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19:55 (일)
“과거사 청산은 민주화를 확장해 나가기 위한 과제”
“과거사 청산은 민주화를 확장해 나가기 위한 과제”
  • 교수신문
  • 승인 2011.07.13 11: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족문제연구소·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전환기의 정의’와 한국민주주의

국가기구가 나서서 10년 동안 진행한 ‘과거사 청산’작업이 강제동원 피해자, 민주화 유공자 관련 위원회만 남기고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들인 과거사 청산 작업의 의미는 무엇일까. 지난 8일 한양대에서 열린 민족문제연구소(소장 임헌영)·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소장 임지현) 공동학술대회에서 의미를 엿볼 수 있다.

‘전환기의 정의’와 한국민주주의-‘과거사청산’재평가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번 학술대회는 과거사 청산 작업의 성과와 한계를 포괄적으로 짚어내면서(정근식 서울대), 구체적으로는 인권침해 행위의 법적 청산(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민주화운동과 정의(이영재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 친일반민족행위청산의 성과와 한계(윤해동 한양대 비교역사 문화연구소), 친일재산 국고 귀속의 헌법적 의미(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강제동원 피해 진상규명 작업 평가(장완익 변호사) 등을 소화했다. 이날 발표자들의 주요 주장을 발췌, 요약했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족하면서 현판식을 했지만, 이 위원회도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 정근식 서울대 교수(사회학과) 「한국현대사에서의 진실화해위원회의 경험」

진실과화해위원회(이하 진화위)의 활동과 정에서 우리가 부딪친 문제의 하나가, 화해나 사과의 절대적 완성의 문제이다. 예컨대 대통령이나 정부 관련부처의 책임자, 또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사과는 한 번의 행위로 완성되는 것인가, 아니면 주기적이고 반복적인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인가의 문제이다. 4·3사건의 경우, 대통령이 과거의 국가폭력에 대해 사과를 했지만, 이후에 새롭게 들어선 정부에서 이 사과행위를 부정하거나 재확인하지 않는 경우, 또는 대통령과 의견을 달리하는 정파가 이를 부정하는 경우, 피해자 유족의 입장에서는 ‘화해’가 이뤄졌다는 느낌을 갖지 못하며, 대통령의 사과의 의미가 크게 훼손된다.

진화위가 종료된 지 반년 이상이 경과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종합보고서에서 제시된 권고조치들에 대한 현 정부의 적절한 응답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어쩌면 이에 대한 요구와 응답은 현재를 사는 한국의 시민들을 넘어서서 인류 보편적인 요구일 것이며, 이에 대한 적절한 응답은 세계사적 의미를 지닌 모범을 정립하는 것이어서 세계시민들이 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이재승 건국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중대한 인권침해행위의 법적 청산」

국가기구에 의한 청산작업은 실질적으로 종료했으나 어디까지나 진실규명작업의 대략적 마감에 지나지 않는다. 진실규명이라는 목표설정에 비춰보면 위원회들은 본래의 소임을 달성했다고 본다. 제한된 시간에 많은 사건을 조사하고 많은 사건의 진실을 규명했다는 것은 일단 역사적으로 평가받을만하다. 그러나 진실규명만으로는 권리구제, 민주발전, 인권증진, 국민화해를 달성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후속작업이다. 진실화해법도 후속작업과 추가적인 조치들의 필요성을 규정하고 있다. 보수정권이 과거청산 작업을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미 진실위원회들을 만들어 과거사 정리 작업을 시도함으로써 우리는 국가제도의 전면적 개혁이라는 과제를 부담하게 된다. 그것은 잠시 늦출지는 모르지만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위원회들의 종합보고서는 즉각적인 구제조치뿐만 아니라 구조적이고 장기적 이행과제도 포함하고 있다. ‘진실화해법’은 연구재단의 설립을 예정하고 있는데, 현재 그러한 연구재단은 설립되고 있지 않다. 정부의 배상프로그램 시행과 각종 제도적 개혁의 이행을 모니터하는 정부안의 부서가 필요하다. 아마도 국가인권위원회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내부에 이행감시부서를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이영재 한양대 연구교수, 「민주화운동 명예회복과 이행기 정의의 표류」

민주화운동 ‘명예회복’을 통해 구현돼야할 이행기 정의는 현재 표류하고 있다. 그러나, 이 11년 민주화운동 ‘명예회복’의 경험은 그 자체로 소중한 성과물이다. 한국사회의 이념적 접점을 확인했으며, 이행기 정의를 만들어가기 위한 과제 또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민주화보상법을 강제했던 동력(‘체험공동체’)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체험
공동체와 그 기억을 공유하는 ‘기억공동체’가 이행기 정의 실현의 주요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제도적 과거청산의 성과와 한계를 면밀히 검토한 바탕 위에서 한국 사회를 구성해나갈 규범과 가치의 내용을 채워 가는 과제가 우리들‘기억공동체’에 부여돼 있다. 제도적 과거사 청산의 종료로 이행기 정의의 과제도 종료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위원회의 결정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관계와 자료를 제공할 뿐이다. 이제 이행기 정의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할 때다.

