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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愛書家들 책을 권하다
여름, 愛書家들 책을 권하다
  • 김지혜, 옥유정 기자
  • 승인 2011.07.22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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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뜨거운 여름 어떤 책을 읽고 계십니까

장맛비가 그치면 뜨거운 햇살이 늘어질 게다. 계절학기 성적 처리도 끝나면 진짜 방학이 캠퍼스를 찾아온다. 연구년을 떠나는 교수들은 벌써 떠날 차비를 하고 있다. 템플 스테이션을 떠나는 젊은 연구자들도 한 보따리 책가방을 다 꾸렸을 듯하다. ‘자칭타칭’ 소문난 독서가로 불리는, 多作의 저술력을 보이는 교수들에게 살짝 물었다. 이 뜨거운 여름, 어떤 책을 읽고 있냐고, 학문 공동체에 권하는 책이 있다면 뭐냐고. 
김지혜 기자
haro@kyosu.net 옥유정 기자 ok@kyosu.net

강명관 부산대 교수(한문학)

『불편한 경제학』(세일저 지음, 위즈덤하우스, 2010.3) 다음 아고라 경제토론방의 세일러가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에 대해 쉽게 잘 풀어놨다.
『인지 자본주의 : 현대 세계의 거대한 전환과 사회적 삶의 재구성』(조정환 지음, 갈무리, 2011.4). 한국 사회가 겪는 변화를 잘 설명해 준다. : 사회가 빨리 변화하는 것 같다. 그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자본주의 관련 서적을 읽고 있다.

 

고미숙 고전평론가(수유너머)

『고전 톡톡 : 고전, 톡하면 통한다』(채운ㆍ안영희 공저, 그린비, 2011.6). 동서양 고전을 70여개 정도 핵심을 꼽았다. 새로운 방식으로 고전을 재해석 했다. 모든 세대를 위해 만든 고전 수다집이다. 그 정도로 재미있고, 핵심을 잘 간추렸다. 동서양 고전을 쭉 조사해보고, 멘토를 찾아서 그 고전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라는 취지로 만들었다.
『동의보감』. 자기 몸을 알아서 치유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 그런 컨셉으로 현재 리라이팅도 진행 중이다.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박지원 지음, 고미숙ㆍ길진숙 등  옮김, 그린비, 2008.2).  여름은 여행의 계절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이다.

구자현 영산대 교수(과학사)

『수학으로의 여행』(고석구 지음, 제2판, 경문사, 2008.9). 초중고 교육에서 수학의 비중은 상당히 크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수학에 대한 공포심은 상당하다. 현대 문명을 이해하고 과학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수학은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수학은 자신의 관심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 나이가 들수록 수학을 더욱 멀리한다. 이 책은 학생들을 포함해서 일반인들이 수학을 쉽게 접할 수 있게 해주는 훌륭한 책이다.
『100가지 과학의 대발견』(켄들 헤븐 지음, 박미용 옮김, Gbrain, 2010.6). 현대 문명은 위대한 과학의 발견의 토대 위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세계를 변화시킨 근본적인 발견이 무엇인지 그 핵심을 알려준다. 일반인은 이 책에서 왜 그 업적이 100위 안에 드는지, 어떻게 발견되었는지를 소개받아 현대 과학의 핵심에 대한 이해를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참고 자료를 모든 주제마다 제공하여 관심 분야로 더 나아가게 도와준다.

김상환 서울대 교수(철학)

『주역』(김인환 옮김, 고려대 출판부, 2006.5). 동아시아 인문주의 전통의 시원에 있는 책이다. 김인환의 깔끔한 우리말 번역본은 초보자가 광할한 주역의 세계로 들어갈 때 고를 수 있는 최선의 선택.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로버트 M. 피어시어그 지음, 장경렬 옮김, 문학과 지성사, 2010.10). 철학적 성찰과 문학적 서사의 행복한 만남. 저자는 서양 문명의 한계를 넘어서되 히피 세대의 허무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동양적 사유에서 찾고 있다.
『말과 사물』(미셸 푸코 지음, 이광래 옮김, 민음사, 1987). 정신의 형태를 담론의 형태로 대치한 정신현상학. 학문의 세 시기를 그린 위대한 벽화. '인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부닥친 독자가 피할 수 없이 펼치고 탐독해 들어가야 하는 책.

설혜심 연세대 교수(사학)

『베르메르의 모자 : 베르메르의 그림을 통해 본 17세기 동서문명교류사』(티머시 브룩 지음, 박인균 옮김, 추수밭, 2008.6). 최신 연구 경향인 트렌스 내셔녈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쇼핑』(에블린 웰치 지음, 한은경 옮김, 에코리브르, 2010.5). ‘소비’란 무엇인가를 역사적으로 다시 고찰한 책이다.
『수수께끼의 기사』(가일스 밀턴 지음, 이영찬 옮김, 생각의나무, 2003.7).『여행기』의 저자 맨드빌을 역추적해 나가면서 살펴보는 글이다.
이 책들은 모두 현대 문화사의 ‘Hot’한 트렌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책들이다. 아주 재미있다.
『내가 여왕이다』(캐럴리 에릭슨 지음, 박미경 옮김, 역사의아침, 2011. 4). 영국 빅토리아 여왕에 관한 이야기다. 무척 재미있어서 한 여름을 재미있게 지낼 수 있는 책이다.

