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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과 대중 속으로 … 더 쉽고 재미있게
현장과 대중 속으로 … 더 쉽고 재미있게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2.01.02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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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학회장에게 듣는다

제19대 국회의원 선거(4월 11일), 제18대 대통령 선거(12월 19일). 올해는 1년 내내 선거철이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소통 등이 수년째 지배적인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는데 총선과 대선이 예정돼 있는 올해, 한국사회는 ‘소셜’이 폭발적인 힘을 발휘할 전망이다. 이에 발맞춰 우리 학계도 대중과 거리좁히기 준비가 한창이다. 대중 친화적 연구에는 전공이 따로 없다.

선거 국면에 가장 기민하게 움직이는 연구집단은 한국언론정보학회(회장 김승수 전북대·신문방송학과)다. SNS를 비롯, 각종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소비자와 수용자의 변화를 읽어내는 게 학회의 주요 관심사다.

뉴미디어로 인해 혼란에 빠진 언론의 자유, 미디어 공공성 등 ‘표현의 자유’ 논쟁이 선거와 어떻게 결합할지 주목하고 있다. 최근 팟케스트 방송으로 구속된 정봉주 의원 문제도 연장선에 있다. 이달 말 신진학자들을 위한 작은 토론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학회 활동에 돌입한다.

김승수 한국언론정보학회장은 “SNS로도 충분히 정치적인 의사를 밝힐 수 있는 장을 만드는 데 일조할 것”이라면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라도 인터넷법 등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격변기의 어수선함에 보다 본질적인 처방전을 준비하는 학회가 있다. 한국산업노동학회(회장 심상완 창원대·노동대학원)다. 이 학회는 산업체나 노동현장에서 사람들이 그 동안 일하며 살아온 삶의 방식을 한 걸음 더 들어가서 들여다보려고 한다.

한국산업노동학회는 산업·노동운동에 종사하는 실천 전문가들과 학계의 연구 전문가들이 모인 연구집단으로 출발했었다. 현장(실천)과 이론의 접목으로 ‘산업공동화’ 문제를 풀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연구중심’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학회에 ‘실천 전문가’들의 발길이 점차 떨어져 나가고 있어서 고민이다. 심상완 한국산업노동학회장은 “올해 새롭게 열리는 공간과 여러 기회 속에서 나름의 길을 모색해 가겠다. 산업현장과 아카데미를 상호보완적으로 결합하는 게 관건이다”라고 전망했다.

정기학술제, 지역축제로 만들어 볼까

한국우주과학회(회장 김천휘 충북대·천문우주학과) 회원들은 과학대중화에 관심이 많다. 학술대회가 경주, 제주도 등 전국을 순회하는 경향이 짙은데 한국우주과학회는 올해 야심찬 포부를 갖고 있다. 학술대회를 지역주민과 해보자는 것이다.

올봄 정기학술대회는 충북 제천의 청풍호 인근으로 잡았다. 해당 지역 군수, 도교육청과 손잡고 일반인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학술대회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천문과 우주에 관한 관측회, 우주과학 관련 모형 전시회, 과학 강연 등 회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다.

김천휘 한국우주과학회장은 모형체험, 천체관측을 ‘지역축제’로 제안할 계획이다. “학회활동을 30여년 해왔는데 대중과 함께하는 연구를 실천에 옮기진 못했다. 학자 개인이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서 학회 차원에서 해보자는 거다. 지역주민들이 동참해 유익하고 재밌는 학술대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번역학회(회장 최희섭 전주대·영미언어문화)도 지역과 대중에게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국 문학의 영어 번역을 비롯해 △관광지 안내판 영어번역 오류 △도로, 표지판 영어표기 오류 △지자체 영문 홈페이지 오류 등을 바로 잡는 데 전력한다는 계획이다.

최희섭 한국번역학회장은 최근 무려 280여 곳에 달한 한미 FTA 협정문 번역 오류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외국어를 조금만 할 줄 알면 웬만한 번역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하는 것 같다. 특히 국가간 협정은 전문 번역자를 둬야 전략적으로도 유리하다.”

번역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도 대중화의 일환이다. 올해는 언론매체 등지에서 한국번역학회 회원들의 글을 자주 보게 될 것 같다. 이밖에도 통·번역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번역학을 알리는 ‘독해’ 프로그램을 상반기에 2회 진행한다. 연간 4번 발간하던 학술지도 5번으로 늘린다. 국제화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영문판을 한 호 추가했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한국수학교육학회(회장 박규홍 서원대·수학교육과)는 재밌는 수학, 쉬운 수학을 표방한 연구 프로젝트에 진력할 계획이다. 공교육에서 대표적인 도구과목인 수학을 학생들이 기피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사교육 시장에서도 영어는 점차 줄어드는데 오히려 수학은 더 늘었다. 이 때문에 한국수학교육학회는 지난해 학부모들이 수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기도 했다.

기후변화와 환경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 올해 이슈다. 한국식물학회(회장 이춘환 부산대·분자생물학과)가 오는 10월 한 달간 제주도에서 국제학술회의를 연이어 두 번 연다. 전세계 20개 식물학 관련 학회와 비영리기관이 결성한 ‘Global Plant Council’ 3차 회의를 시작으로, 국제식물분자생물학 학술회의(IPMB)가 예정돼 있다.

2012년 선거 국면을 앞두고, 학회들의 겨울나기는 대중에게 다가가는 연구와 국제화라는 두 축으로 정리된다. 외국학자가 참여하거나 외국어로 쓴 논문과 학술지에 후한 점수(?)를 주는 등 학계 평가체계의 산이 여전히 높지만 새해를 준비하는 학회장들의 마음은 희망으로 들 떠 있다. 움츠러드는 시기, 학계의 건강한 심호흡이 한해 동안 학계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어주길 기대한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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