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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2012년 1월2일자)
새로 나온 책(2012년 1월2일자)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2.01.02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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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로 읽는 新刊

개화기-일제강점기 서울 건축, 임석재 지음, 이화여대출판부, 404쪽, 26,000원
"이 책에서는 서울 건축의 어느 부분에 대해서 어떤 시각으로 다루고 있는가. 대상은 서울의 건축 역사 가운데 개화기와 일제강점기이며 시각은 사회미학을 적용했다. 개화기와 일제강점기는 서양 건축이라는 이질적 양식이 처음 서울에 지어지기 시작한 시기로 사회적?역사적 의미가 남다른 시기이다. 이때 시작된 서양화가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 우리의 손으로 직접 운용하기 시작한 근대화에 긍정과 부정의 양면적 영향을 끼친 점에서 그러하다. 사회미학은 이처럼 사회적?역사적 함의가 강한 건축 현상을 해석하는 데 적합한 예술사관이다."

대북포용정책의 진화를 위하여, 김근식 지음, 한울, 328쪽, 27,000원
"결국 이 책의 전체 구성은 대북포용정책의 정당성과 발전적 진화를 위한 고민들로 채워져 있다. 진화하지 않는 포용은 여전히 남남갈등의 후폭풍에 갇히게 될 것이고 업그레이드되지 않는 포용은 북한변화라는 당초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또다시 보수진영의 비판에 시달려야 할 것이다. 이제는 편향되고 극단화된 진보?보수 양측의 소모적 입씨름이 아니라 대북포용의 기조를 유지하만서 변화된 환경에 맞는 포용의 진화를 고민하는 합리적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남북관계의 확대와 발전을 통해 북한을 변화시키고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킨다는 포용의 근본 원칙에 대해서는 좌와 우, 여와 야, 진보와 보수 모두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 화해협력의 남북관계가 보수정부인 노태우 정부에서 비롯됐음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다. 문제는 보수가 수구적 반북에 의해 끌려 다니고 진보 역시 관념적 친북에게 포획당하는 무기력증이다. 이제 보수도 화해협력의 남북관계, 즉 포용기조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진보 역시 북한변화의 필요성과 평화로운 흡수통일의 현실성을 인정해야 한다."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들과 사상, 리처드 D.앨틱 지음, 이미애 옮김, 아카넷, 492쪽, 28,000원
"빅토리아인들의 삶과 그 사회를 실감나게 전달한다는 미덕 외에도 이 책은 총체적인 시각으로 세부 사항들을 공정하고 세밀하게 판단하고 관련된 의미를 끌어내는 전통적 인문학자, 이른바 제너럴리스트의 고매한 식견과 통찰력을 보여준다는 미덕을 갖고 있다. 이 저서에 인용된 소설, 시, 잡지, 정보 보고서, 회화, 오페라, 만화 등 방대한 자료는 저자의 엄청난 독서량을 짐작하게 하지만, 그보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이 방대한 자료들을 횡으로 종으로 연결하면서 그 사회의 기저에 놓인 추진력과 흐름을 찾아내 밝혀준다는 점이다. 가령 공리주의 철학과 복음주의 신앙의 공과를 논하면서 그 두 사상의 편협성과 단순함을 지적하면서도 그 사상들이 내포하는 진지한 사회적 책임감, 사회적 이상에 헌신하려는 고결함을 십분 인정하는 것은 저자의 공정하고 총체적인 시각을 보여준다고 말할 수 있다."

사유하는 구조-유리 로트만의 기호학 연구, 김수환 지음, 문학과지성사, 489쪽, 25,000원
"그렇다면 로트만은 어째서 망명하지 않았던 걸까? 1970년대 중반이후, 과거의 동료들이 학파의 '과거'를 발판 삼아(때로는 그것을 발빠르게 '부정'하는 방식으로) 서구 학계에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을 때, 로트만은 끝내 타르투에 홀로 남아 자신의 일을 계속했다. 심지어 공산당 탈퇴 붐이 일었던 1990년대 초반에도 로트만은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이었다. 이른바 대세의 길, 대세이기에 이미 너무 쉽고 편한 것이 돼버린 길을 로트만은 따르려고 하지 않았다. 망명은 고사하고 그는 더 많은 권위와 자유를 보장하는 아카데미(학술원) 학자의 길도 걸으려고 하지 않았다. 모두들 대학을 떠나 교육의 의무를 면제받는 아카데미 교수로 자리를 옮길 때에도 로트만은 끝까지 선생의 길, 그것도 '지방' 대학 선생의 길을 고수했다. 생전에 로트만이 출판한 다수의 단행본은 아카데믹 연구서이기 이전에 '교육용' 도서들이었다."
 
