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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인터뷰] '한국근대자본가연구'(한울 刊) 펴낸 오미일 부경대 강사(사학)
[저자 인터뷰] '한국근대자본가연구'(한울 刊) 펴낸 오미일 부경대 강사(사학)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2.06.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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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18 10:31:15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한 지난 12일 늦은 오후, '한국근대자본가연구'를 발간한 오미일 강사를 만났다. 한국근대 자본가의 형성시기를 1910년대로 분석해 주목을 끌고 있는 오 강사는 5백 페이지를 훌쩍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10년간의 문제의식을 묶어냈다. 소탈한 목소리로 자신의 연구에 관해 말했던 오 강사와의 만남을 기록한다.

△어떤 계기로 1910년대 자본가 연구를 다루게 됐나.
원래 석사논문 주제가 조선후기 상업사였고 경제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이후에는 사회주의운동사를 연구했는데, 박사논문을 쓰기에 사회주의운동사는 무엇보다 자료문제로 곤란하다고 생각했다. 마침 1980년대 후반 학계에 중진자본주의론이 소개됐고,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에 이르기까지 식민지근대화론이 논쟁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당시의 분위기는 한국자본주의만 아니라 지구적 자본주의의 차원에서도 자본주의 귀추가 주목됐던 시점이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개인적으로 자본가 연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1910년대의 자본가가 형성됐다고 보는 관점이 새롭다. 그 이유는.
1910년대에 자본가가 '성립'된 것은 아니지만 근대적 자본가가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토지나 상업, 고리대업에 투자하였던 지주·상인들이 제조업에 투자해 공장을 설립했고, 종래 가내공업에 종사했던 수공업자들이 소공업체를 공장으로 확대해 산업자본가로 변화했다. 세계 1차 대전 발발로 전쟁호황인데다, 수입품의 감소로 수입대체품목의 시장성을 겨냥하여 공장 설립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운동사적 측면에서도 1920년대 초 전개된 물산장려운동은 재생산조건이 열악한 한국인 자본가들이 자본축적을 하기 위한 운동이다. 조선인이 제조한 상품을 팔 수 있는 판로확보를 위한 것으로, 그 물적 토대가 산업자본이 아니라면 요구되지 않는 운동이었다. 이전의 국채보상운동 등이 계몽적인 성격을 띈 것에 반해 물산장려운동은 경제 운동의 성향을 분명히 나타낸다. 또 1921년 조선인산업대회에서는 보호관세 및 조선인 공업회사에 보조금을 지급할 것을 총독부에 요구했다. 이 역시 1910년대 당시 근대자본가의 활동이 활발했음을 반영한다.

 
△연구 자료가 상당한데, 자료 수집에 어려움은 없었나.
평양, 부산,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조선인 자본가의 활동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평양은 자료가 많았으나 부산과 대구는 자료가 미비해 연구가 어려웠다. 평양상업회의소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조선인 자본가, 일본인 자본가 할 것 없이 활발한 활동을 한 자료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부산은 일찍 개항된 까닭에 일본자본과 자본인이 경제권을 장악한 상태여서 자료수는 많았으나 조선인 자본가를 연구하기에는 미비했다. 대구의 경우 토착 자본이 강한 보수성을 띄고 있어 실제로 토착 자본이 산업 자본으로 변화하는 시기가 가장 늦은 지역이어서 자료가 거의 없었다.

△연구방법에 있어 새로운 점이 있다면.
일반적으로 경제사에서 조선 후기 경제사에 관한 연구는 많았다. 그러나 일제 시대의 경제사를 연구하는 경우는 좀처럼 없었다. 또 기존의 연구는 사건이나 통계를 통해 분석했다. 그러나 나는 이런 기존의 연구를 바탕으로 근대사회의 경제주체인 자본가에 초점을 두었다. 즉 자본가를 경제적 측면만 아니라, 운동사적 측면에서, 그리고 경제사상의 측면에서 다루고 이를 통해 이면에 있는 경제구조를 연구하고자 했다. 이는 역사전공자가 쓰는 경제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또 기존 연구에서는 민족자본에 대한 개념사용이 다양했다. 그래서 개념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조선인 자본, 토착자본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민족자본이란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다. 이는 자본의 민족성을 논하기는 곤란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자본의 소유주인 자본가의 성격이 민족자본가이냐 예속자본가이냐 하는 것은 정치사회적 활동을 통해 판단할 수 있겠지만 이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번 연구에 의미를 매긴다면
나는 식민지근대화론을 비판하는 입장에서, 한말·일제시기 조선인자본가의 실체를 경제적, 정치사회적 측면에서 다각도로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한말·일제시기 조선인 자본가 형성과 지역연구를 결합시킨 자본가층에 대한 저작으로는 사실상 국내 처음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지역별로 개별자본가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다. 그러나 소자본가에 대한 자료는 미비한 까닭에 대자본가를 중심으로 한 연구가 될 것 같다. 원래는 이 책의 한 부분으로 연구할 생각이었나 좀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과제로 남겨두게 됐다. 이것이 1930년대로 이어지는 자본가의 활동 양상을 분석하는데 주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이지영 기자 jiyou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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