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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결과를 보고] 교수임용, 여전히 문제인가
[설문조사결과를 보고] 교수임용, 여전히 문제인가
  • 교수신문
  • 승인 2002.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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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 서울대·언어학과 교수공정임용을 위한 모임 대표

임용심사의 공정성이 10년 전의 상황보다 특별히 나아졌다는 느낌을 주지 않아 참으로 실망스럽고 부끄러운 심정이다. 학연 등 인맥, 정실에 의해 내정자를 미리 정해놓고 채용 공고와 절차를 진행한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능력있는 사람을 뽑아 좋은 학과, 좋은 학교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대학 구성원들 사이에 아직도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하겠다.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대학인들의 사고 전환과 전환된 사고가 보편화돼야 한다. 이를 돕기 위해 제도와 운용 양면에서 계속 개선돼야 한다. 일부 사립대학에서 금품 요구의 범법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니, 이러한 대학들은 질 관리를 위해 정리되는 것이 나을 것이다.

한편, 절차상의 불편을 호소하는 지원자들이 많다. 제출서류가 과다하다는 점, 많은 사람이 알고 응모할 충분한 기간을 주지 않고, 심사일정도 늘 촉박하게 알려와 외국에서 지원하는 경우 면접·발표에 맞추어 여행할 수 없게 한다는 등 선진국들의 열린 임용제도에 비해 미흡한 점이 너무 많다. 이력서, 업적 목록(견본 논문) 및 추천서가 거의 전부인 선진 대학들에 비하면, 우리의 제도는 일단 응모자를 불신하는 입장에서 관료적이고 획일적인 사무 편의 위주로 시행된다. 각고의 노력 끝에 꿈을 안고 응모하는 지원자들을 인간적으로 대하고 그들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하면서 그 중에서도 더 좋은 사람을 가려 맞겠다는 자세부터 취해야 할 것이다. 비용이 많이 드는 실험사진들이 든 (학위)논문들은 불합격일때는 되돌려주는 친절도 베풀 줄 알아야 한다. 지원자들은 서류 간소화를 가장 많이 요구했고, 그 다음 서류 반환과 인터넷 접수·화상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면, 공정하게 심사가 이루어진다고 하는 이상적인 상황에서 임용심사 중 실적 심사에 있어서 SCI(과학), SSCI(사회과학), AHCI(인문학-예술)급 학술지 게재 논문에 대한 우대 분위기에 대해서는 ‘논문지 종류에 대한 평가보다는 개별논문에 대한 질적 심사를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절반이나 되나 한편 수치화 된 학술지의 영향력(impact factor)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20%나 된다. 지원자 입장에서 ‘개별논문에 대한 질적 심사’를 공정하게 해준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그것이 미덥지 못한 상황이라면, 영향력이 고려된 학술지 게재 논문을 우대한다는 것은 객관화된 실적 공인이라는 점에서 거부할 수 없는 가장 강력한 기준이 될 수 있다 하겠고, 그 기준에서 우위의 지원자가 선정되는 경우 승복하지 않을 사람이 거의 없게 된 것은 그나마도 개선된 방향이라 하겠다. 오히려 그러한 객관적으로 공인된 실적에도 불구하고 불공정한 주관적 평가로 더 많은 점수를 받은 특정인 때문에 탈락하는 경우가 더 큰 문제로 드러난다. 그리고 그러한 일이 종종 일어나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다만, 위의 기준이 적합해 보이지 않는 분야로 이론 중심이 아닌 한국학 또는 그 밖의 일부 지역학이 있을 수 있고, 이 경우에도 널리 객관화된 업적에 가중치를 주는 방법이 개발돼야 할 것이다. 분야에 따라 전국규모의 국내 학술지보다도 훨씬 더 경쟁력이 큰 학술회의 논문집(세계적으로 접수된 논문 중 20%만이 뽑혀 발표하고 실리는)에 발표된 논문이 단순히 학술회의 논문이라는 이유로 실적심사에서 경쟁이 안 되게 만드는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데에도 문제가 있다. 또한 실기가 우선해야 하는 분야도 평가기준이 있게 마련이다. 또 어떤 지원자가 지적한 바와 같이 획일적으로 단일 필자의 경우에만 100%라 한 경우도 이공계에서는 문제가 된다. 학위논문 이후에 ‘박사후과정’에서 다수가 참여하는 공저의 논문을 내게 마련이다. 분야별로 어디 실리는 논문이 우수한지에 대해서는 해당 분야에서 현역으로 열심히 우수 논문을 내고 있는 상위 학자들의 의견을 모아 정할 수 있고, 이러한 노력으로 임용과 승진 등의 인사가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누가 누구의 논문을 심사할 수 있겠느냐 또는 그게 그거지 하는 태도로 무사 안일하게 지내려는 세력이 분위기를 지배한다면 발전은 없게 마련이다. 논문 내용을 가장 잘 알만한 동료학자들의 심사와 평가에 의해 학문이 발전한다고 보아야 한다.

학부 출신 임용 쿼터제에 희망을 걸었던 지원자가 많았으나, 대학에 관계없이 획일적으로 3분의 1을 타 학부 출신으로 쓰게 함으로써 실제로 서울대, 연세대 이외 대학은 영향을 받지 않고 계속 자기 출신만 쓸 수 있어 실효성이 제한돼 있다. 교수 공정 임용을 위한 모임에서는 당초 교수 공급률에 비추어 낮은 경우 타교 출신을 더 많이 뽑게 한다는 규정을 두자고 제안했었다. 또한 외부 심사위원을 둔다는 규정도 지원자들이 불신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정이 없는 것보다는 다소 낫다고 본다. 구성원들이 악용을 지탄하고 막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축구처럼, 능력을 보고 뽑고 그렇게 하니까 엄청난 이득이 나타나더라 하는 교훈을 마음에 깊이 새기고 공정 임용에 힘써 우리 대학들을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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