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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여 학자들 “학술지 구독 너무 비싸다…‘자유열람’ 제한 추진도 문제”
1만여 학자들 “학술지 구독 너무 비싸다…‘자유열람’ 제한 추진도 문제”
  • 백정호 미국 통신원ㆍ알라스카대 경제학과 부교수
  • 승인 2012.08.2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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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_ 저널 횡포에 맞선 美 학자들의 보이콧

미국의 대학관계자들이 즐겨보는 잡지로 유명한 <크로니클>(The Chronicle)지는 올해 초 <Cell>이나 <The Lancet> 등 2천여개의 저명한 학술지를 발행하는 것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학술지 출판사인 엘스비어(Elsevier)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대학교수들의 보이콧 움직임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1월 이들의 횡포에 분개한 한 학자가 블로그에 쓴글로 시작된 이런 움직임은 1월 달에만 약 2천400명의 지지자들이 엘스비어가 발행하는 학술지에는 논문을 아예 게재하지 않거나 제출된 논문에 대한 심사 요청 등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서명했다고 크로니클은 전했다. 이 숫자는 2월 달에 이르러서는 전 세계의 교수와 대학원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7천700명으로 늘어났고 다시 두 달 뒤에는 1만여명에 육박하게 됐다.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캠브리지 대학의 티모시 고워 교수 등도 참여한 이들이 말하는 엘스비어사의 횡포로는, 첫째, 논문을 열람하는데 무더기로 묶어 팔기를 해 원하지도 않는 다른 학술지까지 구독하게 함으로써 필요 이상으로 비싼 가격 지불을 요구하고, 둘째, 출판사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무료로 자료를 열람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 상정을 지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이 회사에 의해 출간된 연구결과들을 학자들이 자유롭게 열람할 수 없게 함으로써 정보의 자유로운 공유를 통한 보다 나은 연구 환경 개선에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엘스비어사 측은 지난해부터 자사 소속 학술지 사용 가격을 다른 경쟁 출판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했을 뿐만 아니라, 특정 학술지를 도서관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자사 소속 학술지의 다운로드양은 예년에 비해 무려 40퍼센트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움직임에 참여하는 학자들의 주장은 다르다. 현재의 출판 관행은 연방정부와 주정부에서 제공하는 공적성격의 연구펀딩을 통해 얻은 연구결과를 사실상 사기업인 출판사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격인데, 이 사기업은 돈을 받고 자료를 열람하게 함으로써 불합리한 영리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실제로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공급자’인 학자들이 불만을 표명해 공급자가 줄어 들 수 있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저명한 학자들은 이미 학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어서 어느 학술지에나 자신들의 연구결과를 쉽게 게재할 수 있기 때문에 딱히 엘스비어사 소속 학술지에 자신의 논문을 게재하지 않아도 되는 입장일지 모르지만, 학계에 발을 들여놓으려고 애쓰거나 테뉴어를 받으려고 하는 이른바 초보 학자들(박사후연구원 혹은 조교수)은 엘스비어사가 보유하고 있는 저명 학술지에 대한 논문 제출을 마냥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인 것이다. 물론 현재 벌어지고 있는 논쟁으로 인해 엘스비어사측도 훌륭한 논문을 다른 경쟁 출판사에 빼앗김으로써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학술지의 질이 상대적으로 저하되는 피해를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엘스비어사측은 자신들이 ‘묶음판매’를 하는 것은 대학도서관의 예산형편이 현실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개별학술지를 따로 판매하는 것보다 묶음판매를 함으로써 협상을 통해 좋은 가격으로 많은 자료를 공급하려고 하는 것뿐이라며, 흔히 대학에서 자신과 연관되지 않은 학과의 학술지를 무조건 필요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오류라고 말했다. 엘스비어 대변인은 그동안 가격을 매년 조금씩 인상해오던 관행도 멈춘 상태라고 밝히고, 논문심사과정은 절대로 싸지 않으며 회사는 자료의 처리와 분배과정에서 드는 비용을 받는 것뿐이고, 학자들은 학술지와 연관된 것이 아니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저명한 학술지의 논문 심사를 의뢰할 때는 실제로 심사비를 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워 교수는 계속 엘스비어의 횡포가 지속돼 학자들이 다 떨어져 나가면 아무리 오래된 저명한 학술지라 할지라도 내일 당장 없어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온라인에서 ‘열린자료열람’을 통해 논문심사를 하면 훨씬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최근 발행된 워싱턴타임스와 뉴욕타임스의 기사에 따르면, 이들 학자들의 움직임은 실제로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엘스비어사측이 지지하던 ‘자료자유열람’을 막는 법안상정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미시간주립대학의 David Slomon 교수는 이에 만족하지 못한다. 많은 대학도서관이 학술지 구독에 너무 많은 비용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1986년에 3억불이던 학술지 구독료가 2008~2009에는 11억불이 됐던 것이다.

엘스비어사는 ‘열린자료열람’ 추구와 학자들과 함께 비용을 조정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최근 일부 학술지의 가격을 낮춘바 있고 학자들도 일단은 그들의 노력 의지는 수긍하는 입장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직 지켜볼 일이다.

백정호 미국 통신원ㆍ알라스카대 경제학과 부교수
미국의 대학과 교수사회, 대학생의 특성을 한국인의 관점에서 전할 예정이다. 무역과 에너지, 교통관련 학계 동향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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