아키텍트, 스피로 코스토프 편저, 우동선 옮김, 효형출판, 536쪽, 25,000원
"이 책에서는 익명의 건축을 다루지 않으며, 건축가 자신이 의뢰인이거나 그 반대인 희귀한 사례 역시 다루지 않는다. 이 책은 건축의 직능에 관해 밝히고자 쓰였다. 다른 사람들의 한경적 요구에 형태를 부여하기 위해 형성된 특화된 역량을 논하는 것이다. 역사의 각 시대에 건축가는 어떻게 건축가가 됐는가? 건축가는 어떠한 교육과 훈련을 받았는가? 건축가는 어떻게 의뢰인을 찾았고 어떠한 방법으로 의견을 교환했는가? 설계를 실행하는 데 건축가는 어느 정도 감리하고 지휘했는가? 그 사회는 건축가를 무엇이라고 생각했는가? 건축가의 직업에 따른 명예와 보수는 어떠했는가? 이러한 것들이 이 책에 수록된 각 장의 저변에 흐르는 몇 가지 질문이다."

에코의 함정-녹색 탈을 쓴 소비 자본주의, 헤더 로저스 지음, 추선영 옮김, 도서출판 이후, 372쪽, 18,000원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사회는 생태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단계와 모르는 게 약인 단계를 오가며 살아왔다. 인간의 탐욕도 하나의 요인일 수 있겠지만 탐욕 때문에 전진과 후퇴가 반복된 것은 아니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사이에는 환경 보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환경 운동이 상승세를 탔지만 화석연료 산업과 제조 업계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선전하고 정치적 압력까지 더해져 환경운동이 힘을 잃었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에 이 문제가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았지만 또 다시 기득권자들에게 허를 찔리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 다시 생태계 파괴 문제의 해답을 찾고자 하는 대중의 열망이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 …… 문제는 최근 되살아난 자각의 힘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지구온난화와 그에 따른 생태적 병폐를 치유할 진정한 해결책이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분명 해결책은 있다. 하지만 정말 쓸모 있는 해결책을 찾으려면 먼저 우리가 싸워야 할 상대에 대해 알아야 한다."

조선의 탐정을 탐하다-식민지 조선의 탐정소설사, 최애순 지음, 소명출판, 336쪽, 21,000원
"탐정소설이 이 땅에 유입돼 정착되던 과정을 살피는 것은 식민지 시기에 낯설고 이질적인 근대가 어떻게 받아들여졌고 변모해 갔는지를 들여다보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 항상 사실로 기록된 왕조의 역사보다 한 줄로 그친 비사가 더 궁금하고, 연구자나 비평가에 의해 선택된 문학사의 정전보다 대중이 향유했던 소소한 오락거리가 더 눈길을 끄는 법이다. 탐정소설이라는 장르문학에 관심을 가진 것은, 그것이 각 시대 대중의 취향과 코드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탐정소설 자체를 연구한다기보다 탐정소설을 통해 식민지 시기 대중의 취향이나 문화 전반을 두드리고자 하는 것이 본래의 목적이었다."

지리학자가 쓴 도시의 역사, 남영우 지음, 푸른길, 368쪽, 25,000원
"인류는 지금까지 수많은 위대한 발명품을 창조해 왔지만, 그 중에서 가장 위대한 산물은 도시일 것이다. 그래서 카우퍼(M.Cowper)가 말한 것처럼 '신은 자연을 만들었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는 지적이 실감이 난다. 도시는 인류의 지혜와 문화의 총체라 할 수 있다. 인류의 문명은 도시에서 만들어졌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 까닭에 인류문명사는 도시문명사와 동일시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가들은 도시의 역사에 대해서는 지리학자에 비해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 저자는 일찍부터 도시를 지리학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작업에 몰두해 왔다. 도시지리학 연구를 거듭할수록 도시의 역사에 관심을 기울이에 됐다. 도시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대도시에 관한 연구만으로는 부족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헌법의 풍경-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개정증보판], 김두식 지음, 교양인, 352쪽, 14,000원
"법학은 늘 변화하는 학문입니다. 새로운 판례와 이론을 제때 소화하지 못하면 바로 죽은 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헌법의 풍경』(2004)이 나온 이후 법학전문대학원과 국민참여재판의 도입을 비롯한 사법제도의 커다란 변화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법학 관련 교양서적이 7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수정 작업 없이 계속 읽히는 것은 이상한 일입니다. 안타깝지만 법이 저 멀리 '전문가의 세상'에 존재하는 '그림의 떡'처럼 느껴지는 상황이 본질적으로 개선되지 않은 까닭일 겁니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과  『헌법의 풍경』을 손보아야 한다는 과제 앞에서 오래 고민한 끝에, 저는 일단 2004년의 기본 틀을 그대로 남겨둔 책 2011년의 목소리를 추가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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