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3:10 (금)
[ 특별기고] 교육부 학칙시정요구의 위헌성
[ 특별기고] 교육부 학칙시정요구의 위헌성
  • 교수신문
  • 승인 2002.06.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2-06-26 23:57:32
이미 일부 언론에 보도된 대로 전국교육대학교교수협의회연합회(회장 김용환 청주교대 교수, 이하 교대협)는 11개 교대의 협의회 회장들을 청구인으로 하고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 장관을 피청구인으로 하여, 지난 5월 17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교대협의 이 소원제기는 헌재로부터 본안 심판에서 다룰만한 요건을 갖추었다는 결정을 받았다.

헌재는 사전 심사를 통하여 5월 28일 이 사건을 재판관 전원으로 구성되는 “재판부의 심판에 회부한다”는 결정을 통지했으며, 이 사건에 사건 번호 ‘2002헌마337’, 사건제목 ‘학칙시정요구 등 위헌확인’등을 지정했다. 통상 헌재는 이 과정에서 소원 제기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될 때는 바로 각하처분을 한다. 헌재는 앞으로 헌법재판소법이 정한 기간 내에 서면심리와 공개변론과정 등을 통해 교대협이 청구한 이 사건 권리 침해의 주장에 대해서 인용 혹은 기각의 결정을 하게 된다.

의결기구에 관한 해석의 차이

금번의 헌법소원 제기는 교육대학의 학칙이 교수회(다른 대학들에서는 교수회 대신에 교수평의회 혹은 대학평의원회를 두기도 하지만 사안의 성격은 동일하다)를 의결기구로 규정한 것을 둘러싸고 교육부와 교대협측이 고등교육법 제6조와 제15조 및 동법 시행령에 관한 해석상의 견해를 달리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교육부는 2001년 1월 이후 네 차례에 걸쳐 위 법령들에 관한 나름대로의 해석론에 근거하여 청구인들 소속 대학에 학칙시정을 요구하고, 만약 이러한 시정요구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행정, 재정상의 불이익을 가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이에 교대협은 교육부의 해석과 요구가 헌법에 위반되는 점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부총리에게 재검토해줄 것을 질의했으나,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는 회신을 받았다.

결국 교대협은 더 이상 달리 대처 방법을 찾을 수 없다면 헌재의 사법적 판단을 구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하는 결론에 이르러 위의 소원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 교육부와 교대협측의 학칙을 둘러싼 고등교육법 해석상의 쟁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부는 대학의 학칙이 교수회를 의결기구로 규정하는 것은 고등교육법 제15조상의 총장의 교무통할권을 침해하여 위법한 것이라고 유권해석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교대협은 이 조항상의 교무통할권은 총장의 집행상의 권한으로서 교수회의 의결기구화를 제약하는 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교수회의 의결에 구속을 받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예컨대, 대법원은 선행 판례에서 대학 총장이 교수회의 의결을 거침이 없이 학생을 퇴학처분한 것(일종의 교무통할권에 해당됨)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둘째, 교육부는 학칙이 교수회를 의결기구로 규정하는 것은 고등교육법 제6조에 명시된 총장의 학칙 제·개정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교대협은 그것이 총장의 권한으로 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교수회의 의결기구화를 금지하는 법적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헌법 제31조 제4항의 대학의 자율성 보장 취지와 관련 법조문의 규정을 종합하여 해석할 때, 교수회를 의결기구로 할 것인지 혹은 심의기구로 할 것인지는 총장을 포함한 대학의 구성원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인 것이 분명하다. 이 점은 위의 고등교육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당시의 교육부장관도 ‘교육부의 입장’이라고 하면서 적극적으로 확인한 바 있다(1997년 11월 10일자 국회교육위원회 회의록 참조).

지금까지 헌재는 서너 번의 관련 사건을 통하여 대학의 자율성에 대해서 판단해왔다. 그 내용은 대학의 자율성이라고 하는 것이 헌법상의 기본권에 해당되는 것이 분명하다고 하는 점, 따라서 그것의 제한 역시 헌법 제37조상의 기본권 제한의 일반원리, 예컨대 비례의 원칙 등에 따라야 한다는 점, 그러나 그 경우에도 그 자율성의 본질적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설립과 폐지는 대학이 그 여부를 정할 수 있는 자율성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은 여기에 보다 더 구체적인 질문을 헌재에 던지는 것이라 하겠다. 즉, 대학의 자율성이 그 설립과 폐지 여부를 포함하지는 않는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것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항에 있어서는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로 자율성을 누릴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대학자율성에 대한 의문 남아

바라건대, 헌재는 지난 50년동안 대학과 정부 사이에 그 자율성의 의미와 내용 및 범위를 둘러싸고 해석상의 갈등을 빚어 온 위의 쟁점들에 대해서 신속하고도 적극적인 심리와 판단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교대협만이 아니라 모든 대학의 교수들이 중지를 모아 이 사건에 대해서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해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이 사건은 단순히 교대 문제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국의 모든 국·공·사립대학에 의미있는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허종렬
서울교대·사회교육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