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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라깡∙데리다가 프랑스 철학의 전부는 아닙니다.
푸코∙라깡∙데리다가 프랑스 철학의 전부는 아닙니다.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2.04.23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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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교수 인터뷰

올해 상반기 인문학분야 전임교원 임용 평균연령(44.2세)을 훌쩍 넘겨 48세로 제주대 철학과 교수로 임용된 이명곤 교수(사진)는 임용되던 날의 감격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이 교수는 8년의 강사생활 기간 동안 가장 어려웠던 점은 경제적 어려움이 아니라, 수차례 최종면접에서 떨어졌을 때 받은 심리적 충격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포기보다는 평생 ‘바보 학자’로 살겠다고 마음을 비웠다. 이 교수는 “안 될 줄 알면서도 묵묵히 연구하다보니 역으로 임용된 것 같다”라고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이 교수는 프랑스 리옹 카톨릭대에서 DEA(박사준비과정)를 마쳤지만 지도교수의 은퇴로 학교를 파리1대학으로 옮기면서 1년 과정을 되풀이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이 기간 동안 논문을 충실히 준비할 수 있어서 오히려 박사과정을 일찍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서양 고중세철학에서 토마스 아퀴나스를 전공하고 예술을 부전공했다. 그는 프랑스 철학자하면, 들뢰즈, 사르트르, 푸코, 라깡, 데리다를, 근대 철학자로는 데카르트, 루소를 꼽는 국내 학계의 현실을 지적했다. 비록 그들의 이름이 국내에 알려져 있지만 국민의 80%가 카톨릭 신자인 프랑스에서 메느 드 비랑 같은 카톨릭 철학자들의 위치를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학자로서의 욕심은 그가 번역한 책 면면에서 묻어난다. 가브리엘 마르셀, 루이 라벨을 국내에 소개한 이 교수는 논문 주제였던 영성과 인간의 본질에 관해 더욱 깊이 연구하고 싶어 한다. 종교인의 전유물로서의 ‘영성’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는 영성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만학의 기본인 철학을 통해 예술철학의 영역까지 학문의 지평을 넓히고자 하는 것이 이 교수의 장기적인 목표다.

이 교수는 현재 제주대 교수 복지관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다. 대구에 있는 가족들은 곧 제주도에서 이 교수와 함께 생활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한국에도 이렇게 원칙대로 저 같은 사람에게 기회를 준 제주대에 온 건 행운입니다. 최선을 다해서 진정한 철학도를 길러내야죠”라고 말한다. 이 교수는 학생들에게 한 철학자에 얽매이는 연구보다는 통섭의 철학, 생활과 밀접한 철학을 가르칠 준비에 분주하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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