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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이중나선 구조 발견 과정 기록한 거인의 자서전
DNA 이중나선 구조 발견 과정 기록한 거인의 자서전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1.12.26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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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 프랜시스 크릭 지음, 『열광의 탐구』(권태익・조태주 해제・옮김, 김영사, 2011.12)

20세기 과학의 신화, 1962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프랜시스 크릭(1916.6.8~2004.7.28)의 유정생명공학의 신기원이 된 DNA 이중나선 구조 발견의 순간에 관한 결정적인 자전적 기록. 128줄짜리 논문 한 편이 과학사의 역사를 완전히 새로 쓰게 했다. 이 논문은 1953년 "DNA의 구조를 제안한다"라는 문장을 시작으로 900 단어 남짓의 한 페이지짜리로 <네이처>에 실렸다. 이 논문이 발표됐을 때만해도 그 누구도 이 논문에 담긴 아이디어가 장차 분자생물학과 생명유전공학의 새로운 첫 장을 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크릭이 1953년 발표한 논문은 DNA의 이중나선 구조에 발견에 관한 것으로, 현대 생물학의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동시에 많은 학자들에 의해 연구 결과가 재확인됐다. 이 때문에 크릭은 1962년 왓슨, 윌킨스와 함께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그가 진화론의 다윈과 유전법칙의 발견자 그레고어 멘델과 같은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공로 덕분이었다.

왓슨과 크릭이 DNA 구조를 밝힌 일은 생물학 분야에 일대 변혁을 일으킨 위대한 발견으로, 분자생물학의 현재를 있게 한 일대 '사건'이다. 이후 DNA에 관한 과학자들의 관심은 결국 1990년에 '생명의 비밀'을 밝히고자 하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 발족으로 이어졌으며, 이 프로젝트는 왓슨과 크릭이 이중나선 구조를 밝힌 지 50년이 되는 2003년 공식적으로 종료됐다.

『열광의 탐구』는 자칫 딱딱하고 어려울 수 있는 과학 전문 지식을 자신의 삶의 이야기 속에 녹여내면서,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발견의 순간 크릭이 느꼈던 흥분과 전율까지 고스란히 전달해준다. 10억분의 1미터도 되지 않는 DNA가 미래 첨단과학의 운명을 결정짓고 있는 현재, 우리는 크릭의 세상에 산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위대한 과학의 순간에 관한 기록이지만, 동시에 그 이면에는 발견 과정의 우여곡절과 수많은 시행착오, 연구원들 간의 경쟁과 갈등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서 과학에서 배울 수 있는 삶의 교훈, 지혜까지 전해주는 독특한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왓슨과 크릭의 대표적인 시행착오는 어떤 것일까. 당-인산 뼈대가 안쪽에, 염기는 바깥쪽으로 노출된, 즉 실제 DNA와는 정반대인 모델을 만드는 실수를 한 것이다. "당-인산 뼈대는 물과 친한 성질이 있고 염기는 물과 친하지 않은 성질이 있다는 것을 감안했다면 하지 않았을 실수"라고 옮긴이들은 지적한다. 

옮긴이의 한 사람인 권태익 충남대 교수(생화학과)는 "이 자서전은 과학적인 탐구란 실험 데이터를 근거로 그에 맞게 논리적인 설명을 끊임없이 함으로써 해답을 찾는 것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라고 평가한다. 권 교수는 왓슨과 크릭이 위대한 발견을 하게 된 성공 요인으로 "전혀 다른 분야(왓슨은 생물학자, 크릭은 물리학자)의 두 사람이 절묘한 시점에 만나서 두 사람의 강점을 최대한 살린 것"을 꼽으면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무엇인가를 향한 치열한 열정"을 강조했다.  

두 譯者들은 이미 1991년 범양사출판부에서 『열광의 탐구-DNA 구조 발견의 체험기』로 이 책을 소개한 바 있다. 새로운 번역본에 이 같은 사실을 언급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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