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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國 매년 과학박사 40% 증가추세…세계 각국, 운용 방안 마련 부심
OECD國 매년 과학박사 40% 증가추세…세계 각국, 운용 방안 마련 부심
  • 김영철 편집위원
  • 승인 2012.04.26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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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 _ 박사가 넘쳐난다.

인문학 위기 또는 이공계 위기라는 담론이 요 몇 년 사이 팽창해왔다. 전통적인 학문과 학과의 존재 방식, 질문의 방식이 변화된 경우가 전자라면, 후자는 상대적으로 취업이 유리한 분야로 학생들이 진학하면서‘이공계’분야를 우수 인력이 기피한다는 문제의식이었다. 그러나 우리 국내의 상황이나, 세계적 상황 가운데 놓칠 수 없는 중요한 현상 하나가 바로‘이공계 박사’의 양적 팽창 현상이다. 대학이 고급인력을 수요 이상으로 배출함으로써 전문 분야의 깊숙한 한 곳만 응시하는, 대학이나 연구소에 발을 붙이지 못하면 그야말로 설 자리가 없어지는 고급인력을 양산하고 있는 문제는 이제 세계적 현상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조금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지난해 봄 <네이처>에서 집중 조명한 바 있다. 한국의 박사 제도를 점검하기 위해서라면, 이 논의는 좀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문제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박사들의 자부심이 변하고 있다. 학문과 학계, 즉 아카데미아(academia)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그들은 이제 더 이상 그 곳만을 바라볼 수 없는 처지의, 말하자면 평범한 일반 사회구성원 중의 일원인‘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전락해가는 양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그 이유는 우선 박사의 양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들에서 배출되는 과학박사 학위자 수가 1998년부터 2008년 사이 매년 거의 40% 씩 증가해 약 3만4천명이 늘었다는 <네이처>誌의 통계가 이를 대변하고 있다.

문제는 박사들의 이 같은 증가 속도가 둔화될 신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고학력 노동자들을 경제성장과 산업발전의 중요 요소로 보고 고등교육 체제를 강화하고 있으나, 이러한 목적에 의해 배출된 박사들은 그들의 학위와 학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기회를 찾을 수 없는 실정이다.

학위·학력 효과적으로 활용할 기회 찾을 수 없어

미국의 경우 대학교수직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일반 교사를 하거나 전공과는 관계없는 일에 종사하는 박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이들은 박사학위를 받고 더구나 박사후연구원과정(posdocs; 이하 포닥)까지 한 7~8년의 시간과 노력에 대한 회의와 함께 향후 진로에 대한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의 박사학위자를 배출하고 있다. 2009년 생명과학과 자연과학 분야에서 1만9천733명의 박사를 배출했다. 그러나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에 일을 얻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유능한 미국학생들이 박사학위 과정을 망설이고 있다. 미국은 이를 외국학생으로 충당하고 있지만, 이 또한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미 정부와 의회가 이런 점은 도외시한 채 오히려 박사학위의 부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와 관련해서는 의회가 넘쳐나는 박사들을 위해 일자리를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자금을 투입해 공급을 더 늘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문제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제일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분야는 박사 성장 폭이 가장 크다. 그러나 제약 및 생명공학 기업은 최근 수년간 급격하게 축소되어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분야의 박사 배출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일본은 상황이 가장 안 좋다. 이른바 박사노동자들의 비관적인 미래를 볼 수 있는 사례로 꼽혀지고 있다. 1990년대 일본 정부는 박사후연구원(posdocs)을 1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정책을 세우고 목표를 달성키 위해 박사 고용을 강화했다. 이 정책의 기본적인 목적은 서구와 동등한 수준의 과학적 능력을 가지는 것을 목표로 하였고, 그 결과 양적 달성은 이뤘지만 이렇게 많이 배출된 포닥들의 향후 일자리에 대한 고민과 노력은 없었다. 학계에서는 그들을 원하지 않았다. 고등교육을 받으려는 18세 학생들의 수가 줄어들면서 대학들에서는 이들을 가르칠 교수진이 필요치 않게 된 것이다. 기업은 젊은 신입사원에 대한 직업훈련이 더 용이하고 시간적 효율성이 높았기 때문에 학사졸업생들을 더 선호하게 되면서‘포닥’들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일본, 미취업 포닥 위한 정책 실패

 

일본 문부과학성은 2009년 고육책의 일환으로 1만 8천명에 이르는 미취업 포닥들을 위해 이들을 떠맡는 기업들에 대해 각 4백만 엔을 지급하는 정책을 시도했으나 성공적이지 못했다. 기업과 포닥 간에 서로 맞는 상대를 찾는 게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일본에 박사들을 위한 일자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0년 자연과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1천350명 가운데 절반을 약간 넘긴 746명의 박사들이 졸업 때까지 일자리를 얻었다. 그러나 단 162명이 과학학계나 기술 서비스 부분에 취업했고, 250명은 기업에서, 그리고 256명은 일반 교육계에서, 38명은 정부에서 각각 일자리를 얻었다.

