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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렉터를 위한 미술축제 … 경제위기에도 성황 이룬 까닭
콜렉터를 위한 미술축제 … 경제위기에도 성황 이룬 까닭
  • 독일 바젤슈타트=정명주 아트스페이스펄 큐레이터
  • 승인 2012.07.0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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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계 풍경_ 스위스 바젤슈타트 43

▲ 지난 6월 14일부터 17일까지 스위스 바젤슈타트주에서 열린 세계 최대 미술시장인 ‘아트 바젤’ 전시장.

독일, 프랑스와 접경지인 스위스 바젤슈타트에서 열리는 ‘아트바젤’은 미국, 유럽의 내로라하는 갤러리들이 모여 새로운 미술 유통 흐름을 제시하는 것으로 정평난 전시다. 지난 6월 열린 ‘아트바젤 43’은 과연 어떤 모습을 선보였을까. 정명주 아트스페이셜 큐레이터의 현지 방문기를 싣는다.

라인강이 힘차게 도시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곳, 스위스의 바젤슈타트주는 인구 20만의 도시이다. 독일, 프랑스와 접경지역인 이곳은 국경의 삼엄함을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한 동네처럼 누구든지 산책을 하며 오갈 수 있는 자유구역이다.

그러나 스위스로 넘어가면 유로화 대신 스위스 프랑을 써야하고 모든 물가가 몇 발짝 사이에 급등해 버린다. 그래서 많은 방문객들은 국경을 넘어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묵으며 저렴하고 풍부한 식생활을 즐기면서 바젤의 예술적 분위기도 만끽하는 실용적인 길을 택한다. ‘아트바젤 ART BASEL’은 일 년에 한 번씩 전 세계의 부자들을 불러들이는 최대의 아트마켓이다.

다른 아트페어와 다른 점이 있다면 미술관급의 거대하고 자주보기 힘든 중요한 작품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것과 어마어마한 가격에 거래가 성사되고 있다는 것이다. VIP를 위한 세계미술시장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아트바젤’은 미술의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가장 첨예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매년 6월 스위스에서 열리는 최대의 아트마켓은 올해로 43회를 맞이했다. 세계적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트바젤 메인부스는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성황을 이루었다.

‘아트바젤’은 공식적으로 퍼블릭 오픈을 6월 14일부터 17일까지 4일간 진행했다. 6월 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은 주요 VIP를 위한 프리뷰와 VIP오프닝이 있었다. 이 기간은 당연히 유명 콜렉터들과 미술관 디렉터, 큐레이터 등 미술관계자들을 위한 시간이다. 나는 아트스페이스펄 큐레이터로 VIP카드를 발급받아 프리뷰를 볼 수 있었다. ‘아트바젤’은 최대의 미술시장답게 선별된 갤러리 300여개와 2천500명에 달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됐다. 갤러리 분포도를 보면 미국이 23.2%를 차지하고 있고, 60.2%가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위스 등 유럽에서 참가한 갤러리가 다수를 차지한다. 그 외 아프리카나 아시아는 10퍼센트 정도의 비율을 점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아트바젤’은 그야말로 미국과 유럽 중심의 고가의 작품과 작가들 그리고 콜렉터를 위한 미술축제임을 알 수 있다.

비록 ‘아트바젤’이 아시아 시장에 대한 관심을 키워가고 있지만(아시아 시장에 대한 이들의 관심은 홍콩아트페어 인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여전히 아티스트는 유럽과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80퍼센트를 넘어서고 있다. ‘아트바젤’은 확실히 서양인, 그것도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행사로 미술의 역사가 어떻게 경제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 거대한 미술시장의 메인부스에는 한국의 갤러리 중 유일하게 국제갤러리가 참가하고 있었다. ‘아트바젤’이 다른 페어와 차별화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메인부스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대형 설치작품을 전시하는 아트 언리미티드(Art Unlimited)가 있다.

또한 중진 갤러리의 장래를 엿볼 수 있는 아트 퓨처(Art Future), 신진갤러리의 데뷔무대인 아트 스테이트먼트(Art Statements)의 특별전 형식이 신선함을 더해준다. 아마도 이러한 카테고리와 기획은 ‘아트바젤’을 경제적인 가치만을 좇는 곳이 아니라, 어떤 페어보다 실험적인 예술이 소통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과 시도로 평가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미술시장이 열리는 바젤의 메인부스는 VIP오프닝 기간에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 기간 각 미술관들은 저마다 특별전을 마련해 바젤을 찾는 사람들에게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올해는 바이엘러 재단(Foundation Bayeler)에서 소장전과 함께 제프쿤스(Jeff Koons)의 대형 작품들을 전시했다. 그 외 바젤현대미술관과 근대미술관 등 수십여 개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도 소장품과 새로운 특별전을 마련해 문화도시 바젤의 면모를 보여줬다. 각 나라와 지역에서 행해지는 큰 아트페어 기간엔 항상 위성아트페어가 열리기 마련이다. 아트바젤 기간에도 바젤 시내 여기저기에서 스코프(Scoop), 솔로프로젝트(Solo project), 리스트(Liste) 등 몇몇 소규모 아트페어가 함께 열렸다.

아트바젤에 비해 매우 소박한 이 페어들은 미술시장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줬다. 그중 나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끌었던 아트페어는 리스트(Liste)였다. 작은 공장과 같은 낡은 건물에서 40세 미만의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이고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이곳은 세계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로 북적거렸다. 크고 작은 콜렉터를 만나고 스타작가들과 교우하기 위해 애쓰는 한국의 미술시장에 비한다면, 이곳은 그야말로 드림스테이션이다. 자본과 실력을 갖춘 갤러리만이 입성을 할 수 있다는 아트바젤은 세계적인 불경기와 스위스 은행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 위상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자존심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대의 미술시장인 아트바젤에 한국의 갤러리들이 속속 진출해 한국작가들을 소개하고 작품을 소통시킬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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