심혜련 전북대 교수(과학학)

여름은 덥다. 또 이번 여름에는 멀리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 긴 무더위 속에서 지금 이곳이 아닌 낯선 곳에서 집중해서 책을 읽기는 좀 어렵다. 그래서 이번 여름 방학에는 무거운 이론서보다는 주로 비평서들을 읽을 계획이다. 그렇다고 비평서들이 가볍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딱히 어렵지만도 않고, 또 쉽지 않은 책들을 통해 다양한 재미들을 체험하려고 한다.
그래서 박영욱의 『미디어 아트는 X예술이다』(향연, 2011.4), 이택광의 『이것이 문화비평이다』(자음과모음, 2011.7)과 데이비드 하키의 『보이지 않는 용』(박대정 옮김, 마음산책, 2011.2)을 읽으려고 한다. 박영욱과 이택광의 저서들을 택한 이유는 두 저자가 그 분야에서 탄탄한 이론적 토대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이 자신의 전공을 바탕으로 시도하는 ‘문화와 예술 읽기’에 동참하고 싶기 때문이다. 특히 이 둘은 한국 저자들이기 때문에, 같은 장소와 같은 시간을 공감한다는 의미에서 읽고자 한다. 데이비드 하키의 저서는 미술 비평에서 전복적인 시각을 가지고 아름다음에 대해 다시 읽기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 때문이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영미문화이론)

Representing Capital: A Commentary on Volume One(F.Jameson, London: Verso, 2011) 오랫동안 기다렸던 이 책에서 제임슨은 마르크스의 『자본』을 새로운 관점에서 읽어내고 있다. 다분히 알튀세르의 『자본을 읽는다』를 의식한 책으로, 인식론적 단절의 관점보다도 소외론에 더 치중해서 읽는다는 특징을 보여준다. 당연히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내용은 알튀세르에게 비과학적인 혼돈에 불과했던 ‘상품’에 관한 장이다. 알튀세르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자본』이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사유의 악보』(최정우 지음, 자음과 모음, 2011.2). 받아든 순간부터 조금씩 맛있는 빵처럼 뜯어먹고 있는 책이다. 최정우는 젊은 인문학자이자 음악가로 한국에서 보기 드문 르네상스인이라고 하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전히 한국에서 인문학의 꿈이 남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사유를 음악에 비기고, 그것을 적어낸 텍스트를 악보에 비기는 이 발상은 르네상스적인 상상력이 한국에서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현우 한림대 연구교수(독문학, 필명 로쟈)
최근 읽고 있는 책은『한나아렌트』 자서전과『법가』다. 서평을 써야 하기 때문에 읽고 있다. 어제까지의 관심사는『내셔널 아이덴티티와 젠더:나쓰메 소세키로 읽는 근대』(박유하 지음, 김석희 옮김, 문학동네, 2011.7)였다. 
추천하는 책은 『겁쟁이가 세상을 지배한다』(프란치 M.부케티츠 지음, 이덕임 옮김, 이가서, 2011.7)와 『인간은 왜 위험한 자극에 끌리는가』(디어드리 배릿 지음, 김한영 옮김, 이순, 2011.7)이다. 진화심리학쪽 책에 관심을 갖고 항상 보고 있다.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혀준다. 생물학과 심리학에 대한 최신 정보는 항상 확인하는데, 심리학과 문학이 경쟁관계이면서 상호협력관계이기 때문이다. 인간에 대해 누가 더 잘 이해하고 있는지 심리학과 문학은 서로 경쟁한다.

진태원 고려대 연구교수(철학)

『민족주의와 고고학』(시안 존스 지음, 이준정․한건수 옮김, 사회평론, 2008.12). 국내에는 민족주의, 국민국가에 관한 많은 책이 나와 있다. 하지만 영어로 하면 ethnicity나 ethnic group에 관한 책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인류학 및 고고학 분야를 중심으로 에스니시티에 관한 서양학계의 논의를 충실히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이러한 공백을 메울 만한 훌륭한 책이다. 더욱이 이제는 nation은 ‘국민’으로, ethnic group을 ‘민족’으로 번역하는 게 좋겠다는 역자들의 제안은 경청할 만하다.
『이집트인 모세』(얀 아스만 지음, 변학수 옮김, 그린비, 2010.1)
독일의 이집트학자이자 문화이론가인 얀 아스만은 세계적인 명성에 비하면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이 책은 이집트학을 주변적인 학문에서 단숨에 인문사회과학의 핵심 분야로 이끌어 올린 얀 아스만의 대표적인 저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모세구별’이라는 개념을 통해 고대 이집트에서 유일신교의 탄생을 설명하며, 민족 갈등과 종교 갈등의 기저에 있는 타자에 대한 배제와 적대는 이러한 ‘모세구별’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서양 문명의 뿌리를 새롭게 파헤치는 기념비적인 역작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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