■ 윤해동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교수, 「‘협력’의보편성과근대국가- ‘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작업의 성과와 과제」

이번 위원회의 활동을 통해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주체인 행위자가 아니라, 바로 행위 자체를 조사의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확인한 점은 큰 성과가 아닐까 한다. 그러나 행위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법률 규정에는 분명하게 명시돼 있지 않다. 또 설사 그 점이 조사과정에서 분명하게 인지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원회 활동의 임무가 한 인격자의 행위를 바탕으로 ‘행위자’의 성격을 결정짓고 그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선정하는 데 초점이 놓여 있었다는 사실 사이에는 먼 거리가 놓여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위원회의 조사-결정 행위가 자신의 선대를 반민족행위자라고 낙인을 찍는 명예형이 되고, 이것이 후대들에게 정치적 사회적 차별과 불이익을 받게 될 위험성이 있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주목해야 한다. 이런 후대들이 받을 수 있는 정서적인 타격에 대한 우려와 위원회 활동은 당연히 민족화합을 도모해야 한다는 당위를 내세워, 행위 중심의 판정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이 점은 위원회 활동의 성격이 준사법적 성격을 띤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는 것으로서, 국가의 개입과 역할 설정에 대해 더욱 신중했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 첫 번째 문제 곧 행위와 행위자의 관련문제는 이번 위원회 활동의 가장 큰 성과이기도 하지만, 이 위원회 활동의 성과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지표라고도 할 수 있을 듯하다.

■ 이헌환 아주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친일재산 국고귀속의 헌법적 의미」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의 4년간의 활동 중에 제기된 수많은 저항과 불복의 행태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과거 잘못된 역사 속에서 형성된 사회적 힘이 잔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의 국가공동체의 정체성에 관한 구성원 전체의 합의가 이뤄지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강점과 분단으로 인해 형성된 국가공동체의 정체성에 대한 분열적 양상은 앞으로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이다. 특별법에 의해 수행된 친일재산청산작업은 이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초석을 놓았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친일재산의 국고귀속이 가지는 또 하나의 의미는, 그 방법에 있어서 철저히 법치주의적방법을 택했다는 데 있다. 북한이 친일잔재청산을 사회주의적 혁명담론에 따라 혁명적 방법으로 수행했다면, 이번 국고귀속작업은 철저히 법률의 규정에 따라 행해졌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자본주의적 법치담론에 따른 과거사청산의 작업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공동체의 존재방식과 공동체구성원들의 삶의 방식을 결정하는 데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반국가적 행위에 대한 분노에 근거한 감정적 대응의 방식이 아니라 엄격한 법적 합리성을 통한 이성적 대응의 방식으로 개인과 공동체의 존재방식을 선택함으로써, 우리나라의 법치주의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 장완익변호사,「 일제하 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 작업의 평가」

다른 과거청산위원회와 달리 강제동원피해위원회는 진상규명위원회가 먼저 설립되고, 그 이후 지원위원회가 설립됐다. 이후 두 위원회가 하나로 통합됐으며, 수차례에 걸쳐 위원회 활동 기간이 연장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는 너무나 많은 강제동원피해자와 유족이 있었고 그들의 피해를 국가가 밝혀야 할 책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강제동원피해의 영역에 속하는 사할린동포 문제나 원폭피해자 문제의 경우는 당해 피해자들을 위한 영구귀국 및 정착지원이나 피해자 2세에 지원 등 별도의 추가 조치가 필요해 그에 따른 특별법 제정 움직임이 있다.

피해신고 조사가 개인 피해를 조사했다면 피해진상조사는 집단적ㆍ대규모의 강제동원 피해에 대한 조사에 더해 강제동원을 한 일제의 당시 체제 전반에 대한 조사까지 했으면 좋았을 것인데 그러지 못했다. 종합결과보고서에 얼마나 반영될 수 있을지 궁금하며 통합위원회가 이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특히 통합위원회가 위원장 개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동원되고 있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앞으로 최악의 과거청산위원회의라는 평가를 받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 이제 통합위원회 이후 피해자 관련 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대한 논의도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