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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강사 소득 월평균 2백 39만원이라는 정부의 통계를 보고
[특별기고] 강사 소득 월평균 2백 39만원이라는 정부의 통계를 보고
  • 교수신문
  • 승인 2002.07.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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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09 19:37:31
임성윤 / 한국비정규직대학교수노동조합위원장

전에 농수산부 통계와 교육부 통계는 믿을게 못된다는 농담반 진담반의 유행어가 있었다. 여기에 노동부 통계도 집어넣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사장:김유배) 중앙고용정보원은 2001년 9∼11월에 실시한(‘산업·직업별 고용구조조사’) 결과를 분석해 직업지도(Job-Map)를 작성·배포했다. 그런데 여기에 보면 대학강사들의 수입이 그동안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이 쟁취하고자 그토록 애써왔던 조건을 넘어선 결과가 나왔다. 대학강사의 월 평균수입이 2백만원에 달했고, 특히 남성강사의 월 평균수입은 2백39만원에 달했다. 더구나 교수들과 강사들 사이의 수입이 1.5배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대학강사들의 수입이 이 정도라면 교수노조와 한국비정규직대학교수노동조합이 동일업종의 노동조합으로 통합논의를 시작해도 좋을 듯 싶다.

그런데 월 2백39만원을 대학강사들이 벌어들이려면 주당 30시간을 강의해도 나오기 힘든 수치이다. 그런데 주당 19.7시간 강의하고 그렇게 벌었다니, 조사에 응했다는 30명의 강사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그리고 교수들의 주당작업시간은 42.9시간이고, 강사들은 19.7시간이라고 한다. 강사들의 작업시간은 강의시간을 평균한 시간일 것이다. 그러면 교수들의 주당작업시간은 강의한 시간만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교수들은 교육, 연구, 사회봉사 활동을 한다고 간주하고 주당작업시간을 평균냈을 것이다. 그러면 강사들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는가. ‘정규직’의 교수들이 하는 교육, 연구, 사회봉사는 주당작업시간에 다 집어넣고, ‘비정규직’ 강사들의 연구와 사회봉사활동은 다 빼고, 교육부분만 계산한 결과일 것이다. 강사들이 하는 일이 교수들과 뭐가 다른가. 강사들이 강의만 하고 수업을 끝내는 것은 아니다. 많은 강사들은 교수들보다 훨씬 더 많은 학생들을 직접적으로 만나면서 전공, 장래문제, 사회 전반에 대하여 토론을 벌인다. 그리고 전임교수가 되기 위해서 날밤을 새면서 연구하고 논문을 쓰고 있다(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안돼 그것이 쉽지는 않지만).

사회봉사라는 것도 그렇다. 교수들은 어떤 사회봉사를 하는가. 민방위훈련 교육장에 강사로 나와서 강의하는 것. 아니면 방송프로그램에 나와서 ‘전문가’로서 한마디 하는 것.

교육부는 2001년 4월 24일에 대통령에게 ‘대학 시간강사 문제 해소대책’을 보고하면서 강사들의 실태를 정확하게 조사하기 위해서 ‘대학 시간강사 실태조사와 강사제도 개선’ 정책 연구를 전국시간강사노동조합에게 의뢰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이 교수들의 참여없이 주체적으로 조사를 하겠다고 ‘고집’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교수들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요즈음 많은 대학강사들이 박사학위를 소지하고 있다. 우리 노동조합에서 대의원회의를 해보면, 위원장인 나를 제외하고 모두 박사들로 대의원회의가 구성되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에게 자신들에 대한 조사를 의뢰할 수 없다고 교육부는 ‘당당히’ 말한다. 그러면서 그들에게 대학강의의 절반 이상을 담당토록 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사이의 극심한 차이가 심각한 사회 문제화되고 있다. 이러한 차이가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는 더욱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전임교수들과 ‘비전임교수들’ 사이의 차이이다. 둘 다 교육과 연구를 주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양자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 만큼, 또는 조선시대 양반과 상놈의 차이만큼 난다. 학기초에 학교에 걸린 ‘교육재정 6% 확보’라는 플랭카드를 보고 소감을 얘기한 것을 가지고 해고될 수 있는 것이 강사다. 그리고 해고할 수 있는 것이 교수다. 그리고 아무런 사회적 보장도 받지 못하면서, 학생들과 더불어 학교에 문제제기하면 “강사로서의 품위를 상실했다”고 해고될 수 있는 것이 강사다. 그리고 해고할 수 있는 것이 학교다.

대학강의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강사들의 처지가 이처럼 불안정해서야 우리 대학들이 21세기를 제대로 맞이할 수 있겠는가. 바로 대학강사들을 교원으로서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대학교육의 정상화와 교육개혁은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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