 

중국의 박사학위 취득자 수는 천정부지의 양상이다. 2009년 5만 명이 박사학위를 취득,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나가게 됐다. 그러나 박사학위 취득자의 질이 낮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3년이라는 박사교육의 과정이 너무 짧고, 많은 박사 지도교수들의 자격에 문제가 있고, 사회주의 특유의 체제상 질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으며, 불량학생들을 제거할 명백한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활발한 경제성장의 여파로 박사학위 취득자들이 일자리를 못 구하는 문제는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다. 자기가 원하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학계에 들어가기는 원하는 박사는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그 곳에서는 유학을 통한 포닥 과정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를 충족고자 유학을 가는 박사들의 경우 중국으로 돌아오지 않아 우수한 인재의 유출 또한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독일은 유럽에서 박사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국가이다. 2005년 과학박사 약 7천명을 배출했다. 지난 20년에 걸친‘박사교육 프로그램’의 재설계를 거쳐 박사 과잉공급 문제도 잘 해결해나가는 중이다. 그러나 유럽의 다른 나라들처럼 독일도 졸업생이 얻은 수 있는 학계의 일자리 수는 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이다. 그래서 요즘 독일에서 박사는, 학계뿐만 아니라 더 광범위한 노동인력이 될 수 있게 향상된 교육을 받은 자격자로 종종 취업시장에 소개되고 있다.

대학들은 학생의 취업과 개발에 있어 보다 더 공식적인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많은 학생들은 실험실 밖에서 컨설팅, 보고서작성과 기타 발휘할 수 있는 역량에 대한 수업을 포함한 조직된 학과를 배운다. 이에 따라 과학을 전공한 박사의 6% 이하 정도가 풀타임의 학계 일자리를 얻고 있으며, 대부분은 기업 등에서 연구 등의 일자리를 찾고 있다. 따라서 독일은 과학 분야 박사학위 취득자의 실업문제가 적은 편이다.

한국은 어떤가. 한국은 이른바 박사과잉 배출의 시대를 맞고 있다. 교육중시의 풍조와 고학력화를 추구하는‘학력 인플레’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경제발전과 산업시대에 부응키 위해 과학기술분야의 박사학위 취득자 수를 늘려가고 있는 추세라는 것은, 표에서 보듯 1998년서부터 2006년 사이에 매년 7.1%가 증가한 것에서 잘 드러난다.

한국은 198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박사학위 취득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우리나라 박사 1호로, 서재필 박사가 학위를 받은 게 1895년이다. 서 박사가 학위를 받은 1895년부터 1962년까지 우리나라 박사학위 수여자는 1천284명에 불과했다. 이후 매년 백단위의 증가세를 보여 오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급격하게 증가, 2009년에는 연 1만 명을 넘어서면서 인구 1만 명 당 2.1명의 박사 수를 기록했다. 지난 해 박사학위자 수는 1만2천805명이었다. 이를 포함, 지난해까지 우리나라 박사학위자 수는 모두 20만 2천864명으로, 국내박사는 16만3천678명이고, 해외 박사는 3만9천186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처럼 박사 수가 증가한 것에 비해 박사들이 가야 할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대학교 등 교단과 학계에서의 일자리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출생률 저하 등으로 대학신입생 수가 줄어들고 있고, 대학들의 재정상태도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일부 대학교에서는 과잉상태인 박사학위 취득자를 강사라는 이름으로 채용해 쓰고 있는데, 보수와 처우 등 그에 따른 문제점도 적지 않다.

이러한 박사학위자와 이들의 사회적 운용 문제를 놓고 여러 견해들이 제시되고 있다.

<네이처>는 이와 관련해 지난 해 4월 특집기사를 통해 박사학위자 수와 사회적 수요와의 다방면에 걸친 매칭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가 박사학위자 수를 대책 없이 늘이려하지 말고 사회수요에 맞추라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과학재단에 의해 주관되는‘통합 대학원교육연구 훈련프로그램 (Intergrative Graduate Education and Research Traineeship Programme)’에 의해 이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학위취득자들로 하여금 학위취득 후 학교가 아닌 사회에 진출할 가능성을 미리 이 프로그램을 통해 준비하고 대비할 것을 권하고 있다.

‘5가지 시도’가주는교훈

<네이처>는 이와 함께 프리랜서인 앨리슨 맥쿡의 기고문을 통해 5가지‘시도’를 제시하고 있다. △어려운 목표에서 시작하기(Jump in at the Deep End) △학계 잊기(Forget Academia) △경계 허물기(Trample the Boundaries) △온라인으로 박사되기(Get It Online) △박사 그만두기(Skip the PhD)가 그것이다. 박사학위를 받으면 대학이나 학계에서 교수나 연구원이 된다는 환상을 버리고, 위에서 언급한 5가지‘시도’를 염두에 두고 다른 분야에서 일 할 가능성에 대비해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굳이 긴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 온라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과정을 가져보라는 것, 학문의 경계를 허물고 많은 학문 분야에 관계하도록 해보라는 것, 그리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의지가 없는 경우 박사를 완전히 외면토록 하라는 것 등이다.

김영철 편집위원 darby428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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