교아동복지학과), 차상환, 홍영표(이상 선교영어학과) 교수는 올 1월말 재임용 심사조차 없이 2월 28일자로 면직처리 될 것이라는 학교측의 통보를 받았다.

세 명의 교수는 재심위의 재심을 요청했고 지난 5월 27일 학교측으로부터 면직 철회 결정을 받아 6월에 학교로 복귀했다. 현재 세 교수는 한영길 법인 이사장, 한영훈 총장 등을 상대로 ‘해임통보 무효확인 및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해 둔 상태로 조만간 1심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설유정 기자 syj@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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