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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시행 4년째 BK21 계약교수의 현황
[풍향계] 시행 4년째 BK21 계약교수의 현황
  • 권진욱 기자
  • 승인 2002.07.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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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09 18:30:33
지난 1999년 시작된 두뇌한국(BK)21 사업이 올해로 4년째를 맞고 있다. 익히 알려진대로 BK21사업은 1999년부터 2005년까지 7년 동안 기초학문에서 응용과학에 이르기까지 거의 대부분의 학문분야에 걸쳐 대학원과 대학을 연구중심대학과 지역우수대학으로 선정,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교육부의 야심찬 사업이다. BK21사업이 이전의 학술지원사업에 비해 가장 큰 차별성을 갖는 부분은 전체 금액의 약 70%를 이른바 학문 후속세대의 생계 안정을 위해 지원하도록 한데서 찾을 수 있다. 또한 교육부 는 연구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교수대비 학생 비율을 낮추고 대학원 전담교수를 둬야 하는 항목을 만들어 놓았다. 따라서 BK21사업은 많은 대학원이나 연구소에 ‘신진연구인력 지원사업’이라는 명목으로, 흔히 ‘연구교수’라고 불리는 많은 계약교수들을 양산하게끔 했다.

연구에 전념하지 못하는 연구교수


BK21로 채용된 연구교수들은 ‘신진연구인력 지원사업’에 대해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학진에서는 최소한의 생활비를, 대학에서는 연구공간을’ 제공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물질적 조건이 한층 개선됐다고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의 강웅식 연구교수(국문학)는 동료 연구교수들 사이에서 “과거에 비하자면 이런 조건에서 연구하는 것도 감지덕지다. 우리 나름대로 성과를 내자”는 말도 나눈다며 연구자들 사이의 호의적인 분위기를 전한다.

그러나 연구교수에 대한 대우가 전보다 나아졌다고 해서 만족할 만한 연구환경에 다다른 것은 결코 아니다. 외국 대학의 연구교수는 대개가 말 그대로 연구에 전념하도록 하기 위한 보직을 지칭한다. 미국 대학의 경우 유니버시티 프로페서라는 이름으로 강의를 면제하고 여느 교수들 못지 않은 대우를 하는 대신 일정한 연구성과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많은 대학들이 연구교수 대신 정식교수로 임용해서 대학내 부설연구소에 배치함으로써 안정적 연구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연구교수, 다시 말해 계약교수와는 엄연히 다른 개념인 셈이다. 대학들마다 연구교수를 채용할 때 “주당 40시간 이상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연구자”를 중요한 조건으로 달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연구교수들은 사업단 관련 행정이나 강의, 학생 지도 등 다양한 일을 떠맡아야 하기 때문에 연구에 전념하기 힘들다.

연구교수는 계약기간이 짧은데다 연봉이 다른 직업이나 정규직 교수에 비한다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강웅식 교수도 “연구교수들은 계약기간이 너무 짧고 의료보험 가입 등 부가적인 혜택이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실제로 연구교수나 계약교수 직함을 갖고 있는 연구자들은 한 해가 지나면 소속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연구교수들 중 다수가 정규교수로 임용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한번 자리잡은 대학에서 장기간 머물기를 바라지만, 해마다 계약 기간이 끝날 때가 되면 학문인력 시장의 수급상황을 보면서 다시 자리를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부에서는 BK21 연구교수의 재계약 시점을 최소 6개월로 못 박고 있으며 각대학의 연구교수의 계약 기간은 통상 1년 가량에 불과하다.

학진에서는 연봉 2천4백만원 가량을 부담하고 있다. 그렇지만 박사과정을 끝마친 연구교수들의 평균적인 나이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임을 감안할 때 학진에서 지급하는 연구비만으로는 기본적인 의식주 비용에서부터 자녀 교육비에 이르는 생계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 따라서 연구교수들이 생계를 위해 부부맞벌이나 강의, 부업 등을 겸하는 것은 아주 흔한 사례에 속한다. 또한 두세 사람 가량이 함께 사용하는 작은 연구실을 배정받고 있다.

연구사업단에 참여한 전임교수들의 권한은 막강하다. 전임교수들은 채용과 평가, 추가연구비 지급 등과 같이 연구교수들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교육부 감사에서는 일부 참여교수들이 재량권을 남용, 연구비를 자의적으로 배분한 것으로 나타나 말썽을 빚기도 했다. 학진에서는 대학본부가 연구교수에 대해서 교원, 다시 말해 전임강사 혹은 조교수에 준하는 대우를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세부적인 관리를 학진이나 교육부에서 일일이 할 수는 없는 상황. 대신, 위에 열거한 대우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만 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학진의 한 관계자는 “BK21사업이 석박사과정 대학원생을 지원·양성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계약교수에 대한 사항은 해당사업단 고유의 권한”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계약 교수에 대한 채용 여부에 대한 결정이나 세부적인 관리는 해당사업단 고유의 권한으로 간주된다. 역으로 생각하자면 사업단에 관여하는 대학 당국이나 전임교수들의 재량권이 크기 때문에 연구교수의 복지는 일종의 ‘사각지대’인 셈이다.

해외박사 선호풍토도 바뀌어야

연구교수직에서도 국내 대학원 출신들에 대한 냉대는 여전하다. 이런 현상은 해외의존도가 심한 학문이나 이공계열의 경우 더욱 심하다. 그렇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애초에 의도했던 ‘국내 대학원과 학문후속세대의 육성’이라는 BK21의 애초의 취지를 살리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인제대 기계자동차공학 송정훈 연구교수는 “세계 수준의 국내 대학원을 육성하겠다고 하면서, 실제 능력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데도 해외 박사학위소지자들을 선호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좀더 나아가 “국내 대학원을 육성하려면 SCI 등재 논문수를 세는 것 못지않게, 국내 대학원 출신자들을 일정비율 이상 선발하는데 가산점을 주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단언한다.

BK21사업이 시행됨으로써 약 4만여명에 달하는 박사학위 소지자들 중 상당수가 ‘신진연구인력’이라는 이름으로 채용됨으로써, 실업사태로 몸이 단 박사 학위 소지자들에게 대량 임용의 길을 터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BK21 사업의 계약교수제도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원사업의 지속성과 체계성을 갖추는 것이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권진욱 기자 atom@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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